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제도의 모순 (부분 개혁 함정)
partial reform trap / institutional contradiction of transition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 과정에서 부분적 개혁이 오히려 제도적 모순을 낳아 전환을 정체시키는 현상. 초기 개혁의 승자들이 왜곡된 시장에서 발생하는 지대(rent)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 개혁을 저지함으로써, 사적 소유는 존재하나 경쟁적 시장은 부재하는 '부분 개혁 균형'에 경제가 고착된다. 고르바초프 시기 협동조합이 국영기업으로부터 보조금 투입재를 빼돌려 총생산을 감소시킨 사례, 그리고 탈공산주의 국가들에서 초기 사유화 수혜자들이 제도 개혁을 봉쇄한 경로가 대표적이다.
상세
명명과 연구 계보
‘부분 개혁 함정’과 ‘전환기 제도의 모순’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 초기에 부분적 개혁이 전환 자체를 정체시키는 현상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두 계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부분적 가격 자유화가 산출 감소를 낳는 경로를 밝힌 미시경제학적 모형이고, 다른 하나는 정체를 개혁의 정치경제학으로 설명한 문헌이다.
부분 가격자유화 모형 (머피·슐라이퍼·비시니, 1992)
케빈 머피, 안드레이 슐라이퍼, 로버트 비시니는 1988년 이후 러시아와 그보다 앞선 중국의 개혁을 모델화했다. 일부 시장만 자유화되어 생산자가 비국영 기업에는 자유가격으로, 국영기업에는 국가가격으로 판매해야 하는 개혁에서 보조금이 붙은 투입재가 국영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대량 유출될 수 있으며, 국영기업이 그 투입재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우에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결과는 총산출의 감소일 수 있다. 저자들은 이 분석이 생산 조정의 붕괴, 납품 할당량에 대한 국가의 단속 강화, 거래 협동조합 금지, 사유화 반대 같은 소련 개혁의 여러 결과를 설명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모형으로 저자들은 러시아에서 부분 개혁이 실패하고 중국에서는 작동한 이유를 설명하려 했다.
정치경제학적 부분 개혁 균형 (옐먼, 1998)
조엘 옐먼은 『부분 개혁의 정치학』(1998)에서 ‘부분 개혁 균형’ 개념을 제시했다. 초기 개혁을 통해 큰 부를 축적한 행위자들이 그 부를 낳은 시장 왜곡을 보존할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이후 개혁을 정체시킨다는 것이다. 개혁의 승자들은 추가 개혁으로 줄어들 지대 흐름이 새로 얻을 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할 때 현상을 유지할 유인을 갖는다. 이 개념은 이후 중국 등 다른 시장전환 국가에도 적용되었다. 옐먼은 다니엘 카우프만과 함께 ‘국가 포획’ 개념도 발전시켰는데, 이는 사적 이익 제공을 통해 국가의 법규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적 부패 형태로 정의된다. 같은 시기 무엇보다 가난한 계층이 아니라 초기 지대의 수혜자, 즉 국영기업 관리에서 사적 소유자가 된 사람, 신생 은행가, 올리가르히, 마피야가 개혁을 중간에 동결시키려 했다는 논지가 전환기 정치경제학의 주요 가설로 자리 잡았다.
정체 메커니즘의 구체화 (IMF, 2000)
올레흐 하브릴리신과 존 오들링스미는 2000년 IMF 『재정과 개발』에서 지대추구 이해집단이 부분 전환을 밀어붙인다고 정리했다. 개혁이 빠르게 진행된 나라에서는 옛 엘리트의 권력이 약화되었으나,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옛 엘리트 출신 다수가 새 기회를 포착했다. 몰도바, 러시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에너지·원자재 보조금이 계속되어 정부 허가를 받아 원자재를 싸게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지대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글은 이해집단이 안정화와 사유화에는 찬성했지만,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하는 조치와 예측 가능한 법치, 소유권 보호에 반대했다고 본다. 그 결과 사적 소유는 있으나 경쟁적 시장은 없는 상태가 일시적으로 고착된다는 것이다.
중국 적용 (페이, 2006)과 한계
민신 페이는 2006년 『차이나 트랩드 트랜지션』에서 이 틀을 중국에 적용해, 절반만 끝난 개혁이 새 엘리트에게 권력을 넘겨 그들이 특권을 영속화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페이에 따르면 1979년 이후 1인당 소득은 10배 늘고 대외무역은 1978년 200억 달러에서 2005년 1조 달러로 폭증했으나, 개혁 동력은 농업 집단화 해체와 소규모 국영기업 사유화 이후 소진되었고 국가는 여전히 고정자산의 약 60퍼센트를 소유하며 금융·에너지 등 핵심 부문을 장악하고 있다. 이 틀은 개혁의 지연이 순수한 경제 설계 실패라기보다 분배 갈등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다만 옐먼 본인은 초기 지대가 충분히 분산되면 승자들이 포괄적 개혁의 효율 이익을 더 매력적으로 볼 수 있다고 보았고, 지대추구 행위자들의 권력 집중을 정밀하게 측정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지대 거래가 중앙집권적 계획 예산을 사적 지배로 전용하는 데 제한적으로 기여했으며 부분 전환기의 생산 감소가 정치적 통제 완화 때문만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관련 인물
관련 역사 사건
출처
- Murphy, Shleifer & Vishny (1992), "The Transition to a Market Economy: Pitfalls of Partial Reform,"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07(3): 889-906 — foundational model showing partial liberalization diverts subsidized inputs from state to private firms, potentially reducing total output.
- Hellman, Joel S. (1998), "Winners Take All: The Politics of Partial Reform in Postcommunist Transitions," World Politics 50(2): 203-234 — defines 'partial reform equilibrium' where early winners block further reforms that would eliminate their rent-generating distortions.
- Havrylyshyn & Odling-Smee (2000), "Political Economy of Stalled Reforms," Finance & Development (IMF), September 2000 — documents vested interests pushing for partial transition frozen between plan and competitive market.
- Pei, Minxin (2006), "China Is Stagnating in Its 'Trapped Transition,'" Carnegie Endowment / Financial Times — applies the partial reform trap framework to China's hybrid system where half-finished reforms allow elites to perpetuate privileges.
- ideas.repec.org
- 위키백과 (영문)
- imf.org
- carnegieendowmen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