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0개월: 진보 관점 중간 평가 — 4회차: '대도약 원년'의 경제학, 재벌 개혁 없는 성장주의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4-19


연재 안내: 「이재명 정부 10개월: 진보 관점 중간 평가」 4회차. 1회차: 총론 | 2회차: 노동 | 3회차: 외교·안보 | 4회차: 경제 | 5회차: 전망 (예정)

서론: '대도약'이라는 기표

2026년 1월 9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를 주재하며 2026년을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 원년"으로 선언했다. 목표 성장률 2%, 잠재성장률 반등, 양극화 극복, 규제혁신. 네 개의 축이 담긴 「2026년 경제성장전략」은 이재명 정부 경제 노선의 압축판이다.

그런데 이 선언 앞에 한 가지 사실이 버티고 있다. 2025년 실질 GDP 성장률은 1.0%였다. 정부 스스로 "계엄 여파로 1분기 역성장"을 인정한 수치다. 낮은 기저에서 출발한 2% 목표, 그리고 '대전환'을 내건 전략 문서. 그 안에 실제로 무엇이 있는가.


1.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성장론'

「2026년 경제성장전략」의 핵심 기조는 적극재정 + 신산업 투자 + 규제완화다. 참여연대는 즉각 이를 "성장방식과 경제질서의 대전환이 아니라, 재벌·금융·국가전략산업 중심의 기존 성장모델을 유지한 채 투자확대와 규제완화를 통해 성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규정했다.

비판의 핵심은 진단과 처방의 불일치다. 정부 문서는 "소득불평등은 주요국 대비 여전히 높고, 자산격차는 최고 수준"이라고 현황을 기술한다. K자형 성장 — 반도체·수출 대기업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내수·중소기업·자영업은 추락하는 분기의 심화. 그러나 이 불평등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진단은 보고서 어디에도 없다. 재벌 독점, 플랫폼 지배, 금융자산 집중, 노동 이중화. 격차의 구조적 원인들은 묵인된 채, 처방은 성장률 제고와 '균형성장 지원금' 수준에서 멈춘다.

이것이 개량주의적 성장주의의 고전적 패턴이다.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결과를 완화하려 한다. 격차는 '극복'의 대상으로 규정되지만, 격차를 생산하는 구조는 오히려 강화된다.


2. 상법 개정의 의미와 한계

공정하게 평가해야 할 항목이 있다. 이재명 정부는 상법 개정을 실제로 밀어붙였다.

  • 이사 충실 의무 확대 (주주뿐 아니라 회사 전체 이익)
  • 독립이사 1/3 이상 선출 의무화
  • 감사위원 분리 선출 (총수 일가 의결권 3% 제한 포함)
  • 대기업 집중투표제 의무화

윤석열 정부 시절 두 차례 거부권에 막혔던 이 조항들이 입법화되었다는 점은 자본시장과 지배구조 측면에서 진전이다. 소수주주 권리 강화, 총수 일가의 전횡 일부 제한. 경실련조차 "일정 부분의 기업지배구조개선 성과"로 인정한다.

그러나 상법 개정은 기업 내 권력 배분의 조정이지, 재벌 경제력 집중 해소가 아니다. 삼성·SK·현대차·LG 4대 재벌의 자산 집중, 순환출자·내부거래 구조, 금융-산업 복합 지배 — 이 구조의 해체는 상법 수준에서 달성되지 않는다.


3. 재벌 규제 완화 3종 세트: 이면의 논리

오히려 상법 개정 뒤에서 작동한 것은 재벌 규제 완화였다. 경실련이 정리한 3종 세트다.

① 금산분리 완화 및 지주회사제도 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12월 19일 업무보고에서 지주회사 증손회사 의무지분율 100% → 50% 완화를 발표했다. 명분은 "첨단전략·벤처산업 투자 활성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외부출자 비중은 40% → 50%, 총자산 중 해외투자 비중은 20% → 30%로 상향.

비판은 두 겹이다. 첫째, 지주회사 규제와 투자의 상관관계는 낮다. 자본시장에는 정책금융, 모태펀드,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이 이미 존재한다. 둘째, 이 패키지의 최대 수혜자가 SK그룹이라는 점에서 'SK 특혜법' 논란이 일었다. SK는 국내 지주회사 체제의 대표 그룹이자 CVC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집단이다.

