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멸
Withering Away of the State
엥겔스가 『반뒤링론』과 『공상에서 과학으로』에서 내놓은 명제. 국가는 계급 지배를 위한 특수한 억압 기구이므로, 억압할 계급이 사라지면 억압 기구도 필요를 잃는다. 사회 전체의 이름으로 생산수단을 장악하는 첫 행위가 국가로서의 마지막 독자적 행위이며, 그 뒤 사람에 대한 통치는 사물의 관리로 대체된다. "국가는 '폐지'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멸한다." 레닌은 사멸하는 것이 혁명 뒤의 프롤레타리아 반(半)국가이고 부르주아 국가는 혁명으로 폐지된다고 정정했으며, 스탈린은 1939년 자본주의 포위가 남아 있는 한 국가는 존속한다고 선언해 이 명제를 사실상 뒤집었다.
상세
명제의 자리
엥겔스의 논증은 국가의 정의에서 출발한다. 국가는 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그때그때의 착취 계급의 조직이며, 무엇보다 피착취 계급을 억눌러 두기 위한 특수한 억압력이다. 고대에는 노예 소유 시민의 국가, 중세에는 봉건영주의 국가, 근대에는 부르주아지의 국가였다.
그렇다면 국가가 마침내 사회 전체의 진짜 대표가 되는 순간 국가는 스스로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억눌러야 할 계급이 없어지고, 생산의 무정부성에서 나오던 충돌과 과잉이 제거되면 억압할 것이 남지 않는다. 사회의 이름으로 생산수단을 장악하는 첫 행위는 국가로서의 마지막 독자적 행위다. 이후 사회관계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영역마다 차례로 불필요해지고 저절로 잠들어 간다. "사람에 대한 통치는 사물의 관리와 생산 과정의 지도로 대체된다. 국가는 '폐지'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멸한다."
양쪽을 겨눈 명제
이 문장은 흔히 무정부주의자를 겨눈 것으로만 인용된다. 엥겔스는 실제로 국가를 당장 폐지하라는 요구를 이 명제로 반박했다. 그러나 같은 문단은 반대쪽도 겨눈다. 그는 곧바로 "자유로운 국가"라는 구호의 값이 이로써 드러난다고 덧붙인다. 선동가가 한때 쓸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과학적으로 불충분한 말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도 『고타강령 비판』 4부에서 같은 구호를 두들겼다.
레닌은 1917년에 이 균형이 무너진 채 전해져 왔다고 지적했다. 무정부주의자를 겨눈 결론은 수천 번 되풀이되었지만 기회주의자를 겨눈 결론은 잊혔다는 것이다.
레닌의 정정
『국가와 혁명』 1장은 이 명제의 오독을 정면으로 다룬다. 엥겔스는 프롤레타리아트가 국가권력을 장악하면서 "국가를 국가로서 폐기한다"고 먼저 말했다. 곧 부르주아 국가는 사멸하는 것이 아니라 혁명으로 폐지된다. 사멸하는 것은 그 뒤에 남은 프롤레타리아 국가, 또는 반(半)국가다. 하나의 특수한 억압력을 다른 특수한 억압력으로 갈아 끼우는 일은 결코 '사멸'의 형식으로 일어날 수 없다.
이 정정이 겨눈 것은 사멸 명제를 혁명 불필요론의 근거로 쓰는 독법이었다. 국가가 어차피 사멸한다면 지금 국가를 깨뜨릴 이유가 없다는 논법 말이다.
1939년의 역전
소련에서 이 명제는 다른 방향에서 무너진다. 1939년 3월 18차 당대회 보고에서 스탈린은 사회주의가 승리한 뒤에도 국가가 남는가를 묻고 이렇게 답했다. 자본주의 포위가 청산되지 않고 외부의 군사 공격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국가는 남는다. 엥겔스의 공식은 사회주의가 모든 나라 또는 대다수 나라에서 승리한 경우를 전제한 것이며, 한 나라에서만 승리한 경우에 대해 고전들은 답을 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형식상 이것은 이론의 구체화다. 실제 효과는 사멸의 무기한 연기였다. 국가기구는 사멸을 향해 축소되기는커녕 같은 시기 최대로 팽창했고, 이론은 그 팽창을 설명하는 도구가 되었다.
오늘 읽는 법
세 층을 갈라 읽어야 한다. 엥겔스의 명제는 국가의 소멸을 예언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성격을 규정한 것이다. 국가가 계급 지배의 기구인 한, 계급이 사라지면 그 기구도 존재 근거를 잃는다는 조건문이다. 레닌의 정정은 그 조건문이 혁명을 면제해 주지 않는다는 경고다. 그리고 1939년의 답변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이론이 어떻게 현실을 추인하는 쪽으로 굽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이 세 층을 겹쳐 놓으면 국가사회주의라는 말이 왜 분석 도구가 되지 못했는지가 다시 보인다. 국가가 무엇을 소유하는가는 국가의 성격을 바꾸지 못한다. 물어야 할 것은 그 국가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자기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이다.
관련 용어
관련 인물
출처
- 마르크스주의 인터넷 아카이브 Part III: 'The modern state, no matter what its form, is essentially a capitalist machine — the state of the capitalists, the ideal personification of the total national capital'; the footnote on Bismarckian nationalisation as 'a kind of spurious Socialism' with the tobacco monopoly, Napoleon and Metternich, the Belgian railways, the royal porcelain manufacture and the regimental tailor; 'the government of persons is replaced by the administration of things'; 'The State is not "abolished". It dies out.'; and 'It is the ascent of man from the kingdom of necessity to the kingdom of freedom.'
- 마르크스주의 인터넷 아카이브 Lenin's correction: 'the bourgeois state does not "wither away", but is "abolished" by the proletariat in the course of the revolution. What withers away after this revolution is the proletarian state or semi-state', plus the reading of 'free people's state' as an opportunist catchword
- 마르크스주의 인터넷 아카이브 chapter 5, the commentary on the Critique: 'What is usually called socialism was termed by Marx the "first", or lower, phase of communist society'; 'under communism there remains for a time not only bourgeois law, but even the bourgeois state, without the bourgeoisie!'; and the reading of the higher phase
- 마르크스주의 인터넷 아카이브 Report to the 18th Congress, 10 March 1939, 'Some Questions of Theory': the state will be retained under communism 'unless the capitalist encirclement is liquidated', and Engels's formula is said to presuppose socialism victorious in all or most countries — a case the classics 'could not have given an answer' to
- 마르크스주의 인터넷 아카이브 Part IV on the 'free state': 'Freedom consists in converting the state from an organ superimposed upon society into one completely subordinate to it', and 'Between capitalist and communist society there lies the period of the revolutionary transformation of the one into the other. Corresponding to this is also a political transition period in which the state can be nothing but the revolutionary dictatorship of the proletari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