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a nuclear war cannot be won and must never be fought
핵전쟁에서 승리란 불가능하며 따라서 그러한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원칙. 1985년 11월 21일 제네바 미소 정상회담 공동성명 '안보' 항목에 미소 양측이 합의해 명문화되었고, 이후 군비통제 협상의 준거가 되었으며 '레이건-고르바초프 원칙' 또는 '레이건-고르바초프 공식'으로 불린다. 다만 이 문장을 최초로 발화한 것은 1985년이 아니며, 레이건은 이미 1982년 4월 17일 전국 라디오 연설에서 같은 문구를 사용했고 1971~1973년 미소 협정들에도 그 인식이 반영되어 있었다. 2021년 바이든-푸틴 및 푸틴-시진핑이 재확인했고, 2022년 1월 3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P5) 공동성명으로 다자화되었다.
상세
기원과 맥락
이 원칙은 1985년 11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레이건-고르바초프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안보(Security)' 항목에서 미소 양측이 합의해 명문화되었다. 확정 러시아어 원문은 «Обсудив ключевые вопросы безопасности, стороны, сознавая особую ответственность СССР и США в деле сохранения мира, заявляют, что ядерная война никогда не должна быть развязана, в ней не может быть победителей»이며, 복수형 'победителей'(승자들)를 쓴다. 이어서 양측은 미소 간 어떤 충돌도 파국적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핵·재래식 여부를 막론한 전쟁 방지를 강조하며 "군사적 우위를 추구하지 않을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1985년 성명은 이 원칙의 최초 표명이 아니라 미소가 합의한 공동 성문화다. 같은 문장은 이미 1982년 4월 17일 레이건의 전국 라디오 연설에 등장한다. "Those who've governed America throughout the nuclear age and we who govern it today have had to recognize that a nuclear war cannot be won and must never be fought." 레이건은 이 문구를 다듬어 이후 자주 반복했고, 그 표현이 훗날 1985년 제네바 정상회담의 가장 주목할 성과가 되었다.
원칙의 뿌리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위기 이후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이에 핵 사용 위험에 대한 공유된 인식이 형성되었고, 그 철학은 1969~1979년 미소 협정·조약에 반영되었다. 1971년 '핵전쟁 발발 위험 감소 조치 협정'과 1973년 '핵전쟁 방지 협정'이 대표적이며, 1972년 기본원칙 문서, 1972년 ABM 조약, 1979년 SALT II에도 거의 동일한 표현이 나온다. 1985년 정상회담 이전에도 선행 발화가 있었다. 1981년 10월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군비경쟁에서 서로를 이기려 하고 핵전쟁의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광기'라고 선언하고 '승자로 살아남기를 바라며 핵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자는 자살을 결심한 자뿐'이라고 덧붙였다. 레이건은 자신이 오보되었다고 반박한 뒤 1982년 4월 해당 문구를 사용하고 이후 자주 반복했다.
고르바초프는 2005년 6월 제네바 유엔 사무소에서의 회고에서 1985년 회담 때 «ядерная война никогда не должна быть развязана, в ней не может быть победителя»라는 문서에 합의했다고 진술했는데, 이는 단수형 'победителя'를 쓴 후대의 회고적 인용이며 1985년 문서 자체의 문구가 아니다. 같은 발언에서 그는 그러한 인식으로부터 핵무기 감축을 위한 진지한 협상의 필요성이 논리적으로 도출되었고, 레이캬비크와 이후 정상회담을 거쳐 특정 등급 핵무기의 폐기와 전략무기 대폭 감축 협정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계보와 후속 재확인
1986년 10월 11~12일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은 최종적으로 합의 없이 결렬되었으나 그 진전이 1987년 INF 조약으로 이어졌다. 고르바초프는 모든 핵무기를 10년 내 제거하자고 제안했고 미국은 10년 내 모든 탄도미사일 제거를 맞제안했다. 이 문구는 1987년 12월 워싱턴 정상회담, 1988년 5~6월 모스크바 정상회담 같은 양자 회담에서 반복되었고 양 START 조약문에도 변형이 등장했으나, 2002년 전략공격무기감축조약과 2010년 New START에는 직간접 언급이 없다. 1995년 NPT 재검토·연장회의 제1주요위원회 보고서는 이 문구를 재확인했고, 그 외 다른 NPT 재검토회의는 이 원칙을 특정해 언급하지 않았다.
