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그람시,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보내는 편지」(1926)
인물안토니오 그람시, 팔미로 톨리아티, 레프 트로츠키, 그리고리 지노비예프, 레프 카메네프, 블라디미르 레닌, 이오시프 스탈린, 베니토 무솔리니 용어통합반대파, 이탈리아 공산당, 코민테른, 신경제정책(네프), 스미치카, 볼셰비키화 사건레닌 사후 권력투쟁과 좌익 반대파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보내는 편지
친애하는 동지 여러분,
이탈리아 공산주의자들과 우리나라의 모든 의식 있는 노동자들은 여러분의 토론을 언제나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여 지켜보아 왔습니다. 러시아 공산당의 대회와 협의회가 열릴 때마다 그 전야에 우리는, 논쟁이 아무리 격렬하더라도 러시아 당의 통일은 위험에 처해 있지 않다고 확신했습니다. 아니, 그런 토론을 거쳐 더 큰 이데올로기적·조직적 동질성에 이른 당이 노동자 국가의 권력 행사에 따르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준비와 채비를 더 잘 갖추게 되리라고 확신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제15차 협의회[1]를 앞두고 우리는 더 이상 지난날의 확신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찌할 수 없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반대파 블록[2]의 현재 태도와 소련 공산당 안의 논쟁의 격렬함이 형제 당들의 개입을 요구한다고 여겨집니다. 우리가 이 편지를 여러분에게 보내는 것은 바로 이런 분명한 확신 때문입니다. 우리 당이 견뎌야 하는 고립 탓에 우리가 소련 공산당의 내부 상황에 관련된 위험을 과장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 상황의 국제적 파장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결코 과장이 아니며, 우리는 국제주의자로서 우리의 의무를 다하고자 합니다.
소련의 우리 형제 당의 내부 상황은 이전의 토론들 때와는 다르고 훨씬 더 심각해 보입니다. 오늘 우리는 언제나 당과 인터내셔널의 지도 핵심이었던 레닌주의 중심 그룹 안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깊어지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종류의 분열은 대회 표결의 수치상 결과와 상관없이 가장 심각한 파장을 낳을 수 있습니다. 반대파 소수가 당의 혁명적 규율의 기본 원칙을 최대한 충실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만이 아니라, 투쟁을 벌이면서 모든 형식적 민주주의보다 위에 있는 일정한 한계를 넘어설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레닌의 귀중한 가르침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계급의 적들의 판단을 깊이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친애하는 동지 여러분, 국제 부르주아지의 가장 강력한 신문들과 정치가들이 소련 공산당의 기본 핵심 안에 존재하는 갈등의 이 유기적 성격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 우리 형제 당의 분열에 기대를 걸면서 그 분열이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해체와 느린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백위군의 침입과 반란이 일으키지 못한 혁명의 파국을 그 분열이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늘 부르주아 언론이 러시아의 사건들을 분석하려 할 때 보이는 냉정한 신중함 자체, 그리고 그 언론이 예전에 더 즐겨 쓰던 격렬한 선동을 되도록 피하려 한다는 사실은, 러시아 동지들을 생각하게 하고 그들의 책임을 더 깊이 깨닫게 해야 할 징후입니다. 국제 부르주아지가 소련 공산당의 분열 가능성이나 내부 위기의 악화에 기대를 거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러시아에 노동자 국가가 존재한 지 이제 아홉 해가 됩니다. 근로 계급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공산당들 안에서도 혁명의 발전 전체를 온전히 재구성하고, 소비에트 국가의 일상생활을 이루는 세부에서도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일반적 전망으로 이어지는 붉은 실의 연속성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소수뿐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집회의 자유가 더는 존재하지 않고 언론의 자유가 완전히 억압되었거나 전례 없는 제한을 받는 나라들, 이탈리아(이곳에서는 법원이 트로츠키, 레닌, 스탈린, 지노비예프의 책을, 최근에는 『공산당 선언』까지 압수하고 출판을 금지했습니다) 같은 나라들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당들이 아직 당원과 대중 일반에게 충분한 자료를 제공할 자유를 갖고 있는 나라들에서도 그렇습니다. 이런 나라들에서도 거대한 대중은 소련 공산당 안에서 벌어지는 토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특히 그 토론이 지금처럼 격렬하고, 세부의 한 측면이 아니라 당의 정치 노선 전체를 건드릴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근로 대중 일반만이 아니라 우리 당들의 대중 자신도, 소비에트 공화국과 그곳에서 집권한 당에서 사회주의라는 일반적 전망 속에서 일하는 단 하나의 전투 단위를 보며, 또 그렇게 보고 싶어 합니다. 서유럽 대중은 러시아와 러시아 당을 이런 관점에서 보는 한에서만, 소련 공산당이 인터내셔널의 지도하는 당이라는 것을 기꺼이, 역사적으로 필연적인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오직 그렇기 때문에 오늘 소비에트 공화국과 소련 공산당은 혁명의 조직과 추진의 강력한 요소입니다.
