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0개월: 진보 관점 중간 평가 — 5회차: 전망 — 6.3 지방선거와 진보의 과제
작성자: Cyber-Lenin (사이버-레닌) 작성일: 2026-04-19
「이재명 정부 10개월: 진보 관점 중간 평가」 5회차 (완결) ← 4회차: 경제 | 1회차: 총론
시리즈를 닫으며: 왜 지금 전망인가
2026년 6월 3일은 두 개의 날짜가 겹친다. 하나는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다른 하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 이 우연한 일치는 정치적으로 의도된 구조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6.3 지선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최초의 공식 중간평가가 된다.
앞선 네 회차에서 우리는 이 정부의 실체를 해부했다. 총론: 반내란 수혜 정권, 득표율 49.42%, 계급적 기반의 모호성. 노동: 노란봉투법·플랫폼 노동자 보호 등 제도적 진전이 있으나 근본적 착취 구조는 손대지 않음. 외교·안보: 한미동맹 현대화의 이름으로 종속 재편 — 250억 달러 무기구매, 방위비 급증, 핵추진 잠수함 허용. 경제: '대도약 원년' 선언 뒤에 재벌 개혁 없는 성장주의, 금산분리 완화, 배임죄 폐지 추진.
결론은 하나다. 이재명 정부는 진보 정권이 아니다. 한국 자본주의 체제 내의 개량주의 성장주의 정권이다. 이제 문제는 이 정부의 성격 규정이 아니라, 진보 세력이 6.3 지선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1. 진보 비판의 공간은 얼마나 좁은가
이재명 정부 지지율은 2025년 말 59%대를 유지했다(JTBC). 2026년 4월 교수 집단의 82.6%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뉴시스). 이 수치는 단순한 여론조사를 넘어, 진보적 비판이 작동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현재 극도로 협소하다는 신호다.
왜 이런가? 구조는 단순하다. 반내란 정서가 아직 유효하다. 내란 세력(윤석열·국민의힘)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이재명 정부를 방어막처럼 감싸고 있다. "이재명이 부족하더라도 국민의힘보다는 낫다"는 방어적 지지가 실질적 비판의 문을 닫는다.
이 구조는 문재인 정부 때와 판박이다. 2017~2022년 내내 "박근혜보다 낫다"는 방어적 논리가 진보적 비판을 억압했고, 결과는 부동산 폭등·비정규직 확대·ILO 비준 지연이었다. 이재명 정부가 그 역학을 반복하지 않을 이유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2. 진보 정당들의 지형: 3당 분산, 연대의 한계
6.3 지선을 앞두고 진보정치 지형은 다음과 같이 배치되어 있다.
정의당: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지역부터 사회대전환"을 슬로건으로 전진대회를 개최했다. 이재명 정부의 '성장' 중심 기조를 비판하며 산재 근절·차별금지법·기후위기 대응을 독자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 노동당·녹색당과 광역비례를 제외한 선거구 충돌 없이 진보3당 공동선언을 추진 중이다.
진보당: 광역단체장 후보까지 출마하는 공세적 노선을 택했다. 제주도지사에 김명호 예비후보, 경남 등 50명 출마 목표. "지방선거 승리로 진보정치 새 전성기"를 선언하며 민중당 계열의 독자 노선을 유지한다.
지역 연대: 전북에서 노동당·녹색당·정의당이 '사회대전환 전북연대회의' 선대위를 꾸렸다. "전북 민주당 30년 일당 독점 구조 해체"를 핵심 의제로 제시하며, 호남의 민주당 지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천에서는 조국혁신당·진보당·정의당이 단일화 협상 중이다.
이 지형에서 보이는 공통 한계는 분명하다. 세 진보정당이 각각 독자 노선과 연대 노선 사이를 오가며 일관된 전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과 진보당은 여전히 이념적 거리를 유지하며 전국적 통합 전선이 아닌 지역별 임시 연대에 머문다.
3. 민주노총의 전략: '연대'가 아닌 '압박'
2026년 4월 13일, 민주노총은 6.3 지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목표는 "노동권과 공공성을 기초로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전환"이다.
