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Derivative (finance)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고, 다른 자산(기초자산)의 값이나 특정 사건의 발생 여부에 따라 값이 정해지는 금융 계약. 곡물·석유 같은 상품, 주식, 채권, 환율, 금리 등이 기초자산이 된다. 선물, 옵션, 스와프가 대표적이며, 가격 변동의 위험을 피하는 데(헤지)도, 적은 돈으로 큰 돈을 거는 투기에도 쓰인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거래소 밖에서 사고판 신용부도스와프 같은 장외 파생상품이 위기를 키웠다.
상세
파생상품은 「무엇을, 언제, 얼마에 사고팔지」를 미리 정해 두는 계약이다. 예를 들어 밀을 기르는 농민과 밀가루 공장이 석 달 뒤 밀을 지금 정한 값에 사고팔기로 약속하면, 그 사이 밀값이 오르든 내리든 둘 다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이런 계약이 거래소에서 표준화되어 사고팔리는 것이 선물이고, 정해진 값에 살 권리나 팔 권리만 사고파는 것이 옵션이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현금 흐름(예컨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을 맞바꾸는 계약은 스와프라 한다.
파생상품은 위험을 줄이는 데만 쓰이지 않는다. 기초자산을 직접 사지 않고 작은 증거금만으로 값의 오르내림에 돈을 걸 수 있어서, 투기 수단이 되고 빚을 지렛대로 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투자가 워런 버핏은 2002년 버크셔 해서웨이 연차 보고서에서 파생상품의 연쇄 손실이 경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며 이를 「금융의 대량살상무기」라 불렀다.
1990년대 이후 은행과 증권사가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맺는 장외 파생상품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0년 미국의 상품선물현대화법은 이 장외 거래를 감독 밖에 두었다. 그 가운데 2008년 금융위기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이 신용부도스와프(CDS)였다. 채권이 부도나면 손실을 물어 주겠다고 약속하고 보험료처럼 수수료를 받는 계약인데, 보험과 달리 지급 준비금을 쌓을 의무가 없었고, 해당 채권을 갖지 않은 사람도 살 수 있어 부도에 거는 내기가 되었다. 신용부도스와프의 명목 잔액은 2007년 말 62조 2천억 달러에 이르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의 부도 위험을 대량으로 떠안았던 AIG는 2008년 9월 쓰러지기 직전 정부에 구제되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묶은 증권을 다시 쪼개고 섞은 부채담보부증권(CDO)과, 그것을 신용부도스와프로 복제한 합성 CDO도 위험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파생상품의 「명목 금액」은 실제로 오가는 돈보다 훨씬 크게 잡힌다. 2010년 장외 파생상품의 명목 잔액은 600조 달러를 넘었으나 시장 가치는 21조 달러, 신용 위험으로 따진 금액은 3조 3천억 달러로 추산되었다. 그래도 이는 미국 정부의 한 해 예산과 맞먹는 규모였다. 위기 뒤 2010년 도드-프랭크법은 장외 파생상품의 거래를 청산소와 거래소로 옮기고 보고하게 하는 개혁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