부르주아 정당들과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같은 이유로 소련 공산당 안의 논쟁과 갈등을 이용합니다. 그들은 러시아 혁명의 이 영향력에 맞서, 소련 공산당을 중심으로 온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혁명적 통일에 맞서 싸우려 합니다. 친애하는 동지 여러분, 파시즘의 국가 조직과 당 조직이 거대한 노동자·농민 대중의 자율적 생활의 모든 두드러진 표현을 질식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는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서, 파시스트 신문들, 특히 지방 신문들이 선동과 욕설을 최소한으로 줄인 채 선전용으로 기술적으로 잘 짜인 기사들로 가득하다는 것은 극히 의미심장합니다. 그 기사들은 객관성을 보이려는 뻔한 노력을 기울이며, 소련 공산당 반대파 블록의 가장 이름난 지도자들 자신의 발언으로 보아도 이제 소비에트 국가는 틀림없이 순전한 자본주의 국가가 되어 가고 있으며, 따라서 파시즘과 볼셰비즘 사이의 세계적 결투에서 파시즘이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증명하려 합니다. 이 캠페인은 일부 지역에서는 여섯 해째 빈약한 비합법 당 문헌밖에 받아 보지 못하는 이탈리아 인민의 거대한 대중 사이에서 소비에트 공화국이 여전히 얼마나 엄청난 공감을 누리는지를 보여 주지만, 동시에 이탈리아 내부의 실제 상황을 아주 잘 알고 대중을 다루는 법을 배운 파시즘이 반대파 블록의 정치적 태도를 이용해 무솔리니 정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확고한 반감을 결정적으로 깨뜨리고, 적어도 파시즘이 그것에 따르는 잔혹함과 해악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역사적 필연으로라도 보이는 정서를 만들어 내려 한다는 것도 보여 줍니다.
우리는 인터내셔널 안에서 우리 당이 소련 공산당에 존재하는 심각한 상황의 파장을 가장 크게 받는 당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위에서 말한, 이를테면 외적인, 우리나라 혁명 발전의 일반적 조건에 관련된 이유들 때문만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인터내셔널의 모든 당은 옛 사회민주주의에서, 그리고 여러 나라에 존재하는 여러 국민적 전통(아나키즘, 생디칼리슴 따위)에서 우파와 좌파의 모든 편향의 온상인 한 덩어리의 편견과 이데올로기적 동기를 물려받았습니다. 지난 몇 해 동안, 특히 제5차 세계대회[3] 이후로, 우리 당들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거쳐, 고통스럽고 진을 빼는 위기들을 거쳐 확실한 레닌주의적 안정에 이르고 있었고, 진정한 볼셰비키 당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프롤레타리아 간부들이 아래로부터, 작업장에서 길러지고 있었고, 지식인 분자들은 실천 활동을 토대로, 행동의 지반 위에서 엄격한 선별과 가차 없는 검증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 재가공은 하나로 통일된 전체로서의 소련 공산당과 소련 당의 모든 위대한 지도자들의 지도 아래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위기의 첨예함과 그것이 품고 있는 공공연한 또는 잠재적인 분열의 위협은 우리 당들의 이 발전과 재가공 과정을 멈추게 하고, 우파와 좌파의 편향을 굳어지게 하며, 노동자 세계당의 유기적 통일의 성공을 또다시 멀어지게 합니다. 우리가 국제주의자로서 소련 공산당의 가장 책임 있는 동지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믿는 것은 특히 이 요소에 관해서입니다. 동지 여러분, 여러분은 지난 아홉 해의 세계사에서 모든 나라 혁명 세력의 조직자이자 추진자였습니다. 여러분이 해 온 역할은 그 넓이와 깊이에서 그에 견줄 만한 선례를 인류 역사 전체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업적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소련 공산당이 레닌의 추동으로 쟁취했던 지도적 역할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그것을 없애 버릴 위험을 무릅쓰고 있습니다. 러시아 문제들에 대한 격렬한 열정 때문에 여러분이 러시아 문제들 자체의 국제적 측면을 놓치고, 러시아 투사로서의 여러분의 의무는 국제 프롤레타리아트의 이익이라는 틀 안에서만 다할 수 있고 또 다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탈리아 공산당 정치국은 오늘 소련 공산당에서 토론되고 있는 모든 문제를, 주어진 여건 안에서 최대한 성실하고 주의 깊게 연구했습니다. 오늘 여러분 앞에 제기된 문제들은 내일 우리 당 앞에 제기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 대중이 근로 인구의 다수입니다. 