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교환
Unequal exchange
임금 수준이 크게 다른 나라들이 세계 시장에서 “정상” 가격으로 거래할 때, 저임금 주변부가 자기 생산물에 들인 노동보다 적은 노동이 담긴 상품을 돌려받아 가치가 중심부로 옮겨 간다는 마르크스주의 이론. 아르기리 에마뉘엘이 1962년 논문과 1969년 『불평등 교환』에서 체계화했다. 자본은 나라 사이를 오가며 이윤율이 같아지지만 노동은 국경에 묶여 임금 격차가 그대로 남고, 그 결과 국제 가격이 가치에서 체계적으로 벗어난다는 것이 핵심이다. 샤를 베텔하임은 생산성과 자본 구성의 차이를 앞세워 반박했고, 사미르 아민은 이를 “세계적 가치법칙”으로 넓혔다.
상세
공정해 보이는 거래에서 어떻게 착취가 생기나?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리카도 이래의 비교우위론과 신고전파 무역 이론은, 각 나라가 상대적으로 잘 만드는 것을 만들어 교환하면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한다. 불평등 교환 이론은 이 전제를 거부한다. 거래가 자유롭고 가격이 시장에서 정해져도, 그 가격 구조 자체가 한쪽의 노동을 다른 쪽으로 옮기는 장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마르크스의 분석에 뿌리를 둔다. 마르크스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거래가 시장에서는 형식상 평등한 교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동자가 받은 임금보다 많은 가치를 만들고 그 잉여가치를 자본가가 가져간다는 점을 보였다. 형식상 평등한 교환 위에서도 착취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요점이었다. 마르크스는 『자본』에서 무역에서의 불평등 교환을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그룬트리세)의 한 메모에서 이렇게 썼다.
이윤이 잉여가치보다 작을 수 있다는 가능성, 따라서 자본이 엄밀한 의미에서 자기를 실현하지 않고도 이윤을 남기며 교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부터, 개별 자본가뿐 아니라 나라들도 서로 끊임없이 교환하고 그 교환을 점점 넓어지는 규모로 계속 되풀이하면서도 그 때문에 반드시 같은 정도로 이득을 보지는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 나라는 다른 나라의 잉여노동 일부를 끊임없이 제 것으로 삼으면서 교환에서 그 대가로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 척도는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교환에서와 같지 않다.
From the possibility that profit may be less than surplus value, hence that capital [may] exchange profitably without realizing itself in the strict sense, it follows that not only individual capitalists, but also nations may continually exchange with one another, may even continually repeat the exchange on an ever-expanding scale, without for that reason necessarily gaining in equal degrees. One of the nations may continually appropriate for itself a part of the surplus labour of the other, giving back nothing for it in the exchange, except that the measure here [is] not as in the exchange between capitalist and worker.
에마뉘엘의 계산은 어떻게 돌아가나?
에마뉘엘은 마르크스가 『자본』 3권에서 보인 생산가격 논리를 나라 사이에 적용했다. 경쟁 아래에서 자본은 이윤율이 높은 곳으로 옮겨 다니므로 이윤율은 평균으로 같아지는 경향이 있고, 상품은 가치가 아니라 “비용가격 + 평균이윤”인 생산가격으로 팔린다. 에마뉘엘의 가정은 두 가지다. 자본은 나라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여 국제적으로 이윤율이 같아진다. 그러나 노동은 국경에 묶여 있어, 임금은 각 나라에서 정치적·역사적으로 정해진 수준에 머문다. 당시 지배적이던 헥셔-올린-새뮤얼슨 무역 이론이 상대가격이 임금을 정한다고 본 것과 반대로, 그는 정치적·역사적으로 정해진 임금 수준이 상대가격을 정한다고 보았다.
설명용 가정으로 작은 계산을 해 보자. 중심부 A국과 주변부 B국이 똑같이 원료와 기계 마모분 50(불변자본 c)을 쓰고 노동자에게 100시간씩 일을 시켜 상품을 만든다. 100시간 노동은 새 가치 100을 만든다. 그러니 두 나라 상품의 가치는 똑같이 50 + 100 = 150이다. 차이는 임금(가변자본 v)이다. A국 노동자는 80을 받아 잉여가치는 20이고, B국 노동자는 20을 받아 잉여가치는 80이다.
이제 이윤율이 같아진다고 하자. 두 나라가 미리 들인 자본은 A국 50 + 80 = 130, B국 50 + 20 = 70으로 합계 200이고, 잉여가치 합계는 20 + 80 = 100이므로 평균이윤율은 100 ÷ 200 = 50%다. 생산가격은 A국 130 × 1.5 = 195, B국 70 × 1.5 = 105가 된다. 합계는 300으로 가치 합계와 같지만, 똑같이 100시간이 든 두 상품이 195와 105로 교환된다. B국은 가치 150짜리를 105에 팔고 A국은 150짜리를 195에 팔아, 가치 45만큼이 교역을 통해 B국에서 A국으로 넘어간다. 에마뉘엘은 이것을 임금 격차에서 오는 잉여가치율 차이가 낳는 불평등 교환이라 불렀고, 이것이 주변부가 중심부에 착취당하는 기제라고 보았다. 그는 이 이론으로 프레비시·싱어·아서 루이스가 설명하려 한 저개발국 교역조건의 하락 추세를 설명하려 했고, 그들의 설명은 철저하지 못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노동자 국제연대에 무엇을 뜻했나?