이 대통령은 2026년 초 AI 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금산분리 완화를 직접 시사했다가 시민사회 반발로 한발 물러서면서 지주회사 규제 완화로 경로를 수정했다. 방향은 같고, 경로만 바꾼 것이다.

② 해외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 100% 상향

기획재정부는 2025년 12월 24일,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을 현행 95%에서 100%로 상향(2026.01.01 적용)했다. 이중과세 조정이 명분.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LG전자·기아차 5개 대기업이 익금불산입으로 감면받은 법인세는 2023년 기준 약 10조 원에 달한다. 100% 상향 이후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재벌 그룹이 해외자회사에 일감을 집중시키고 배당으로 이익을 회수하는 조세회피 경로가 법적으로 완성된다.

③ 배임죄 폐지·완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형법상 배임죄 폐지·완화를 '기업활력 제고'로 포장해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이미 경영판단원칙이 확립된 상황에서, 배임죄 폐지는 실질적 기업 범죄의 면책 경로를 넓히는 효과를 가진다. 참여연대가 긴급좌담회를 열어 저지에 나선 사안이다.


4. 재정: 확장이냐 폭주냐

이재명 정부의 재정 기조는 적극재정이다. 2026년 총지출 728조 원, 전년 대비 55조 원 증가. 5년간 국채 증가 약 500조 원 전망.

이 대통령은 2026년 4월 추경(26.2조 원)을 국회에서 제출하며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을 강조했다. 초과세수 25.2조 원 + 기금 자체재원 1조 원 활용이라는 설명이다. 증시·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재원으로 삼은 구성으로, 재정 신뢰도 관리에 신경을 쓴 흔적은 있다.

그러나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구조가 다르다. 「2025~2029년 계획」에는 4년간 500조 원 규모의 국채 증가가 내장되어 있다. 재정 확장의 방향 자체를 문제 삼기 전에, 무엇에 쓰이느냐가 핵심이다. 전략산업 투자 지원과 정책금융이 중심인 확장재정은 결국 민간 대기업 투자의 사회화 — 위험은 공공이 지고, 이익은 민간이 가져간다.


5. '공정 경제'의 자기 모순

이재명 정부의 경제 논리는 내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한쪽에서는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노동자 추정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등 노동·소수주주 측에 유리한 제도 개편이 실행된다. 다른 한쪽에서는 금산분리 완화, 익금불산입 확대, 배임죄 폐지,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 재벌·대자본 측에 유리한 구조 완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이 이중성은 정책적 무능이 아니라 계급 균형의 표현이다. 이재명 정부의 지지 연합은 조직노동·진보 시민사회와 대기업 투자 확대를 원하는 자본 일부를 동시에 껴안는다. 상부구조(노동법·지배구조 제도)의 개량과 하부구조(자본 축적 구조)의 온존이 공존하는 이유다.

이것이 유럽 사민주의가 20세기에 보여준 패턴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복지국가'와 '성장주의'는 모순이 아니라 동일 계급 균형의 두 면이다. 문제는 이 균형이 언제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


소결: 성장이 오더라도 누구의 성장인가

2026년 경제 지표가 정부 목표에 근접한다고 가정하자. 성장률 2%, 반도체 수출 호황, 주가지수 상승. 이것이 '대도약'인가.

K자형 구조 아래에서 성장의 과실은 자동적으로 상위 계층·대기업에 집중된다. '모두의 성장'은 낙수효과의 재포장이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 성장은 격차를 벌릴 뿐이다.

더 근본적으로, 재벌 체제의 경제력 집중은 정치 권력으로 전환된다. 금산분리 완화 이후 대형 재벌이 금융 자산까지 장악하면, 다음 정권에서 '개혁'이 가능한 정치·경제 지형은 더 좁아진다. 이재명 정부의 재벌 완화 조치들은 단기 투자 확대의 효과보다 장기 구조 봉쇄의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대도약 원년'. 기표는 화려하다. 기의는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방향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다음 회차(5회차): 6.25 지방선거와 진보의 과제 — 이 정부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