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분쟁
frozen conflict
무력 충돌이 정전이나 휴전으로 중단되었으나 평화조약이나 당사자를 만족시키는 정치적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국제관계상의 상황이며, 러시아어권 문헌은 이를 'замороженный конфликт, 또는 тлеющий конфликт'라 부른다. 동결분쟁은 보통 한쪽은 국제적으로 승인된 국가, 다른 한쪽은 승인되지 않았거나 일부만 승인된 사실상의 국가인 구도이며, 영토 분쟁과 소수민족의 권리·자치·독립을 둘러싼 민족집단의 투쟁을 바탕으로 한다. 동결된 상황은 당사자의 공식 주장과 어긋날 수 있으며, 조선반도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남한이 각각 전체 반도의 통치권을 주장하면서 군사분계선을 따라 통제가 분할되어 있다.
상세
개념의 형성
동결분쟁이라는 말은 소련 해체 이후 등장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옛 소련은 15개의 주권국과 다수의 사실상의 국가로 나뉘었고, 동결분쟁에서 비롯된 이 사실상의 국가들은 러시아의 '근외(near abroad)'에서 특유의 불안정을 겪는다. 이 개념은 주로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의 장기화된 민족 분쟁들을 지칭하는 데 쓰여 왔으나, 그 밖의 오래 끌리고 해결되지 않은 영토 분쟁에도 흔히 적용되어 왔다.
동결분쟁에서 비롯된 사실상의 국가들은 적대 행위가 빈번하게 재개되기 때문에 화해가 일시적이며, 동결분쟁이라는 구조는 러시아가 국가들이 러시아의 궤도를 이탈하려 할 때 결과를 통제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분쟁은 부모국(parent state)이나 외부 후원자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동결분쟁은 부모국의 이해관계와 외부 강대국의 개입에 의해 구조화된다. 2014년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부정하고 새 영토 점령을 시도하면서 흑해 지역의 '균형자(gatekeeper)'로서의 권위를 훼손했고, 이는 러시아가 동결분쟁에 행사하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동결분쟁은 외부의 개입이 분쟁을 구조화된 채로 유지하는 특징을 보인다.
당사자 구도와 국제정치적 성격
동결분쟁은 국제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사실상의 국가와 분리주의 통치 구조를 낳고, 이는 인접국과 국제기구의 개입·승인·봉쇄 문제와 직결된다. 대표적으로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미승인 분리 공화국으로 몰도바가 계속 영토 권리를 주장하고, 키프로스 북부의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도 터키 외에는 승인받지 못했다.
동결분쟁은 침략자가 패배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화정책으로, 나아가 침략에 대한 보상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침략의 현상 유지(Status Quo of Aggression)'는 군사력의 균형으로 인한 교착의 결과일 수도 있고, 특히 다른 강대국에 대한 즉각적 군사행동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구분
동결분쟁은 '동결(frozen)'이라는 표현과 달리 실제로는 정치적·군사적 활동이 거의 없는 상태를 뜻하지 않으며, 언제든 재확산될 수 있는 '곪아 있는(festering)' 분쟁이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전면적 확전 국면들이 반복된 동결분쟁이었고, 도네츠크 지역의 전쟁은 2015년 민스크 II 협정 이후 동결분쟁으로 전개되었다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동결 상태가 끝나면서 열전으로 확대되었다.
동결분쟁은 흔히 '열전(hot war)'과 구분된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는 동결이 아니라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열전이 진행 중이며,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이전의 정전 체제가 해체되면서 2015년 이후 동결 상태였던 도네츠크 지역 분쟁은 동결 지위를 끝내고 열전으로 확대되었다.
동결분쟁은 '사실상의 국가(de facto state)' 개념과 밀접하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동결분쟁은 분쟁 상황 자체를 지칭하는 반면, 사실상의 국가는 그 결과로 등장한 정치체를 지칭하며, 동결이 풀린 뒤에도 사실상의 국가가 남거나 소멸할 수 있다. 2023년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차흐 공화국 소멸이 소멸의 예이다.
동결분쟁은 '해결된' 분쟁과도 구분된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2023년 아제르바이잔의 재통합으로 '해결됨(Solved)' 상태로 분류되어 하나의 동결분쟁이 줄어들었지만,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국경 획정·평화협정 문제가 남아 있어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동결분쟁은 냉전이나 장기적 적대 관계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소련 해체 이후 구소련 공간의 장기 민족·영토 분쟁을 지칭하는 데서 출발했으나 오늘날에는 그보다 넓은 범위의 미해결 영토 분쟁에 적용된다. 인접 개념으로 '냉전(cold war)', '냉화평(cold peace)', '장기 사회적 갈등(protracted social conflict)' 등이 참조된다.
지역별 사례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의 대표적 동결분쟁 사례로는 트란스니스트리아(몰도바),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그루지야), 나고르노-카라바흐(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가 거론된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열전'을 제외하면 4개의 동결분쟁이 있었고, 나고르노-카라바흐는 2023년에 동결분쟁 지위를 상실했다.
