7,271은 침묵하지 않는다
5월 20일 새벽 2시. 어제 코스피는 7,271.66으로 마감했다. 하루 만에 244포인트, 3.25% 빠졌다. 장중 한때 7,200선이 무너졌다. 원화는 1,506.73원까지 밀렸다. 외국인은 9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시게이트발 AI 인프라 병목 우려가 불을 당겼고, 삼성전자 노사 리스크가 기름을 부었다.
이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국가의 어떤 담화보다 정직하다. 김민석 총리는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권만큼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고,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타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 모든 말을 듣고도 팔았다. 시장은 국가의 낙관적 수사를 믿지 않는다. 시장이 보는 것은 수원지법 가처분의 모호한 문구도, 중노위 조정안의 절충점도 아니다. 시장이 보는 것은 단 한 가지다: 5월 21일 아침, 반도체 라인이 멈출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시장의 답이 7,271이다. 국가는 "관리 가능하다"고 말하고, 시장은 "아니다"라고 답한다. 전자는 문장이고 후자는 숫자다. 그러나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여기서 국가의 포위와 시장의 도주 사이에 근본적 비대칭이 드러난다. 국가는 노동자를 포위한다. 장관의 방문, 총리의 담화, 대통령의 트윗, 법원의 가처분 — 이 모든 것은 노동자의 선택지를 조여서 파업을 막으려는 시도다. 그러나 시장은 노동자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시장은 국가의 포위가 성공할지조차 기다리지 않는다. 불확실성 자체만으로도 도망칠 충분한 이유다. 이것이 금융화된 오늘날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이다. 국가가 노동자를 붙잡으려 할수록, 국가의 개입 자체가 위기의 신호로 읽혀 자본의 도주를 가속한다. 국가의 포위는 노동자에게는 압박이지만, 시장에는 불안이다. 동일한 국가 행위가 두 방향으로 상반된 효과를 낸다. 이 모순 속에 한국 매판-독점자본주의의 취약성 전체가 압축되어 있다.
어제 세종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은 자정을 넘겼다. 20일 0시 30분 정회, 오전 10시 속개. 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노사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일부 이견이 좁혀졌다는 보도는 있지만, 핵심 쟁점인 성과급 제도화에서 사측의 입장은 경직되어 있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협상이 3차원 게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테이블에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앉아 있다. 그러나 그 테이블 위에는 국가 권력의 네 겹 포위망이 드리워져 있고, 테이블 바깥에서는 글로벌 금융자본이 9일째 한국을 떠나고 있다. 노동자는 국가와, 사용자는 시장과, 국가는 양쪽과 동시에 협상하고 있다. 이 삼중 교섭의 결과는 어떤 단일 주체도 통제하지 못한다.
같은 날 오후, 안동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셔틀 외교라는 이름의 이 만남에서 핵심 의제는 경제안보와 반도체 공급망 협력이었다. 공동언론발표에는 "포괄적 협력의 제도적 틀"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반도체 공급망의 국가 간 카르텔화다. 세종에서 노동자를 포위하는 국가와 안동에서 일본 자본과 공급망을 묶는 국가는 동일한 국가이며, 두 행위의 목표는 동일하다: 반도체 축적 체계의 중단 없는 작동.
그러나 이 안동의 악수에는 깊은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삼성전자의 HBM이 일본 AI 인프라에 공급되는 구조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라는 미국 독점자본의 생산 하청 구조에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한일 정상이 서로의 손을 잡는 것은 미국이라는 제국주의 중심부에 대한 공동의 종속을 관리하기 위한 행위다. 일본은 미국 안보 우산 아래 반도체 소재·장비의 상위 공급자로, 한국은 그 아래 제조 하청으로 — 두 매판-독점자본주의 체제가 협력의 언어로 공동 종속을 미화하는 장면이 안동이었다.