2018~2019년에 원칙이 재부상했다. 2018년 유엔 군축고위대표 나카미쓰 이즈미가 그 현재적 관련성을 강조했고, 2019년 4월 조지 슐츠·윌리엄 페리·샘 넌이 트럼프-푸틴 공동 재확인을 촉구했으며, 2019년 5월 NPT 준비위원회를 앞두고 중국이 P5 차원의 확인을 제안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5개 NPT 핵보유국 중 중국이 가장 강하고 일관되게 지지했고 미국이 가장 소극적이었으며, 러시아는 중국의 노력에 열려 있었고 2018년 가을 미국의 확인을 얻으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고, 영국은 공개적으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되 비공개적으로 더 우호적이었으며, 프랑스는 이 원칙이 자국 핵억지 논리를 침식한다고 시사했다.
2021년 6월 16일 바이든-푸틴 제네바 정상회담(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랑주)에서 두 정상은 원칙을 재확인했고, 같은 달 푸틴과 시진핑도 공개 성명에서 재확인했다. 이때까지 마크롱과 존슨은 동참을 거부했으며, 영국과 프랑스는 정책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논거와 원치 않는 핵정책 변경 압력을 낳을 것이라는 논거를 비공개로 함께 제기했다. SIPRI에 따르면 2022년 이전까지 5개 핵보유국이 동시에 이 원칙을 확인한 적은 없었다.
2022년 1월 3일 16시, 중국·프랑스·러시아·영국·미국의 P5 공동성명 '핵전쟁 방지와 군비경쟁 회피에 관한 성명'이 발표되었다. 5개국은 핵전쟁은 이길 수 없으며 결코 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핵무기는 존재하는 한 방어적 목적·억지·전쟁 방지에 봉사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NPT 제6조 의무를 재확인하고, 무단·의도치 않은 사용을 막는 국가적 조치를 유지·강화하며, 이전의 비조준(de-targeting) 성명의 유효성, 즉 상호 또는 여타 국가를 겨냥한 핵무기가 없다는 점을 재천명했다. 이 성명은 네 차례 연기된 제10차 NPT 재검토회의 개막 전야에 맞춰 발표되었고, P5의 실질적 군축 조치 부재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려는 동기가 확인된다. 그러나 회의는 코로나19로 다시 연기되었다.
2025년 5월 8일 러시아연방-중화인민공화국 '세계전략안정에 관한 공동성명'은 2022년 1월 3일 5개 핵보유국 정상 공동성명과 그에 명시된 '핵전쟁은 이길 수 없으며 결코 싸워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고, 해당 성명의 모든 참여국이 그 조항을 실제로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두 나라는 또한 모든 참여국이 실제로 그 조항을 따르지는 않는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계보는 (a) 1985년 레이건-고르바초프 공동성명에서의 성문화, (b) 2021년 바이든-푸틴·푸틴-시진핑 차원의 재확인, (c) 2022년 1월 3일 P5 공동성명을 통한 다자화, (d) 2025년 5월 8일 러-중 공동성명에서의 재차 확인으로 구분된다.
구분과 한계
SIPRI는 1985년 성명과 2022년 성명을 대비한다. 1985년 성명은 핵협상이 막 시작된 시점에 나왔고 이어진 레이캬비크 회담에서 완전한 핵 폐기가 논의되어 1987년 INF 조약과 급격한 핵무기 감축으로 이어졌다. 반면 2022년 성명은 구체적 약속이나 실질적 제안이 눈에 띄게 없었고, 1985년 성명은 그것들로 가득했다. 따라서 2022년 성명에 1985년과 같은 영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텍스트상의 판본 차이도 서술 시 유의해야 한다. 1985년 확정 러시아어 원문은 복수형 «в ней не может быть победителей»(승자들 없음)이고, 고르바초프가 2005년 회고에서 인용한 형태는 단수 «в ней не может быть победителя»이다. 후자는 1985년 문서 자체의 문구가 아니라 이후의 회고적 인용이다.