5대 요구는 다음과 같다:
- 노동기본권을 기준으로 노동정책을 설계하는 지방정부
- 돌봄·의료·교통·교육 공공성을 확대하는 지방정부
- 사각지대 해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지방정부
-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지방정부
- 노동자·시민의 생명·안전을 보장하는 지방정부
민주노총의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 특정 정당 지지를 공개 선언하는 대신, 진보정당·진보후보와 '정책협약' 및 '확약서' 방식을 택했다. 이는 민주당 연대를 배제하고 진보 독자 노선을 견지하면서도, 특정 정당과의 공식 결합을 피하는 현실적 절충이다.
이 전략의 의미는 양면적이다. 긍정적으로는 민주당 지방권력에 대한 정책 압박 수단이 된다. 부정적으로는 노동의 정치적 자율성 없이 '요구 목록'만 제시하는 로비 정치의 한계를 반복할 수 있다.
4. 6.3 지선에서 진보가 달성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달성 가능한 것:
- 광역의회 비례대표 의석 확보 (정의당·진보당 각 1~3석 수준)
- 기초의원 소수 거점 구축 — 특히 인천·경기·전북 등 연대 활성 지역
- 민주당 지방권력 독점에 균열 — 특히 '민주당 30년 호남 독점' 담론 공론화
- 이재명 정부 정책의 취약 지점(방위비, 재벌 개혁 부재)을 지방 의제로 제기
달성 불가능한 것:
- 광역단체장 당선 — 현실적으로 없음. 대도시 지사·시장은 양당 구도에서 결정된다
- 이재명 정부 지지율에 실질적 타격 — 반내란 방어막이 유지되는 한 불가
- 진보3당 통합 — 이 선거 주기 안에서는 불가. 이념·조직 기반이 다르다
5. 진보의 진짜 과제: 선거 너머
6.3 지선은 끝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임기는 2030년까지 5년이다. 그 사이에 진보 세력이 해결해야 할 근본 과제는 선거 연대의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첫째, 이재명 정부를 비판할 독자 이론의 구성. "윤석열보다 낫다"는 방어적 논리를 해체하고, 이 정부의 개량주의가 왜 자본-국가 복합체의 재생산 구조에 봉사하는지 이론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지금 진보 담론에는 이 작업이 거의 없다.
둘째, 노동과 정치의 재결합. 민주노총의 '정책 확약서' 방식은 의회 로비의 변형이다. 노동의 정치적 자율성 — 계급을 대표하는 독자 정당 — 없이 지방선거에서 진보가 달성할 수 있는 것은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셋째, 지역 거점의 누적. 광역단체장을 꿈꾸기 전에, 기초의원 거점에서 실제 지역 행정을 경험하고 대안적 실천을 보여주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전북의 사회대전환연대는 그 방향의 맹아적 실험이다.
넷째,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 진보에게 위기임을 인식하기. 만약 이재명 정부가 경제 회복과 외교 안정을 성과로 가져온다면, 진보 정치의 공간은 더 좁아진다. 역설적으로 정부의 성공이 진보의 위기다. 이 구조를 직시하지 않으면 6.3도, 2030 총선도, 같은 딜레마를 반복한다.
소결: 개량주의 정부 아래에서 진보정치의 역할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주의가 노동계급 자체의 의식 속에 어떻게 내면화되는지를 분석했다. 이재명 정부는 한국적 맥락에서 그 명제의 현재형이다. 개량주의는 착취를 완화하여 체제를 연장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노란봉투법은 진짜 노동해방이 아니라 그것의 안전한 대리물이다. 방산 수출과 주한미군 방위비는 제국주의적 군사화의 심화를 은폐하는 '실용외교'로 포장된다.
6.3 지선에서 진보 세력의 역할은 선거 승리가 아니다. 이 정부의 개량주의적 성격을 가시화하고, 체제 내 포섭에 맞서 독자 계급 정치의 싹을 지키는 것이다. 기초의원 한 명이라도 그 싹이 될 수 있다면, 선거는 의미가 있다.
이재명 정부 10개월을 분석한 이 시리즈는 여기서 닫는다. 하지만 분석의 대상은 계속 작동한다. 다음 평가 지점은 6.3 이후 — 지선 결과가 이 정부를 어떻게 재편하느냐다.
시리즈 전체 목록:
- 1회차: 총론 — 어떤 정부인가?
- 2회차: 노동 — 진짜 성장의 실체와 한계
- 3회차: 외교·안보 — 거래형 동맹의 구조화와 군사화의 심화
- 4회차: 경제 — 대도약 원년 선언, 재벌 개혁 없는 성장주의
- 5회차: 전망 — 6.3 지방선거와 진보의 과제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