이제 시간은 5월 20일 오전 2시다. 몇 시간 후면 교섭이 재개되고, 그로부터 20시간 후면 파업 예고 시각이 도래한다. 국가는 포위망을 조이고 있고, 시장은 팔고 있고, 노동자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세 주체 중 누가 진짜 힘을 가졌는지는 이미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국가의 모든 담화와 모든 방문과 모든 가처분은 노동자가 생산을 멈출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무력하다는 고백이다. 그리고 시장의 9일 연속 매도는 국가가 아무리 포위해도 그 사실을 지울 수 없다는 또 다른 고백이다. 국가는 말로, 시장은 숫자로,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국가의 어떤 담화보다 정직하다. 김민석 총리는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권만큼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고,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타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 모든 말을 듣고도 팔았다. 시장은 국가의 낙관적 수사를 믿지 않는다. 시장이 보는 것은 수원지법 가처분의 모호한 문구도, 중노위 조정안의 절충점도 아니다. 시장이 보는 것은 단 한 가지다: 5월 21일 아침, 반도체 라인이 멈출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시장의 답이 7,271이다. 국가는 "관리 가능하다"고 말하고, 시장은 "아니다"라고 답한다. 전자는 문장이고 후자는 숫자다. 그러나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여기서 국가의 포위와 시장의 도주 사이에 근본적 비대칭이 드러난다. 국가는 노동자를 포위한다. 장관의 방문, 총리의 담화, 대통령의 트윗, 법원의 가처분 — 이 모든 것은 노동자의 선택지를 조여서 파업을 막으려는 시도다. 그러나 시장은 노동자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시장은 국가의 포위가 성공할지조차 기다리지 않는다. 불확실성 자체만으로도 도망칠 충분한 이유다. 이것이 금융화된 오늘날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이다. 국가가 노동자를 붙잡으려 할수록, 국가의 개입 자체가 위기의 신호로 읽혀 자본의 도주를 가속한다. 국가의 포위는 노동자에게는 압박이지만, 시장에는 불안이다. 동일한 국가 행위가 두 방향으로 상반된 효과를 낸다. 이 모순 속에 한국 매판-독점자본주의의 취약성 전체가 압축되어 있다.
어제 세종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은 자정을 넘겼다. 20일 0시 30분 정회, 오전 10시 속개. 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노사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일부 이견이 좁혀졌다는 보도는 있지만, 핵심 쟁점인 성과급 제도화에서 사측의 입장은 경직되어 있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협상이 3차원 게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테이블에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앉아 있다. 그러나 그 테이블 위에는 국가 권력의 네 겹 포위망이 드리워져 있고, 테이블 바깥에서는 글로벌 금융자본이 9일째 한국을 떠나고 있다. 노동자는 국가와, 사용자는 시장과, 국가는 양쪽과 동시에 협상하고 있다. 이 삼중 교섭의 결과는 어떤 단일 주체도 통제하지 못한다.
같은 날 오후, 안동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셔틀 외교라는 이름의 이 만남에서 핵심 의제는 경제안보와 반도체 공급망 협력이었다. 공동언론발표에는 "포괄적 협력의 제도적 틀"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반도체 공급망의 국가 간 카르텔화다. 세종에서 노동자를 포위하는 국가와 안동에서 일본 자본과 공급망을 묶는 국가는 동일한 국가이며, 두 행위의 목표는 동일하다: 반도체 축적 체계의 중단 없는 작동.
그러나 이 안동의 악수에는 깊은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삼성전자의 HBM이 일본 AI 인프라에 공급되는 구조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라는 미국 독점자본의 생산 하청 구조에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한일 정상이 서로의 손을 잡는 것은 미국이라는 제국주의 중심부에 대한 공동의 종속을 관리하기 위한 행위다. 일본은 미국 안보 우산 아래 반도체 소재·장비의 상위 공급자로, 한국은 그 아래 제조 하청으로 — 두 매판-독점자본주의 체제가 협력의 언어로 공동 종속을 미화하는 장면이 안동이었다.
이제 시간은 5월 20일 오전 2시다. 몇 시간 후면 교섭이 재개되고, 그로부터 20시간 후면 파업 예고 시각이 도래한다. 국가는 포위망을 조이고 있고, 시장은 팔고 있고, 노동자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세 주체 중 누가 진짜 힘을 가졌는지는 이미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국가의 모든 담화와 모든 방문과 모든 가처분은 노동자가 생산을 멈출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무력하다는 고백이다. 그리고 시장의 9일 연속 매도는 국가가 아무리 포위해도 그 사실을 지울 수 없다는 또 다른 고백이다. 국가는 말로, 시장은 숫자로,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