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이중 제약
Supply Chain Double Squeeze
한국 반도체·배터리 기업이 미국의 장비·기술 수출 통제와 중국의 원자재·중간재 수출 통제 사이에 동시에 끼여 있는 구조적 조건.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 미국산 장비를 반입하려면 미 상무부의 연간 승인이 필요하고, 배터리 업계는 전구체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미국 IRA의 해외우려기업(FEOC) 조항으로 인해 중국산 소재 사용 시 보조금이 차단된다. 두 방향에서 동시에 조여 들어 어느 쪽을 선택해도 손실이 발생하는 이 조건은 미중 공급망 무기화 경쟁의 전형적 양상으로, 2022년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와 2023년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이후 본격화되었다.
상세
기원과 구조
공급망 이중 제약은 미중 전략 경쟁이 공급망의 초크포인트(chokepoint)를 무기화하면서 등장한 2020년대의 대표적 지정학-경제 교차 개념이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설계 소프트웨어·수출 통제 권한을 쥐고 있고, 중국은 희토류·갈륨·게르마늄·전구체 등 핵심 소재와 중간재의 글로벌 공급을 지배한다. 이 사이에 낀 한국·대만·일본의 첨단 제조 기업들은 양측 규제의 충돌 지점에서 운영 자율성을 상실한다.
한국 반도체의 구체적 양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시안·우시 공장에서 각각 전체 낸드플래시의 40%, D램의 50%를 생산한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을 부여해 1년 단위 포괄적 예외를 인정했으나, 2025년 8월 이 면제가 취소되어 매년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체제로 전환되었다. 이는 한국 기업이 자국 공장의 설비 교체·업그레이드에 제3국 정부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주권 공백 상태다.
배터리: IRA와 FEOC의 역설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처한 이중 제약은 더욱 극적이다. 양극재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전구체의 약 90%를 중국에서 조달하지만, 미국 IRA의 FEOC 조항은 중국 자본 지분 25% 이상 기업의 부품·광물이 들어간 전기차에 대해 대당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배제한다. 중국산 소재를 끊으면 원가가 폭등해 경쟁력을 잃고, 유지하면 보조금을 상실한다. 어느 방향이든 손실인 구조다.
이론적 함의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분석한 '자본 수출'과 '세계 분할'은 21세기에 공급망 통제·기술 허가권·중간재 의존의 형태로 재현되고 있다. 19세기 제국주의가 식민지 직접 지배를 통해 원자재와 시장을 장악했다면, 21세기에는 초크포인트의 전략적 통제를 통해 경쟁국의 산업 역량 자체를 제약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출처
- periplo.us Rodger Baker (July 2026): 'Korea is squeezed from both sides of the same supply chain. U.S. equipment and export controls, coupled with China's upstream dominance, sandwich Korean ambitions'
- uscc.gov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2025 Annual Report documenting China's weaponization of supply chain chokepoints across critical minerals, semiconductors, and pharmaceuticals
- link.springer.com Bu (2024), 'Can de-risking avert supply chain precarity in the face of China-U.S. geopolitical tensions?', International Cybersecurity Law Review, analyzing the structural squeeze on allied semiconductor fir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