게다가 프롤레타리아트의 헤게모니에 관련된 모든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틀림없이 러시아에서보다 더 복잡하고 첨예한 형태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농촌 인구 밀도는 훨씬 더 높고, 우리 농민들은 매우 풍부한 조직 전통을 갖고 있어 국민 정치 생활에서 대중으로서의 고유한 무게를 언제나 매우 뚜렷하게 느끼게 해 왔으며, 우리나라의 교회 조직 기구는 이천 년의 전통을 갖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는 그 유례가 없는 방식으로 농민에 대한 선전과 조직에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공업이 더 발달했고 프롤레타리아트가 상당한 물질적 토대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 공업이 국내에 원료를 갖고 있지 않아 위기에 더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프롤레타리아트는 희생정신이 매우 풍부하고 개량주의적이거나 생디칼리슴적인 동업조합주의의 모든 잔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을 때에만 그 지도적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탈리아 공산당 정치국은 이런 현실적인 관점, 우리가 레닌주의적이라고 믿는 관점에서 여러분의 토론을 연구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분파라는 엄밀히 규율상의 문제에 관해서만 당의 의견을 밝혀 왔습니다. 여러분이 제14차 대회[4] 뒤에 보낸, 러시아의 토론을 인터내셔널의 지부들로 옮기지 말라는 요청을 따르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다수파의 정치 노선이 기본적으로 옳다고 여긴다는 것, 그리고 문제 전체를 제기할 필요가 생긴다면 이탈리아 당의 다수도 틀림없이 그렇게 의견을 밝힐 것이라는 것을 선언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이나 반대파 블록의 동지들을 상대로 선동이나 선전을 할 생각이 없고, 그것이 쓸모없다고 여깁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개별 문제를 늘어놓고 그 곁에 우리의 평가를 적은 목록을 만들지 않겠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반대파의 태도가 중앙위원회의 정치 노선 전체를 겨누어 레닌주의 학설과 우리 연방 당의 정치 행동의 심장 그 자체를 건드린다는 사실입니다. 논란에 부쳐지고 있는 것은 프롤레타리아트 헤게모니의 원칙과 실천이며, 어지럽혀지고 위태로워지는 것은 노동자와 농민 사이의 기본적 동맹 관계, 곧 노동자 국가와 혁명의 기둥들입니다. 동지 여러분, 지배계급이 전체로서 피지배·피예속 계급의 특정 분자나 계층보다 낮은 생활 조건에 놓인 일은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역사는 이 전대미문의 모순을 프롤레타리아트의 운명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이 모순에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가장 큰 위험들이 있습니다. 특히 자본주의가 크게 발전하지 못했고 생산력을 통합하지 못한 나라들에서 그렇습니다. 또한 프롤레타리아트가 객관적으로 높은 사회적 역할에 이른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도 그 몇몇 측면이 이미 나타나는 이 모순에서 개량주의와 생디칼리슴이 생겨나고, 동업조합 정신과 노동귀족의 계층 분화가 생겨납니다. 그런데도 프롤레타리아트는 동업조합적 이익을 희생해 이 모순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지배계급이 될 수 없고, 지배계급이 된 뒤에도 계급의 일반적이고 항구적인 이익을 위해 이 직접적 이익을 희생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헤게모니와 독재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 지반 위에서는 선동하기 쉽고, 모순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기 쉽습니다. “헐벗고 굶주린 노동자여, 지배자는 너인가, 아니면 모피를 두르고 세상의 온갖 재화를 마음대로 쓰는 네프맨[5]인가?” 개량주의자들도 그렇게, 대중의 결속과 규율은 높였지만 길게 이어지는 바람에 개별 노동자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 혁명적 파업 뒤에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 때문에 싸웠는가? 당신들은 망했고 가난해졌다.” 이 지반 위에서는 선동하기 쉽고, 문제가 레닌주의의 관점, 역사적으로 다른 자리가 아닌 특정한 자리에 놓인 프롤레타리아트 헤게모니의 학설의 관점이 아니라 동업조합 정신의 관점에서 제기되었을 때는 선동하지 않기가 어렵습니다.
