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적 프롤레타리아의 12가지 성 계율
The Twelve Sexual Commandments of the Revolutionary Proletariat
소련의 정신과 의사 아론 잘킨트가 1924년 펴낸 성생활 지침. 혼전 금욕, 일부일처, 계급적 목적에 따른 배우자 선택을 요구하고 성은 모든 면에서 계급에 복종해야 한다고 했다. 법이 아닌 권고였지만 혁명 초의 「물 한 잔 이론」을 대신한 대표적 문헌이 되었다.
상세
잘킨트는 당 활동의 위생 문제에서 성을 중요하게 보았다. 그는 당대 사람들이 일상에서 「성적 물신숭배」에 시달리며, 과학으로 이를 극복해 성을 올바른 길로 돌려야 한다고 했고, 「연인보다 집단이 더 강하게 끌어당겨야 한다」고 썼다. 1924년 스베르들로프 공산대학 출판부의 『혁명과 청년』에 실린 계율은 다음 열두 가지다. 첫째, 프롤레타리아 사이에서 성생활이 너무 일찍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혼인 전까지 성적으로 금욕하고, 혼인은 사회적·생물학적으로 완전히 성숙한 20~25세에 한다. 셋째, 성관계는 상대에 대한 깊고 전면적인 공감과 애착의 마지막 결실이어야 한다. 넷째, 성행위는 사랑하는 이들을 잇는 깊고 복잡한 체험의 마지막 고리여야 한다. 다섯째, 성행위를 자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여섯째, 상대를 자주 바꾸지 않는다. 일곱째, 사랑은 일부일처여야 한다. 여덟째, 모든 성행위에서 아이가 생길 가능성과 후손을 생각한다. 아홉째, 짝은 계급적·혁명적 프롤레타리아의 목적에 따라 고르며 추파·구애·교태를 들이지 않는다.
열째, 질투가 없어야 한다. 열한째, 성도착이 없어야 한다. 열두째, 계급은 혁명의 이익을 위해 구성원의 성생활에 끼어들 권리가 있다. 계율의 요지는 계급의 역사적 사명에 쓸모없는 성관계에 프롤레타리아의 힘을 낭비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계율은 1920년대의 성 해방 물결을 다잡으려는 권고·교육용 강령이었을 뿐 법적 강제력은 없었고 실제로 늘 지켜지지도 않았다. 혁명 직후 퍼진 「물 한 잔 이론」의 자리를 대신해 소련 이데올로기의 기준이 되었고, 1926~1929년 그 이론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성 해방 풍조를 거두어들이는 데 쓰였다. 심리학자 세르게이 스테파노프는 2004년, 오늘 보면 우스꽝스럽지만 1980년대 「소련에는 섹스가 없다」는 말에 이르기까지 소련의 공식 성교육이 반세기 넘게 이 계율, 곧 승화된 리비도라는 생각을 따랐다고 평했다. 계율은 1990년 『사랑의 철학』과 1995년 잡지 《로디나》에 다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