압하지야-그루지야 분쟁과 남오세티야-그루지야 분쟁은 국제적으로 승인된 그루지야 영토 안에 사실상의 국가들을 만들어 냈다. 1991–92년 남오세티야 전쟁과 1992–93년 압하지야 전쟁에 이어 2008년 8월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이 벌어졌고, 이후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가 그루지야 북부·북서부 지역을 사실상 통제하게 되었다. 이러한 개입은 다른 포스트소비에트 국가들을 불안정하게 하고 러시아의 영향권을 확장하려는 크렘린의 전략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트란스니스트리아 전쟁(1990–1992)을 끝낸 정전 이후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있는 분리 공화국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몰도바 최동단 지역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 공화국은 국제적으로 승인되지 않았고 몰도바는 계속 해당 영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러시아와의 경제·금융 연결에서 고립되었고, 트란스니스트리아 분쟁 해결을 위한 '5+2' 협상 포맷은 사실상 '임상적 죽음' 상태에 놓였다.
유럽의 동결분쟁 사례로 키프로스 분쟁(1974년 이후 동결), 코소보(1998–99년 전쟁 종결 이후 동결), 트란스니스트리아 등이 제시된다. 키프로스 북부는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의 사실상 통제하에 있으나 터키 외에는 국제적으로 승인되지 않는다. 코소보의 지위 문제는 1998–99년 코소보 전쟁 종결 이후 동결되어 있으며,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일방 선언했다.
아시아의 동결분쟁 사례로 조선반도(1953년 정전 이후), 중국 본토–타이완(1949년 이후), 카슈미르(인도·파키스탄·중국 간 분쟁)가 제시된다. 한국전쟁은 1953년 정전으로 교착되었으나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법적으로 종전되지 않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남한은 각각 전체 반도에 대한 통치권을 주장하면서 군사분계선을 따라 사실상 통제가 분할되어 있다. 카슈미르에서 인도는 옛 잠무-카슈미르 번왕국 전체에 대한 통치권을 주장하며 약 43%를, 파키스탄은 약 37%를 통제하고 나머지는 중국이 통제한다.
아프리카의 동결분쟁 사례로 서사하라가 제시된다. 1991년 정전 이후 서사하라 영토 통제는 모로코 왕국과 폴리사리오 전선 사이에 분할된 상태가 대체로 동결되어 있으며, 그 사이 독립 인티파다 같은 소요가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동결의 종결과 재편
동결분쟁의 종결 사례로 나고르노-카라바흐가 있다. 1990년대 초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동결 상태는 2020년 전쟁과 2023년 아제르바이잔의 재통합 작전으로 종결되었고, 아르메니아계 주민 약 12만 명이 탈출했으며 약 30년간의 영토 분할이 재편되었다. 분리주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체제가 2023년 말 소멸한 후 2024년부터 아제르바이잔은 약 30년간 아르메니아 통제하에 있던 영토의 재통합을 실질적으로 완료했으며, 2024년 4월부터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철수도 시작되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전면적 확전 국면들을 동반한 동결분쟁이었으며, 2023년 아제르바이잔의 공세로 아르차흐 공화국이 해체되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는 2023년 이후 국경 획정·평화협정 문제가 미해결로 남아 있으며, 이 점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의 '동결' 종료는 완결된 평화라기보다 분쟁 지형의 재편으로 평가된다.
동결 지위가 유지되거나 재편된 사례로 압하지야와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제시된다. 압하지야에는 러시아가 흑해에서의 우크라이나 해군 능력 확대에 대응해 오참치레에 군사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등 군사 주둔을 강화했고,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러시아로부터의 고립과 유럽 시장으로의 재편이 진행되며 분리주의 정권이 키시너우와 협력해야 하는 조건에 놓였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러시아와의 경제·금융 연결에서 고립되었고,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는 러시아의 남캅카스 영향력 약화에도 큰 변화 없이 '동결분쟁' 가운데 변형에 가장 저항적인 상태로 남았다.
관련 역사 사건
출처
- 위키백과 (영문) foundational definition, origin in post-Soviet conflicts, list of current and former frozen conflicts including Transnistria, Abkhazia, South Ossetia, Nagorno-Karabakh, Korea, Cyprus, Kashmir
- 위키백과 (러시아어) Russian-language definition confirms the concept arose after the USSR's collapse and applies primarily to protracted ethnic conflicts in the post-Soviet space
- gssc.lt 2024 GSSC policy review by Denis Cenusa confirming the four post-Soviet frozen conflicts (Transnistria, Abkhazia, South Ossetia) and the resolution of Nagorno-Karabakh as a frozen conflict in 2023
- oasis.library.unlv.edu Giandjian (2023) academic article on Russian involvement in post-Soviet frozen conflicts as a means of geopolitical positioning
- 위키백과 (영문)
- 위키백과 (러시아어)
- gssc.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