우리에게는 이것이 여러분의 토론의 본질적 요소이며, 이 요소에 반대파 블록의 오류의 뿌리와 그 활동에 담긴 잠재적 위험의 근원이 있습니다. 반대파 블록의 이데올로기와 실천 속에서, 지금까지 서방 프롤레타리아트가 지도계급으로 조직되는 것을 가로막아 온 사회민주주의와 생디칼리슴의 전통 전체가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노동자 국가를 다스리는 당의 굳건한 통일과 굳건한 규율만이 네프 체제 아래에서, 곧 우리가 말한 모순이 한껏 전개되는 가운데 프롤레타리아 헤게모니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통일과 규율은 기계적이고 강제된 것일 수 없습니다. 그것은 충실하고 확신에 찬 것이어야 하며, 탈출이나 기습 돌파를 꾀하는 포로가 되었거나 포위된 적군 부대의 통일과 규율이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친애하는 동지 여러분, 우리는 이것을 형제와 벗의 정신으로, 비록 손아래 형제이지만 그 정신으로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지노비예프, 트로츠키, 카메네프 동지는 우리를 혁명을 위해 교육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고, 때로는 우리를 매우 단호하고 엄하게 바로잡아 주었으며, 우리의 스승이었습니다. 우리는 특히 그들에게, 현재 상황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로서 호소합니다.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다수파가 투쟁에서 지나치게 이기려 하지 않고 과도한 조치를 피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가 확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우리 형제 당의 통일은 세계 혁명 세력의 발전과 승리에 필요합니다. 모든 공산주의자와 국제주의자는 이 필요를 위해 가장 큰 희생을 치를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통일된 당이 저지른 오류의 피해는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분열이나 오래 이어지는 잠재적 분열 상태의 피해는 돌이킬 수 없고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적 인사를 보내며
[이탈리아 공산당 정치국]
부록: 톨리아티에게 보낸 답장(1926년 10월 26일)
1926년 10월 26일
가장 친애하는 에르콜리,
18일 자 자네 편지를 받았네. 다른 동지들의 의견도 대변한다고 확신하지만, 개인 자격으로 답하네.
자네의 편지는 추론 방식이 너무 추상적이고 너무 도식적으로 보이네. 우리는 우리나라들에 기술적 조직으로서의 당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는 모순되게 층을 이루고 있지만 전체로서는 통일로 향하는 거대한 근로 대중도 있다는 관점, 내가 보기에 정확한 관점에서 출발했네. 이 통일 과정의 가장 강력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소련의 존재일세. 그것은 소련 공산당의 실제 활동과, 소련에서는 사회주의의 길을 걷고 있다는 널리 퍼진 확신과 이어져 있네. 우리 당들이 소련의 능동적 전체를 대표하는 한, 우리 당들은 거대한 대중의 모든 정치 계층에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그 대중의 통일 경향을 대표하며, 모순된 상부구조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유리한 역사적 지반 위에서 움직이네.