이 이론이 마르크스주의와 종속이론 진영에서 뜨거운 쟁점이 된 것은 노동자 국제연대에 대한 함의 때문이었다. 에마뉘엘은 고임금국과 저임금국 노동자 사이에 연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관찰이 자기 이론과 잘 맞는다고 지적했고, 더 나아가 나라 안에 갇힌 노동운동이 불평등 교환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았다. 1969년 『르 몽드』에 실은 글 「특권 국민의 프롤레타리아트는 ‘제3세계’ 착취에 가담한다」와 이를 옮긴 1970년 『먼슬리 리뷰』의 「국제주의의 망상」은 베텔하임의 반론과 함께 「노동자의 국제연대: 두 견해」로 실렸다. 이 논쟁은 레닌 이래의 노동귀족론과도 맞닿아 있다.
에마뉘엘은 1937년 벨기에령 콩고에서 상업에 종사했고, 1944년 4월 중동 주둔 그리스 군의 좌파 봉기에 가담해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사면되었다. 콩고에서의 관찰은 그의 글에 자주 나오며, 그의 접근이 당시 프랑스 마르크스주의와 다른 까닭을 설명해 준다는 평가가 있다.
베텔하임과 아민은 어떻게 달랐나?
에마뉘엘의 지도교수였던 샤를 베텔하임은 임금 격차에서 오는 불평등 교환을 자본의 유기적 구성(자본 집약도) 차이에서 오는 불평등 교환의 하위 범주로 두려 했다. 이후 아민, 오스카 브라운, 얀 오토 안데르손 등 대부분의 후속 판본과 베텔하임 이후 거의 모든 비판자는 더 높은 생산성을 더 높은 임금의 원인(따라서 정당화)으로, “독점”을 불평등 교환의 원인으로 보는 쪽을 택했다. 베텔하임과 크리스티앙 팔루아는 부유한 나라가 세계경제를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어 상품을 시장가치보다 높게 팔 수 있는 반면, 주변부 경제의 가격은 흔히 생산가격보다 낮다고 보았다.
사미르 아민은 에마뉘엘처럼 임금 격차를 핵심으로 보면서도 이를 “세계적 가치법칙”으로 넓혔다. 그에 따르면 나라 사이 임금 격차는 생산성 격차보다 크다. 자유무역과 개방된 국경은 다국적 기업이 가장 싼 노동을 찾아 움직이게 하지만, 노동의 이동은 막혀 있다. 주변부에는 거대한 세계적 예비 노동력이 있고 사회운동은 억압받으므로 임금이 낮게 머물고, 중심부에서는 축적이 누적되어 임금이 생산성과 함께 오른다. 이것이 주변부의 “초과착취”이며, 중심부 기업에 돌아가는 “제국적 지대”는 다른 곳에서 “세계적 노동 차익거래”라고도 불린다. 아민은 북반구의 낮은 착취율과 남반구의 높은 착취율이 국제 노동계급 단결의 주된 장애물이라고 보았다. 라울 프레비시도 주변부가 수출하는 원료 가격이 선진국 공산품 가격보다 낮아지는 과정을 일찍이 불평등 교환으로 지적한 사람으로 꼽힌다.
오늘날에는 어떻게 재나?
아민은 생산성이 같다고 가정하고 북반구 가격을 써서 불평등 교환을 계산했고, 게르노트 쾰러는 구매력평가 환율과 시장 환율의 차이로 유출을 쟀다. 최근에는 마르크스의 가치론과 레온티예프의 투입산출 분석을 결합해 2000~2014년 43개국을 분석한 연구가, 불평등 교환이 이 기간 남북 간 수렴을 34%가량 줄였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제이슨 히켈과 공저자들은 1990~2015년 남반구에서 빠져나간 몫이 2010년 달러로 242조 달러에 해당한다고 계산했다. 생태경제학에서는 노동뿐 아니라 토지·자원의 유출을 따지는 생태적 불평등 교환론이 나왔다.
히켈 등은 남반구의 상품 사슬에도 육체노동뿐 아니라 관리·엔지니어링·물류·정보기술 노동이 있는데도 임금 격차 때문에 남반구의 숙련 노동이 북반구의 “비숙련” 노동보다 적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소득국 기업이 전체 특허의 97%를 가진 점,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세계무역기구에서 북반구가 다수를 차지한 점,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자유무역협정이 남반구의 임금과 노동권을 깎은 점도 가격 불평등을 유지하는 힘으로 든다. 흔한 반론은 남북 임금 격차가 북반구 노동자의 더 높은 생산성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불평등 교환론자들은 주류 경제학의 생산성이 실제 생산성이 아니라 가격으로 재어지므로, 북반구 기업이 상품 사슬에서의 힘으로 가격을 움직이면 생산 과정이 그대로여도 생산성이 높아 보인다고 답한다. 이 논쟁은 글로벌 가치사슬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주의권 경제상호원조회의(코메콘)는 회원국 사이의 불평등 교환을 상쇄하려고 쿠바처럼 저개발로 여겨진 회원국에 보조금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