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政策金融) · 20세기 중반–현재

정책금융

Policy Finance

민간 금융시장이 정보 비대칭과 외부효과 때문에 신용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할 때, 정부가 이를 보완할 목적으로 개입하여 공급하는 금융이다. 신용 제약 집단(중소기업·가계·농업), 정(+)의 외부효과가 있는 부문(기술·연구개발·벤처), 장기 자금이 필요한 부문(설비·수출·주택·인프라), 지역 기반 금융 등이 대표적 대상이다. 한국에서는 1961년 은행 국유화 이후 경제개발계획의 핵심 수단이 되어 수출기업과 전략산업에 저리 대출·차관 지급보증·선별적 신용할당을 집중 공급했고, 재벌은 이 자금으로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규모로 확장했다.

상세

개념과 근거

정책금융은 민간금융이 금융 수요를 적절히 충족시키지 못할 때 이를 보완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으로 공급되는 금융이다. 이론적 근거는 시장실패다. 정보가 불완전하고 비용이 들면 신용 배분에는 정보의 불균등 분포, 감시·검증 비용, 계약 집행 비용이 따르므로 신용이 반드시 최선의 용도에 배분되지 않으며, 정보 비대칭은 역선택·도덕적 해이·무임승차·유인 갈등을 낳는다. 정부의 신용 배분 개입은 이 조건에서 정당화된다(비타스·조, 세계은행 연구관찰지 1996).

역사

1950년대에는 외원 자금이 경제 부흥과 수입대체산업을 뒷받침했다. 1960년대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함께 국가가 금융체계 전반을 통제하면서 수출·전략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체제로 전환되었고, 19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장기 설비금융과 선별금융제도를 통해 급격히 확대되었다. 금융통화위원회 산하 정책금융 제도가 정비된 것도 이 시기다. 1980년대는 산업구조조정 중심의 기능별 체제로 재편하는 조정기였고, 1990년대에는 금융자유화로 정책대출·신용규제가 축소·폐지되면서 주된 통로가 일반은행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 이동해 중소기업 금융에 집중되었다. 2000년대에는 차세대 성장동력, 사회안전망, 환경·에너지(탄소저감·신재생)를 중심으로 시장기능형으로 현대화되었다.

1960~70년대 정책금융은 관치금융의 틀 안에서 작동했다. 5·16 이후 군사정부는 금융기관 임시조치법을 제정하고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금리 결정, 신용 할당, 예산, 인사, 조직을 행정부에 종속시켰고, 이 금융 통제는 1982년 말 임시조치법 폐지 때까지 수출금융 특혜와 저리 신용 할당을 통해 이어졌다. 금융위원회는 1970년대를 '정책금융시대'로 규정하는데, 중화학공업 정책과 함께 1972년 8·3 긴급조치와 사금융의 제도금융화가 이루어졌고 1974년 신용보증기금법, 1976년 한국수출입은행 등 새 정책기관이 설립되었다.

관계와 규모

한국의 정책대출은 1970년대 국내금융기관 전체 신용 공급의 약 50퍼센트를 차지했고 1980년대에는 약 30퍼센트로 점차 낮아졌으며, 정부가 통제한 예금은행 대출에서는 기간 내내 약 60퍼센트를 유지했다. 시중은행 정책대출 가운데 재정자금으로 조달된 것은 7~8퍼센트에 불과했고 약 35퍼센트는 한국은행 차입금이었다. 정부는 차관 배분도 통제해 승인을 요구했으며, 1965년 개정 외자도입법으로 정부 통제 은행이 기업의 차관 상환을 보증할 수 있게 했다.

국가는 조세·금융 유인과 은행체계 통제로 기업을 우선 산업에 몰아넣었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출진흥확대회의와 경제동향보고회의를 통해 관료·기업인·은행가·업종단체가 긴밀히 협의했다. 은행은 국고 단위, 산업은 생산·판매 단위, 정부는 중앙계획·통제 단위로 기능했고, 이러한 대규모 유도는 재벌로의 압도적 경제집중을 낳았다.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정부는 산업·은행과 실질적인 위험 분담자이자 묵시적 공동보험자가 되었다. 그러나 신용 개입의 비용은 주로 은행과 예금자에게 전가되었다. 시중은행이 개발은행처럼 기능하면서 경영 효율성이 훼손되고 부실채권이 누적되었으며, 정부가 기업을 구제할 의사가 있어 은행이 심사·감시할 유인이 약해졌고 재벌은 '대마불사'가 되어 이후 자유화를 어렵게 했다. 1997년 외환위기 후 정부는 공적자금을 조성해 금융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같은 해 12월 국제통화기금과 570억 달러 지원에 합의하고 종합금융회사 14개, 증권사 2개, 신탁회사 1개를 정지시켰으며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한국은행법을 개정했다. 1998~99년에는 은행 12개에 대한 경영개선명령, 부실은행 5개 퇴출, 인가 취소, 상위 5개 그룹의 빅딜이 추진되었다.