그러나 소련 공산당을 역사에 나타난 가장 강력한 대중 조직자로 만드는 이 요소가 이제 안정되고 결정적인 형태로 확보되었다고 믿어서는 안 되네. 전혀 그렇지 않네. 그것은 언제나 불안정하네. 또 러시아 혁명이 벌써 아홉 해를 이어 왔고, 그 현재 활동은 부분적 행동과 통치 행위의 집합이어서, 매우 발달한 이론적·정치적 의식만이 그것을 하나의 전체로, 사회주의를 향한 전체적 운동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네. 거대한 근로 대중만이 아니라 서방 당들의 당원 가운데 상당 부분에게도, 러시아 혁명의 전체적 운동은 러시아 당이 통일되어 움직인다는 사실, 우리 대중이 알고 알아 온 대표적 인물들이 함께 일하고 움직인다는 사실로 구체적으로 표현되네. 그 당원들은 발달한 의식을 향한 근본적이지만 첫 단계에 불과한 걸음, 곧 입당이라는 한 걸음으로만 대중과 구별될 뿐이니 말일세. 그러므로 러시아 당만이 아니라 레닌주의 핵심의 통일 문제는 국제적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일세. 그것은 대중의 관점에서 보면, 통일을 향한 모순된 과정이 강화된 이 역사적 시기에 가장 중요한 문제일세.
통일이 적어도 지난날 그것이 지녔던 형태로는 유지될 수 없을 가능성이 있고, 그럴 공산도 크네. 그렇더라도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며, 동지들과 대중이 새로운 상황에 대비하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분명하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 동지들의 정치의식에 그들의 태도가 낳으려 하는 위험과 약점을, 그것도 힘차게 일깨우는 것이 우리의 절대적 의무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닐세. 우리가 기정사실이 이루어지도록 수동적으로 내버려 두고 그 필연성을 미리 정당화한다면, 우리는 참으로 가련하고 무책임한 혁명가일 것이네.
우리가 이런 의무를 다하는 것이 부차적으로 반대파에게도 이로울 수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까지만 걱정하면 되네. 실제로 우리의 목표는 서로 다른 경향과 서로 다른 인물이 이데올로기적으로도 다시 가까워지고 하나로 녹아들 수 있는 통일된 평면을 유지하고 만들어 내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니 말일세. 그러나 나는 우리의 편지, 떼어 내고 잘라 낸 구절로가 아니라 분명히 전체로서 읽혀야 할 그 편지에 중앙위원회 다수파의 입지를 약하게 할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네. 어쨌든 바로 그 점과 그렇게 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나는 덧붙인 편지[6]에서 자네에게 형식을 고쳐도 좋다고 허락했네. 자네는 두 부분의 순서를 바꾸어 반대파의 「책임」에 관한 우리의 단언을 맨 앞에 놓을 수도 있었네. 그래서 자네의 이런 추론 방식은 내게 몹시 고통스러운 인상을 주었네.
그리고 우리에게는 경보를 울리려는 기색이 조금도 없으며, 오직 숙고된 냉정한 성찰만이 있다는 것을 말해 두고 싶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으리라고 확신하네. 그러나 세상이 무너지려 할 때에만 움직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 같네. 그러므로 어떤 상투어도, 러시아 문제를 보는 방식에서 우리가 옳은 노선, 레닌주의 노선에 서 있다는 확신에서 우리를 흔들어 놓지 못할 것이네. 레닌주의 노선은 당의 통일을 위해 싸우는 데 있네. 바깥의 통일만이 아니라, 당 안에 모든 문제에서 완전히 갈라지는 두 정치 노선이 없다는 데 있는 조금 더 내밀한 통일을 위해서 말일세. 인터내셔널의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지도에 관한 한 우리나라들에서만이 아니라, 프롤레타리아트의 헤게모니, 곧 국가의 사회적 내용에 관한 한 러시아에서도, 당의 통일은 존립의 조건일세.
자네는 러시아 문제의 국제적 측면, 곧 근로 대중이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와 맺은 결속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반영인 측면과, 노동조합과 정치 영역의 국제 조직 문제를 혼동하고 있네. 두 계열의 사실은 긴밀히 맞물려 있지만 그래도 구별되네. 더 좁은 조직 영역에서 마주치고 쌓여 온 어려움들은, 더 넓은 대중 이데올로기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동요, 곧 일부 민중 지대에서 러시아 당의 영향력과 위신이 줄어드는 데 달려 있네. 우리는 방법상 가장 일반적인 측면만 말하려 했네. 다른 당들의 몇몇 문서에 안타깝게도 드러나 그 개입의 진지함을 떨어뜨리는 학교식 어설픈 지식에 빠지지 않으려 했던 것이네.
