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이 고트발트에게 보낸 서한 (1950년 8월 27일)
인물이오시프 스탈린, 클레멘트 고트발트 용어소련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이콧 (1950년), 중국국민당 사건한국전쟁
극비
프라하. 소련 대사
고트발트에게 다음 내용을 말로 전하시오. 그가 요청하면 글로 적어 주시오.
「6월 27일 소련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빠져 있었던 문제와 그 뒤에 벌어진 사태에 대해, 우리는 고트발트 동지와 조금 다르게 봅니다.
우리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빠진 데에는 네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첫째, 소련이 새 중국과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 주려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국민당 허수아비를 안전보장이사회의 중국 대표로 인정하고 진짜 중국 대표는 안전보장이사회에 들이지 않으려는 미국 정책이 얼마나 어리석고 멍청한지 드러내려는 것이었습니다. 셋째, 두 강대국 대표가 없다는 이유로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을 불법으로 만들려는 것이었습니다. 넷째, 미국 정부에 손발을 풀어 주어, 안전보장이사회의 다수를 이용해 새로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게 하고 — 그럼으로써 여론이 미국 정부의 참모습을 알아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우리가 이 목적들을 모두 이루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빠진 뒤 미국은 조선에서 군사 개입에 휘말려 들었고, 지금 거기서 자신의 군사적 위신과 도덕적 권위를 탕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조선에서 폭압자이자 침략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군사적으로도 스스로 선전하는 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 정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도 의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게다가 미합중국이 지금 극동에 매여 유럽에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이 모든 것이 세계 세력 균형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이득이 됩니까? 분명히 이득이 됩니다.
미국 정부가 앞으로도 극동에서 수렁에 더 깊이 빠져 들고, 중국을 조선의 자유와 중국 자신의 독립을 위한 싸움으로 끌어들인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겠습니까?
첫째, 미국은 다른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군을 대기시켜 둔 중국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미국은 이 싸움에서 기진맥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이 일로 기진맥진한 미국은 가까운 시일 안에 제3차 세계대전을 벌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제3차 세계대전은 기약 없이 미뤄질 것이고, 이는 유럽에서 사회주의를 굳히는 데 필요한 시간을 보장해 줄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극동 아시아 전체를 혁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세계 세력 균형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이득이 됩니까? 분명히 이득이 됩니다.
보시다시피, 소련이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여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언뜻 보기처럼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모든 까닭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진영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빠질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빠지느냐 마느냐는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 정세에 따라 다시 한번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빠질 수도 있고 다시 한번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은 무엇 때문에 안전보장이사회에 돌아왔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요. 미국 정부의 침략 정책을 계속 폭로하고, 미국 정부가 자기 침략을 안전보장이사회의 깃발로 가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이 이미 조선 침략에 말려든 지금은 안전보장이사회 안에 있으면서 이 목적을 이루는 것이 가장 쉬울 것입니다. 이것은 알 만한 일이고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필리포프.
1950년 8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