구분

정책금융은 시행 주체에 따라 협의의 정책금융과 정책성금융으로 구분된다. 협의의 정책금융은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옛 총액한도대출)과 정부·정부출연기관이 직접 지원하는 정책자금·기금으로, 녹색기업·중소기업 지원처럼 구체적 목표를 가진다. 정책성금융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처럼 스스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관의 금융으로, 별도 재정자금 없이 지급보증을 받고 목표가 비특정적이며 공공성과 시장성이라는 모순적 정체성을 안는다.

정책금융은 금융억압과도 구별된다. 금융억압은 정부 목표에 자금을 배분하는 일, 금리 통제 등 시장을 억누르고 왜곡하는 개입 일반을 가리키는 더 넓고 부정적인 개념인 반면, 정책금융은 시장실패의 교정으로 정당화된다. 다만 정책금융은 태생적으로 정부실패, 정치적 간섭, 대리인 비용 같은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정책성 신용 프로그램은 1960~70년대 대표적인 개발정책 수단이었지만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왜곡된 유인, 자본집약적 사업, 우대자금의 유용, 비우대 차입자의 비용 상승, 낮은 상환율과 재정적자 확대로 실패했고 도입 후에는 없애기 어려웠다. 일본과 한국은 상대적 성공 사례로 평가되는데, 물가 안정, 수출지향, 국내 경쟁, 민간부문 활용, 공업화 우선 같은 경제적 요인과 정부-기업 협의, 효과적 감시, 신뢰할 수 있는 개발계획 같은 제도적 요인이 함께 지적된다.

사례

금융자유화 이후의 정책금융 수단에는 직접투자·대출, 이차보전, 대리대출, 신용보증이 있다. 직접투자·대출은 정부가 자금 조달 책임을 지고 대상자를 선정한다. 이차보전은 금융회사가 심사·대출하고 정부가 이자의 일부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시장기제를 활용하지만 도덕적 해이와 시장 왜곡의 위험이 있다. 대리대출은 정책 당국이 금융회사에 시장금리 이하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미리 선정된 적격 기업에 대출하도록 하고 정책금융기관이 일정 비율까지 신용위험을 분담한다. 신용보증은 차입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증해 상환 능력은 있으나 담보가 부족한 기업을 돕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크게 개선하는 대신 금융기관의 위험 부담과 정보 생산 유인을 약화시킨다.

한국의 6개 특수은행은 정부 자금과 채권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했고, 정책개발기관은 기업과 정부 사업에 신용을 공급했다. 수출입은행은 자본재·서비스 수출, 자원 개발, 해외투자에 중장기 신용을 제공했고, 산업은행은 정부와 국제금융기관·외국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 핵심 산업과 인프라를 지원했으며, 장기신용은행은 설비투자 자금을 공급했다.

출처

  1. encykorea.aks.ac.kr Encyclopedia of Korean Culture: authoritative Korean-language definition of 정책금융 as government financial intervention to compensate for market failures in credit allocation; periodization of Korean policy finance from the 1950s through the 2000s, including the 1960s transition to a full policy-finance system under the military government, the 1970s expansion for heavy-chemical industrialization, and the instruments used (direct lending, interest subsidies, on-lending, credit guarantees)
  2. documents.worldbank.org World Bank Research Observer (Vittas & Cho, 1996): theoretical foundations of policy-based lending; analysis of Japan and Korea as relative successes of directed credit; essential conditions for effective policy finance including reliance on private sector, export orientation, government-business consultation, and credible development plans; contrast with widespread failures of directed credit in other developing countries
  3. countrystudies.us U.S. Library of Congress Country Studies: Park Chung Hee's nationalization of all commercial banks in 1961, government control over foreign borrowing and institutional credit, and the resulting centralized direction of business credit
  4. fsc.go.kr Financial Services Commission of Korea: official periodization labeling the 1970s as the 정책금융시대 (Policy Finance Era), during which the HCI drive and emergency financial measures (8.3 measure, institutionalization of curb-market funds) were carried out through policy-based credit
  5. encykorea.aks.ac.kr
  6. documents.worldbank.org
  7. fsc.go.kr
  8. countrystudie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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