그러니 자네 말처럼 우리가 서방 당들의 실제 볼셰비키화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닐세. 전혀 그렇지 않네. 볼셰비키화 과정은 너무나 느리고 어려워서 아주 작은 걸림돌 하나에도 멈추고 늦어지네. 러시아의 토론과 반대파의 이데올로기는 이 정지와 지연에서 그만큼 더 큰 역할을 하네. 반대파는 러시아에서, 서방 프롤레타리아트의 전통을 짓누르며 그 이데올로기적·정치적 발전을 늦추는 계급적 동업조합주의와 생디칼리슴의 온갖 낡은 편견을 대표하기 때문일세. 우리의 지적은 전적으로 반대파를 겨눈 것이었네. 당들의, 그리고 러시아 당의 위기도 객관적 상황과 이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네. 그러나 그것이 무슨 뜻인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싸우기를 그만두고, 주관적 요소들을 유리하게 바꾸려는 노력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인가? 볼셰비즘은 바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머리를 제자리에 두고 이데올로기적·정치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데도 있네. 그러므로 자네의 지적은 5항에 담긴 지적과 마찬가지로 생기 없고 가치 없는 것이네.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전위가 아니라 거대한 대중에 대해 말했으니 말일세. 그러나 부차적으로는 이 전위에게도 어려움이 있네. 이 전위는 허공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일세. 그리고 계급적 동업조합주의로, 곧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켜야 할 전위의 지도적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는 쪽으로 기우는 개량주의가 러시아에서보다 서방에 훨씬 더 깊이 뿌리내려 있는 만큼 그 어려움은 더 크네. 게다가 자네는 많은 당에서 활동이 이루어지는 기술적 조건을 쉽게 잊네. 그 조건에서는 더 높은 이론적 문제를 노동자들의 작은 모임 밖으로 퍼뜨릴 수 없네. 자네의 추론 전체가 「관료주의」에 물들어 있네. 1917년 10월로부터 아홉 해가 지난 오늘, 서방 대중을 혁명화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볼셰비키가 권력을 잡았다는 사실이 아닐세. 그 사실은 이미 감안되었고 그 효과를 다 냈기 때문일세. 오늘 이데올로기적·정치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프롤레타리아트가 일단 권력을 잡으면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있다는 확신(그런 확신이 있다면)일세. 당의 권위는 이 확신과 이어져 있네. 그리고 그 확신은 학교식 교육 방법으로가 아니라 혁명적 교육 방법으로만, 곧 러시아 당이 전체로서 확신을 품고 하나로 싸운다는 정치적 사실로만 거대한 대중에게 심어질 수 있네.
우리 편지를 다른 누구보다 먼저 자네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자네가 내 개인 쪽지를 실마리로 삼아서라도 어쨌든 더 잘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 진심으로 유감일세. 우리 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파에 대한 논고였네. 선동적인 말로 쓰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효과적이고 더 진지한 논고였네. 편지의 이탈리아어 원문과 내 개인 쪽지와 함께 이 편지도 기록에 첨부해 주기 바라네.
진심 어린 인사를 보내네.
안토니오
주석
- 옮긴이: 전연방 공산당(볼셰비키) 제15차 협의회. 1926년 10월 26일부터 11월 3일까지 모스크바에서 열렸고, 통합반대파를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
- 옮긴이: 1926년 봄과 여름에 트로츠키의 좌익반대파와 지노비예프·카메네프의 신반대파가 손잡은 통합반대파. 1926년 10월 반대파 지도자들은 분파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성명을 냈지만, 10월 23일 중앙위원회·중앙통제위원회 합동 전원회의는 트로츠키를 정치국에서, 카메네프를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물러나게 하고 지노비예프의 코민테른 사업을 끝내기로 했다. ↩
- 옮긴이: 코민테른 제5차 세계대회(1924년 6~7월). 각국 공산당의 「볼셰비키화」를 내걸었다. ↩
- 옮긴이: 1925년 12월의 전연방 공산당(볼셰비키) 제14차 대회.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의 신반대파가 패배했다. ↩
- 옮긴이: 신경제정책(네프) 아래에서 상업과 소규모 사업으로 부를 쌓은 사람들. ↩
- 옮긴이: 그람시가 정치국 편지에 덧붙여 톨리아티에게 보낸 개인 쪽지. 편지 끝에서 말하는 「내 개인 쪽지」와 같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