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바실리예비치 그리신

Виктор Васильевич Гришин
러시아 러시아 1914–1992 ○ 자연사

18년간 모스크바를 통치하고 연금 재신청 중 사망한 브레즈네프 시대의 얼굴

1964년 10월, 흐루쇼프 실각 당시 그리신은 일리초프와 함께 흐루쇼프의 사임 성명 초안을 작성했다. 흐루쇼프는 자신의 정치적 죽음이 담긴 그 서류에 서명했고, 이후 브레즈네프 시대가 열렸다.

브레즈네프 시대 보수파의 모스크바 시당 제1서기로 18년간(1967~1985) 수도를 통치했다. 1971년 정치국 정위원이 되었고, 브레즈네프와 체르넨코 사후 두 차례 서기장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1985년 고르바초프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모스크바 인근 원전 건설을 저지해 체르노빌 이후 선견지명을 인정받았고, 1980년 올림픽 인프라를 총괄했다. 1992년 연금 재등록을 위해 구청 사회보장과를 찾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여 후기 소비에트 체제의 안정과 정체를 동시에 체현했다.

경력 연표

관련 역사 사건

모스크바의 주인 18년, 그리고 1985년의 헛된 꿈

빅토르 그리신은 1967년부터 1985년까지 18년간 모스크바시당 제1서기로 수도를 다스렸다. 노동조합 의장을 거쳐 올라온 그는 화려한 언변도 뚜렷한 노선도 없이, 의전과 안정의 화신으로 브레즈네프 시대를 통과했다. 그의 모스크바는 겉으로는 제국의 진열장이었지만, 안으로는 상점 뒷문의 특권 유통과 유통망의 부패가 곪아 갔다. 안드로포프 시대의 사정 바람이 모스크바 상업계를 강타해 유명 식료품점 지배인이 총살되는 사건까지 벌어지자, 그의 아성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1984년에서 1985년으로 이어지는 겨울, 병상의 체르넨코를 대신할 후계 후보로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1985년 2월 그는 투표소로 꾸민 병실에서 체르넨코가 투표하는 장면을 연출해 텔레비전에 내보냈다. 지도자의 건재를 보이려던 이 연출은 오히려 죽어 가는 노인을 전시한 꼴이 되어 역효과만 냈다. 3월의 밤 정치국에서 그에게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해 12월 고르바초프는 옐친을 모스크바에 앉혔고, 그리신은 이듬해 정치국에서도 밀려났다. 새 시대의 언론은 그의 시대를 정체와 부패의 대명사로 소환했다.

모스크바 인근 원자력발전소 건설 저지

1970년대 후반, 소련 과학아카데미 원장 아나톨리 알렉산드로프와 군산복합체 책임자 드미트리 우스티노프는 모스크바 인근에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자는 계획을 정치국에 제출했다. 모스크바 시당 제1서기였던 그리신은 천만 인구가 밀집한 수도 근교에 원전을 건설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앙적 위험을 들어 단호히 반대했다. 격론이 오가던 정치국 회의에서 알렉산드로프가 '나는 붉은광장에도 원전을 지을 수 있으며 완전한 안전을 보장한다'고 외치자, 그리신은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맞받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완강한 저지로 이 계획은 무산되었다. 1986년 체르노빌 참사 이후, 그리신의 결정은 모스크바를 잠재적 대참사에서 구한 선견지명으로 재평가되었다. 그러나 이 일로 그는 브레즈네프의 최측근인 우스티노프와 과학계 최고 권위자를 적으로 돌렸고, 이는 이후 정치국 내 그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1992년, 연금 창구의 줄에서 맞은 죽음

실각한 그리신은 특권을 하나씩 반납하며 잊혀 갔다. 국가 다차와 전용차가 회수되었고, 한때 수도의 모든 의전을 주재하던 남자는 평범한 연금 생활자가 되었다. 그는 짧은 회고록에서 자신의 시대를 변호했지만 귀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992년 5월 25일, 그는 모스크바의 구청 사회보장 창구에서 연금 재산정 서류를 들고 차례를 기다리다 심장발작으로 쓰러져 그 자리에서 죽었다. 소련이 사라진 지 다섯 달 뒤였다. 제국 수도의 주인이 제국이 무너진 뒤 연금 창구의 줄에서 죽었다는 사실은, 어떤 논평보다 시대의 전환을 실감하게 하는 장면으로 신문들에 기록되었다.

역사에서 그는 흔히 정체기의 얼굴로 소환되지만, 모스크바 원전 건설을 막아선 일화처럼 단순한 희화화에 들어맞지 않는 결도 있다. 브레즈네프 체제의 안정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엇을 대가로 치렀는지를 보여 주는 표본 같은 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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