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0개월 ③: 외교·안보 — '거래형 동맹'의 구조화와 군사화의 심화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4-19


「이재명 정부 10개월: 진보 관점 중간 평가」 3회차 | 2026년 4월


들어가며: '국익 중심 실용동맹'이라는 프레임

이재명 정부는 대미 외교를 "가치동맹에서 국익 중심 실용동맹으로"라는 말로 정의한다. 취임 직후 워싱턴 CSIS 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쓴 표현이다. 언뜻 진보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10개월의 궤적을 추적하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실용'의 내용이 동맹 부담의 대규모 확대이고, '국익'의 담지자는 재벌과 방산 복합체이며, 독립적 외교 공간은 오히려 좁아졌다.


1.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해부 — 2025년 11월 14일

2025년 11월 14일, 경주 APEC 계기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공개됐다. 이재명 정부가 첫 번째 대형 외교 성과로 내세운 문서다. 핵심 수치를 분해한다.

250억 달러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

2030년까지 F-35A 스텔스 전투기, 아파치 헬기, 글로벌호크 무인기 등 미국산 군사장비를 250억 달러(약 35조 원) 구매하기로 확정했다. 정부는 이를 "기존 진행 중인 도입 사업과 신규 사업의 합산"이라 설명하지만, 이 규모가 공식 문서에 명시된 것은 처음이다. 한미 간 군비 연동이 조약 수준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330억 달러 '종합적 지원' — 독소조항 논란

팩트시트에는 "한국은 주한미군에 대한 총 330억 달러 규모의 종합적 지원 방침을 공유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0년간 기존 비용(방위비분담금+토지사용료+전기요금 감면 등)을 카운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팩트시트 본문에는 지원 기간 '10년'이 명시돼 있지 않다. 같은 문서에서 무기 구매에는 '2030년까지'가 명시된 반면, 330억 달러 지원에는 기간이 없다. 2030년(5년)으로 해석하면 연간 66억 달러 — 현재 방위비분담금(약 10억 달러)의 6.6배다. 정부 해명대로 10년으로 봐도 연간 33억 달러, 현재의 3.3배다.

"종합적 지원이라는 애매한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요구해온 군사훈련 비용과 전략무기 전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을 담은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
— 전직 고위 외교 당국자 (한겨레 2025.11.16)

원자력 추진 잠수함 + 우라늄 농축 승인

팩트시트에는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의 우라늄 농축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자주국방의 새 이정표'로 홍보한다.

그러나 핵추진 잠수함은 자주국방이 아니라 대미 군비 종속의 심화다. 기술 이전이 아닌 허가 방식이며, 운용·유지보수에서 미국 의존이 장기화된다. 핵연료 문제에서도 농축 우라늄 공급선은 결국 미국이다. 독자 핵역량이 아닌 미국 핵우산 구조의 하드웨어 확장이다.


2. 방산수출 공세 — 무기경제로의 편입

2025년 이재명 정부 출범 후(6월~12월), 외국과의 방산 계약액은 142억 달러로 같은 해 전체 계약(152억 달러)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 대통령은 7월 '제1회 방위산업의 날' 행사에서 "방위산업은 안보일 뿐만 아니라 먹거리"라며 "정부가 적극 방산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당은 K-방산 4대 강국 목표를 공식화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방산수출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그러나 진보 관점에서 제기해야 할 질문은 다르다.

첫째, 수출 대상국의 분쟁 개입 문제. 한국은 이미 폴란드,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 NATO 인접국에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전투기를 대규모 수출했다. 유럽 재무장 흐름과 연동돼 있다. 이는 한국 군수산업이 글로벌 분쟁 공급망에 편입되는 것이다.

둘째, '먹거리'로서의 방산 논리는 군사화를 경제 논리로 정당화한다. 방산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평화 프로세스는 경제적 비용을 수반하는 구조가 된다.

셋째, 한미 무기 구매 250억 달러와 방산수출 확대는 모순이 아닌 연동이다. 미국에서 완제품을 사고, 미국 기술이 이전된 반제품으로 제3국에 파는 구조 — 이는 한국이 미국 방위산업 생산망의 하청 허브가 되는 경로다.


3. 한중 실용 외교 — 복원의 한계

윤석열 정부가 망가뜨린 한중관계를 이재명 정부는 빠르게 봉합했다. 2025년 11월 정상회담, 2026년 1월 베이징 제2차 정상회담, 70조원(4,000억 위안) 원·위안 통화스와프 연장, 6개 분야 MOU 체결. 이 대통령은 "2026년을 한중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성과는 실재한다. 그러나 근본 문제는 봉합됐을 뿐이다.

  • 사드(THAAD) 문제: 경제보복의 원인인 사드는 여전히 주한미군 운용 하에 있다. 한한령은 비공식 완화 수준이지, 중국의 공식 해제가 아니다.
  • 반도체 공급망 이중 압박: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BIS 규정)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사이에서, 한국은 한미 기술동맹 심화를 선택했다. 한중 MOU는 경제 교류 복원이지 구조적 의존 재편이 아니다.
  • 정경분리 원칙의 한계: 세종연구소 정성장이 권고한 정경분리는 "안보 문제와 경제 교류를 분리 대응"하는 전략이다. 현실에서 중국은 이 분리를 수용하지 않는다. 사드가 존재하는 한, 한중 경제관계는 언제든 중국의 정치적 레버리지가 된다.

4. 거래형 동맹의 구조화 — 진보 관점에서의 총평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10개월을 관통하는 논리는 '거래형 동맹(transactional alliance)의 적극 수용'이다.

트럼프의 미국이 "돈을 내지 않으면 동맹을 지키지 않겠다"고 했을 때, 이재명 정부가 선택한 대응은 두 가지였다. 첫째, 청구서를 최대한 낮게 협상한다. 둘째, 그 청구서를 방산수출·무기구매·핵잠수함이라는 군비확장으로 상쇄한다. '관계 자체의 재구성'은 선택지에 없었다.

이 전략의 계급적 기반은 명확하다. 방산·중공업 재벌(한화, 현대로템, LIG넥스원)은 수혜자이고, 군비 확장의 기회비용(복지·교육·전환산업)은 노동계급이 부담한다. 한미 군사동맹의 지정학적 모험성은 한반도 전체가 감내한다.

'진보 정부'라면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330억 달러 군비 대신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 전작권 환수, 주한미군 감축 협상, 한반도 평화협정 재추진 — 이 의제들은 팩트시트 어디에도 없다.


소결

영역 이재명 정부 행보 진보 관점 평가
방위비 분담 330억달러 '종합 지원' 약속 방위비 사실상 3~6배 인상 독소 내포
무기 구매 250억달러 미국산 군비 확정 대미 군사 종속 제도화
핵잠수함 원잠 승인 '자주국방' 홍보 미국 핵우산 하드웨어 확장
방산수출 연간 142억달러, 4대 강국 목표 무기경제 편입, 분쟁 공급망 연루
한중관계 실용 복원, 통화스와프 연장 사드 미해결, 구조적 의존 지속
전작권 논의 실종 자주국방 공백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는 트럼프 시대 거래형 동맹의 규칙을 내면화했다. '국익 중심'이라는 수사는 재벌·방산 복합체의 이익을 국익으로 포장하는 기능을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전작권 환수, 군축 — 진보적 외교의 의제들은 이 정부의 외교 의제표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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