유럽리더십네트워크(ELN)는 1985년 성명이 핵 위험 감소와 비확산·군축을 위한 지속적 대화 프로세스를 발표한 더 큰 성명의 일부였으며, START와 INF 조약의 길을 열어 실증적 결과를 낳은 신뢰구축조치로 기능했다고 평가한다. 일부 국가들이 재확인을 망설인 이유는 신뢰 부족과, 성명만으로는 모든 핵·전략적 위험의 만병통치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사례
1985년 공동성명의 '안보' 항목은 핵전쟁 문장 직후에 구체적 약속들을 담았다. 미소 간 충돌의 파국적 결과 인식, 핵·재래식 여부를 막론한 양국 간 전쟁 방지의 강조, 군사적 우위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서약이 그것이다. 같은 성명은 이 밖에도 Nuclear and Space Talks, Risk Reduction Centers(핫라인 현대화 포함), Nuclear Non-Proliferation, Chemical Weapons, MBFR, CDE, Process of Dialogue, Northern Pacific Air Safety, Civil Aviation/Consulates(뉴욕·키예프 총영사관 동시 개설), Environmental Protection, Exchange Initiatives(교류 협정 서명, 암 연구 협력 재개), Fusion Research 등 다수의 합의 항목을 담고 있다.
2022년 P5 성명은 원칙에 실천적 내용을 부여했다. 핵무기의 방어적 목적 한정, NPT 제6조 협상 약속, 무단·의도치 않은 사용 방지 조치, 상호 또는 여타 국가를 겨냥한 핵무기가 없다는 비조준 성명의 재확인이 그것이다.
원칙과 실제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2022년 P5 성명은 핵무기가 방어적 목적에 봉사해야 한다고 했으나, P5 중 무선제일사용(NFU) 정책을 가진 나라는 중국뿐이며, 중국은 핵전력을 확장하고 나머지 네 나라는 핵전력을 현대화하고 있다. SIPRI는 무선제일사용 선언과 핵전쟁 불가 원칙 사이의 논리적 긴장을 지적한다.
개최지의 연속성도 확인된다. 2021년 6월 16일 바이든-푸틴 정상회담은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랑주에서 열렸고, 회담에서 핵무기 통제 및 사이버안보 대화 개시에 합의했으며 전략적 안정 문제가 주요 의제였다. 제네바는 1955년 4자 회담과 1985년 11월 레이건-고르바초프 회담이 열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한편 1985년 정상회담 셋째 날인 11월 21일 국제회의센터(CICG)에서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 합의를 발표했고, 이후 서명식에서 키예프·뉴욕 총영사관 개설 협정, 정상회담 정례화 대화 재개, 41건의 문화교류 협정이 서명되었다.
관련 인물
관련 역사 사건
출처
- reaganlibrary.gov full text of the 21 November 1985 joint statement containing the original phrase in the Security section
- presidency.ucsb.edu verified copy of the same joint statement confirming exact wording
- armscontrol.org Lewis Dunn and William Potter, Arms Control Today, March 2020: detailed history tracing the principle from the 1962 Cuban Missile Crisis through the 1970s agreements to the 1985 Geneva summit and 2020s reaffirmation efforts
- europeanleadershipnetwork.org ELN backgrounder: context, P5 dynamics, and 2021 Biden–Putin and Putin–Xi reaffirmations
- gorby.ru Gorbachev Foundation, June 2005: Gorbachev's own account of the Geneva summit confirming the Russian phrasing «ядерная война никогда не должна быть развязана, в ней не может быть победителя»
- 위키백과 (영문) Wikipedia article on the Geneva summit, used for factual background on the meeting schedule and context
- reaganlibrary.gov
- presidency.ucsb.edu
- gorby.ru
- reaganlibrary.gov
- armscontrol.org
- 위키백과 (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