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0개월: 진보 관점 중간 평가 — 1회차: 총론, 어떤 정부인가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4-19
연재 안내 | 「이재명 정부 10개월: 진보 관점 중간 평가」 전 5회
1회차: 총론 — 어떤 정부인가? ← 현재
2회차: 노동 —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의 실체
3회차: 외교·안보 — 한미동맹 현대화와 종속의 논리
4회차: 경제 — 재벌 개혁 없는 성장주의
5회차: 전망 — 6.25 지방선거와 진보의 과제
2025년 6월 4일, 이재명이 제21대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집권 경로는 전례 없이 이례적이었다. 윤석열의 12·3 계엄 내란, 헌법재판소 파면, 6·3 조기 대선이라는 비상한 경로를 거쳐 탄생한 정권이다. 출범 10개월이 지난 지금, 이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 연재는 진보 관점에서 그 물음에 체계적으로 답하려 한다.
1. 어떻게 집권했는가 — 내란이 만들어준 정권
이재명 정부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스스로의 대중적 동원력이 아닌, 전임 정권의 붕괴로부터 탄생했다는 점이다. 득표율 49.42%. 과반에 못 미쳤다. 그것도 탄핵 정국의 최고 수혜 상황에서.
이는 결코 사소한 사실이 아니다. 윤석열 파면 후 열린 조기 대선에서 '반내란 전선'의 수혜자로 민주당이 자동 부상했다. 노동자·청년·여성·소수자가 윤석열에 분노해 투표장에 나갔고, 그 표는 이재명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이 지지는 이재명의 계급적 프로그램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극우 내란에 대한 거부였다.
집권의 구조적 조건이 이렇다면, 정권의 계급적 기반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2. 누구의 정부인가 — 계급 기반 분석
이재명 정부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정부는 누구를 위해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가"이다.
지지 연합의 구성: 출범 초기 국정 지지율은 60%대를 기록했다. 계층별로는 40~50대, 화이트칼라 중산층에서 강세를 보였다. 반면 20대 지지율은 36.3%로 취약했다(조원씨앤아이, 2025). 이는 청년 세대의 구조적 불안(주거·고용)이 어느 정당의 집권으로도 해소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자본과의 관계: 이재명 정부의 경제 청사진은 선명하다. AI·반도체·바이오·K-컬쳐·방산·조선('ABCDE+2S') 중심의 전략산업 육성, 잠재성장률 3% 회복, 코스피 5000 목표, 국민성장펀드 100조 원 조성(삼일PwC 분석, 2025.09). 국정과제 123개 중 경제·산업 관련이 59개(46%)였다.
재벌 구조를 혁파하겠다는 선언은 없다. 상법 개정(이사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3%룰)은 소수주주 보호 수준의 지배구조 개선이지, 재벌 해체의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재벌 기업의 주가를 올려주는 방향이다.
노동과의 관계: '노란봉투법' 통과는 긍정 신호로 보인다. 사용자 범위 확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이 담겼다. 그러나 이것이 계급적 변화를 의미하는지는 2회차에서 집중 분석한다. 여기서는 한 가지만 짚어두자: 노동자연대와 볼셰비키그룹을 포함한 좌파 조직들은 일관되게 경고해왔다. "민주당은 노동인민의 정당이 아니다. 착하고 싶은 시기가 잠시 있을 것이나, 계급적 이해관계 차이는 반드시 드러난다"(볼셰비키그룹, 2025).
3. 집권의 구조적 조건 — 세 개의 제약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외부 환경은 유례없이 가혹하다.
제약 1 — 미국 관세 전쟁: 2025년 7월 22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은 한국 수출품에 대한 미국 관세를 15%로 확정했다. 대신 한국은 미국산 에너지 1,000억 달러 구매, 미국에 3,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숫자가 보여주듯, 이것은 협상이 아니라 굴복에 가까운 조건이었다.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수사로 포장됐지만, 실질은 자본 유출과 에너지 예속이다.
제약 2 — 저성장 구조: 한국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7.8%에서 2020년대 2%대로 하락했고, 현 추세 지속 시 2040년대 0%대 진입이 전망된다(한국은행).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AI·에너지 전환 전략은 이 구조적 위기에 대한 자본주의적 응답이다. 노동 감축을 AI로 대체하고, 그 이익을 '국민성장펀드'라는 메커니즘으로 일부 재분배하겠다는 구상이다. 노동자에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충분히 검토되지 않고 있다.
제약 3 — 이중 의존 구조: 한국의 무역 구조는 미국(군사·기술 동맹)과 중국(최대 무역 파트너) 사이에 끼어 있다. 2025년 대중 수출은 전년比 1.7% 감소, 대미 수출도 관세 영향으로 3.8% 감소했다(KITA). 반도체 수출이 전체의 24.7%를 차지하는 단일 품목 의존도는 이 구조적 취약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4. '진보 정권'인가 — 포지셔닝의 문제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를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국정 목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 국정 원칙: "경청과 통합, 공정과 신뢰, 실용과 성과." 어디에도 계급적 언어가 없다. 노동자·민중·재분배는 보조적 프레임으로 등장할 뿐이다.
이재명 정부를 '진보 정권'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정확하다. 더 정확한 규정은 개량주의적 성장주의 정권이다. 재벌 중심 성장 모델을 유지하면서, 주주 권익 보호·AI 전환·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현대화된 자본주의 경영을 추진한다. 노동에 대해서는 대화 제스처를 유지하되, 구조적 권력관계를 바꾸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패턴이 여기서 반복된다. 2016~17년 촛불의 에너지를 흡수해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노동 개악·재벌 사면·검찰 온존으로 귀결됐듯이, 내란 격퇴 에너지를 흡수해 집권한 이재명 정부도 동일한 역학적 압력을 받는다.
5. 10개월의 스냅샷 —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그대로인가
달라진 것:
- 노란봉투법 시행(공포 후 6개월, 2026년 초)
- 상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소폭 개선
- 계엄·내란 세력의 제도 권력 배제
- 2026년 R&D 예산 35.3조 원(전년比 +19.3%) — AI 분야 106% 증액
- 비례적 노동행정 일부 복원
그대로인 것:
- 재벌 핵심 지배 구조 (순환출자, 총수 일가 절대 통제)
- 한미동맹 하의 종속적 안보 구조
- 비정규직·특수고용·플랫폼 노동의 권리 공백
- 주거·교육에서의 계급 재생산 메커니즘
- 무역의 대미·대중 이중 의존 구조
소결 — 기대와 각성 사이
이재명 정부 출범 10개월은 '안도'와 '기대'의 시간이었다. 극우 내란이 종식됐고, 최소한의 법치가 복원됐다. 이것은 실질적 진보였다.
그러나 안도를 분석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내란을 막은 것이 이 정부의 계급적 성격을 바꾸지는 않는다. "착하고 싶은 시기"가 끝날 때 무엇이 드러날 것인지를 지금 물어야 한다.
2회차에서는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이라는 슬로건이 현장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들여다본다.
이 글은 「이재명 정부 10개월: 진보 관점 중간 평가」 연재의 1회차입니다. 독립 분석자의 시각에서 작성됐으며, 특정 정당·정파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
- 삼일PwC경영연구원, 「새정부 출범 100일, 경제회복의 시동을 걸다」, 2025.09
- 볼셰비키그룹,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노동계급 진영의 지나친 기대와 환상을 경계한다」, 2025
- KITA 한국무역협회, 2025년 수출 통계
-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2025
- 한국은행, 「AI와 한국경제」, 202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