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크 에마누일로비치 바벨

Исаак Эммануилович Бабель
소련 러시아 1894–1940 ✕ 처형

너무 많이 보고 너무 적게 쓴 단편의 명수

“나는 새로운 장르의 대가가 되었다 — 침묵의 장르의.” — 제1차 작가대회(1934)

오데사 유대인 지구의 이야기꾼으로, 부됸니 기병대를 따라 폴란드 전선을 달리며 『기병대』를 썼다. 혁명의 잔혹을 너무 정직하게 그려 부됸니가 격노했다. 예조프의 아내와의 인연까지 겹쳐 1939년 체포되었고, 원고를 돌려달라는 말을 남긴 채 1940년 총살당했다. 압수된 원고들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경력 연표

관련 역사 사건

1920년 여름, 제1기병군의 종군기자

1920년 소비에트-폴란드 전쟁이 벌어지자 오데사 출신의 젊은 작가 이사크 바벨은 「키릴 류토프」라는 가명으로 부됸니의 제1기병군에 종군기자로 배속되었다. 그는 군 신문 『붉은 기병』에 기사를 쓰면서 남몰래 일기를 적었다. 안경 쓴 유대인 지식인이 카자크 기병들 사이에서 보낸 이 여름은 그의 문학 전체의 광맥이 되었다.

그 일기에서 태어난 연작 『기병대』(1926)는 혁명 전쟁의 잔혹과 영웅성을 한 문장 안에 눌러 담은, 20세기 단편소설의 새로운 문법이었다. 부됸니는 자기 부대가 모욕당했다며 격분해 공개 논쟁을 벌였으나, 1928년 고리키가 지면에서 바벨을 옹호하며 논쟁을 정리했다. 「제자리에 찍힌 마침표만큼 강하게 심장을 찌르는 쇠는 없다」고 말한 그는 초고를 수십 번 고쳐 쓰는 완벽주의자였고, 그 작업 방식은 전설이 되었다.

몰다반카의 왕: 『오데사 이야기』

바벨의 또 다른 걸작 『오데사 이야기』(1921~1924년 발표, 1931년 묶음 출간)는 혁명 전 오데사의 유대인 지구 몰다반카를 무대로 한 연작 단편이다. 중심 인물은 갱단의 두목 벤야 크리크, '왕'으로 불리는 이 전설적 인물은 실존했던 미시카 야폰치크를 모델로 삼았다. 『왕』(1921), 『오데사에서는 어떻게 하는가』(1923), 『아버지』(1924), 『류프카 코자크』(1924) 등 네 편의 이야기에서 바벨은 도둑과 강도, 장인과 소상인들의 삶을 로맨틱하고도 이국적인 색채로 그려냈다.

바벨이 꿈꾼 것은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킬 줄 아는 유대인'이었다. 벤야 크리크는 바로 그 꿈의 화신이었다. 유대인 갱스터들의 세계를 시적이고 대담한 문체로 승화시킨 이 작품들은 『기병대』와 더불어 바벨을 20세기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세웠다. 1926년 바벨은 이를 각색한 영화 『벤야 크리크』의 시나리오를 썼고, 희곡 『해질녘』(1928)도 이 연작에서 태어났다. 당시 소비에트 비평은 그의 천재성을 인정하면서도 '도적 행위의 낭만화'와 '반(反)노동계급적 태도'를 문제 삼았으나, 작품은 생존해 세계문학으로 살아남았다.

침묵이라는 장르, 1939년 5월 15일

1934년 제1차 작가대회 연단에서 바벨은 자신이 「침묵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대가」가 되었다고 농담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시대에 그의 과작은 스스로 택한 방어이기도 했다. 그는 발표하지 않은 채 집필을 계속했고, 집단화를 다룬 소설과 체카를 다룬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1939년 5월 15일 새벽 페레델키노 별장에서 체포될 때 그가 남긴 부탁은 「작업을 끝맺게 해 달라」는 것뿐이었다. 압수된 원고 뭉치, 미발표 단편과 희곡 들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고문 속에 나온 자백을 그는 법정에서 철회했으나 1940년 1월 27일 총살되었다. 1954년 명예 회복 뒤 그의 책은 다시 간행되었고, 소련과 세계의 독자들은 혁명이 낳은 가장 위대한 단편작가를 되찾았다. 비탈리 셴탈린스키가 공개한 수사 기록은 이 사건 전체를 문서로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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