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gender system · 1975

섹스/젠더 체계

Sex/Gender System

미국 인류학자 게일 루빈이 1975년 논문 「여성 거래: 성의 ‘정치경제’에 관한 노트」에서 만든 개념. 한 사회가 생물학적 성을 인간 활동의 산물로 바꾸고, 그렇게 바뀐 성적 욕구를 채우는 일련의 장치를 가리킨다. 루빈은 마르크스주의가 여성이 자본주의에 쓸모 있다는 점은 설명해도 여성 억압의 기원은 설명하지 못한다고 보고, 엥겔스가 중단한 기획을 이어 레비스트로스의 친족 이론과 프로이트·라캉의 정신분석으로 여성의 교환과 젠더의 형성을 분석했다.

상세

루빈은 미시간 대학 학부 시절 인류학자 마셜 살린스의 수업에서 쓴 학기 논문을 여러 차례 고쳐 이 글을 썼고, 1975년 레이나 라이터가 엮은 페미니즘 선집 『여성 인류학을 향하여』에 실리면서 널리 읽혔다. 그는 대학에서 신좌파의 독서 모임에 참여해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그 비판을 익혔고, 《뉴레프트리뷰》를 읽으며 라캉과 알튀세르의 마르크스주의 분석을 접했다. 루빈은 섹스/젠더 체계를 「사회생활 가운데 여성 억압의 자리인 부분」이라 부르고, 젠더를 「사회적으로 부과된 성의 구분」으로 정의했다.

출발점은 마르크스주의 비판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 임금노동자의 잉여가치는 지배 계급의 이윤이 되고 여성은 집에서 그 노동력을 유지하고 재생산한다는 분석은 쓸모가 있다. 그러나 루빈은 여성이 자본주의에 쓸모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일과, 그 쓸모가 여성 억압의 기원을 설명한다고 주장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고 했다. 뉴기니 고지대나 아마존강 유역처럼 자본주의가 없는 곳에서도 여성 억압은 번성하고, 자본주의 이전의 유럽도 여성 억압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엥겔스가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시작하고 중단한 기획을 이어 가야 한다고 했다. 루빈은 뒤에 이 글을 돌아보며, 마르크스주의는 사람들이 일련의 물음을 던질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그 물음에 만족스럽게 답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루빈이 분석의 재료로 삼은 것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친족의 기본 구조』, 특히 「여성의 증여 교환」과 근친상간 금기였다. 근친상간 금기는 친족 사이의 혼인을 막아 가족 사이의 여성 교환을 밀어붙이고, 그 교환을 주고받는 쪽은 주로 남성이다. 루빈은 이 「여성의 교환」을 성 체계를 기술할 개념의 무기고를 짓는 첫걸음이라 불렀다. 그러나 근친상간 금기는 레비스트로스가 생각한 만큼 보편적이지 않아서, 친족 교환만으로는 젠더가 어떻게 생겨나 특정한 몸에 붙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라캉의 남근 교환 분석으로 나아갔다. 여자아이와 여성은 남근을 줄 수 없고 남성에게서 선물로 받을 수 있을 뿐이며, 그 결여를 받아들이면서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론에서 루빈은 혼인 체계에 대해서는 여성을 교환하느냐 말고도 물어야 할 것이 있다며, 사회마다 그 교환이 무슨 목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연구하자고 했다. 페미니즘의 목표로는 성적 해부학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누구와 사랑을 나누는지와 무관한 「젠더 없는(성이 없지는 않은) 사회」를 내걸었다.

하이디 하트먼은 1979년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의 불행한 결혼」에서 루빈의 정의를 그대로 인용하며, 섹스/젠더 체계라는 개념 덕분에 사회 구조 속의 가부장적 요소를 훨씬 잘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생물학적 성인 암컷과 수컷으로 태어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젠더인 여자와 남자로 만들어지며, 그 만들어지는 과정이 엥겔스가 말한 생산양식의 둘째 측면, 곧 「인간 자신의 생산, 종의 번식」이라는 것이다. 루빈은 섹스/젠더 체계가 이론상 여성 우위일 수도, 남성 우위일 수도, 평등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알려진 체계들에 이름을 붙이거나 역사를 시기 구분하지는 않았는데, 하트먼은 지금의 섹스/젠더 체계를 「가부장제」라 부르기로 했다.

루빈 자신은 1982년 「성을 생각하기: 성 정치의 급진적 이론을 위한 노트」를 이 글의 일부 주장을 바로잡는 「교정」으로 여겼다. 주디스 버틀러는 1988년 「수행적 행위와 젠더 구성」에서 이미 루빈을 인용했고, 이 글을 자기 젠더·섹슈얼리티 연구의 열쇠로 꼽았다. 1991년 마이클 워너가 널리 퍼뜨린 「이성애 규범성」 개념의 뿌리도 루빈의 섹스/젠더 체계와 에이드리언 리치의 「강제적 이성애」에 있다. 비판은 주로 루빈이 쓴 정신분석을 향했다. 로라 키프니스는 2006년 그것이 여성의 삶을 지나치게 결정론적으로 보게 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조앤 W. 스콧은 「젠더: 역사 분석의 유용한 범주」에서 루빈의 정신분석이 역사가가 역사 속 행위자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될지 의문을 던졌다.

관련 인물

출처

  1. 위키백과 (영문)
  2. plato.stanford.edu
  3. web.ics.purdue.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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