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볼가는 카스피해로 흐른다

인물보리스 필냐크

28

마리야와 에드가르가 나가자,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탁자 뒤에서 뛰어나왔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병든 다리로도 아주 빠르게, 기하학적 직선으로 사무실을 오갔다. 그의 어깨는 평소보다 더 무겁게 처졌다. 주름은 이마에서 눈 쪽으로 흘러내렸다. 얼굴은 이런 사람들의 얼굴처럼 되었다. 삼십 베르스타를 걸어, 하루를 꼬박 자지 못하고, 질척한 길에서 남의 집으로, 해 질 녘 러시아식 저녁 차를 마시러 온 것이 아니라, 사무적이고 짧은 진실, 끔찍한 소식을 말하고 다시 쉬지 않고 밤의 베르스타를 지나 다음 끔찍한 소식으로 가야 하는 사람들의 얼굴처럼.

다시 전화가 울렸다. 건설 현장의 사무실에서 사람들은 이따금 늑대몰이의 깃발 안에 갇힌 늑대와 똑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화는 류보비 피메노브나에게서 온 것이었다.

— 네. 네? 좋은 유물이 발견됐다고요? 네, 네. 오늘 저녁 그쪽으로 가도 되겠습니까? 나는 몹시 지쳤습니다. 오늘은 왜인지 내내 알레고리만 떠오릅니다. 우리가 논쟁했던 것 기억하십니까? — 네, 늘 그렇습니다. 나는 미래, 새 강을 건설하고, 당신은 미래를 위해 옛것을 발굴하지요.

다시 전화가 울렸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 네, 갑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사무실을 나섰다. 발밑의 땅은 푸른 잔디 속에서 따뜻해지고 있었다. 태양은 눈부셨다. 구름은 푸른 하늘 속에서 녹아 사라졌다. 노동자들이 점심 뒤 휴식하며 풀밭에 누워 있었다. 주방공장 문턱에서는 한 처녀가 다른 처녀의 머리에서 이를 찾고 있었다. 사디코프는 점심을 먹으러 갔고, 계산대 줄에서 사리체프 십장이 중국 우산 같은 밀짚모자를 쓰고 그의 곁에 섰다. 사디코프와 사리체프는 인사를 나누었다.

— 나는 지금 아내와 헤어졌소, — 표도르 이바노비치가 말했다. — 나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며, 삶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들기를 좋아하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내 친구이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오. 나는 이 모든 것을 사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자 공산주의자의 의무로 보오. 라슬로는 정직한 공산주의자이고,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정직한 여자요. 나는 친구들을 도왔소. 그들에게는 힘든 일이었으니까. 당신 구역 일은 어떻소?

사디코프는 완전히 평온했다. 완전히 움직이지 않는 그의 얼굴에서 광대뼈가 작업의 일상 속으로 모였다.

깃발로 둘러싸인 늑대는 — 숲속에서, 새벽녘, 서릿비 속에서 — 몰이꾼들이 야유하고 고함치는 소리를 듣는다. 서릿비가 깃발들을 적셨다. 늑대에게 길은 없다. 늑대는 파시나 더미 속 갯버들 가지를 닮았다.

마리야 표도로브나와 라슬로가 햇빛 속으로 나왔을 때, 태양은 표도르 이바노비치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눈을 잘라 냈다. 하늘도 똑같이 푸르렀다. 그러나 그들에게 땅은 꺼져 버렸다. 그도 그녀도 건설 현장에서 콜롬나 크렘린까지, 마린킨 탑까지 걸어간 몇 킬로미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각자의 감각이 멈춘 침묵 속에서 나란히 걸었다. 마린킨 탑 쪽에서 크렘린을 보면, 아시아적인 콜롬나 크렘린은 갑자기 놀랍게도 중세 유럽의 고딕으로 변한다. 바로 마린킨 탑 때문에. 여기에는 두 번째 삶의 오솔길이 놓여 있었다. 태양 자체가 심장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의 오솔길이. 두 번째 삶과 첫 번째 삶이 뒤섞인 속에서, 아시아적 크렘린은 갑자기 아시아의 소리로 고함쳤고, 유럽 고딕의 처녀 같은 마린킨 탑은 비웃듯 미소 지었다. 마리야 표도로브나와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의 눈이 공간 너머에서 돌아왔다.

—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인가! —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말했다. 마리야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

—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지요, 에드가르? — 마리야가 물었다.

— 어떻게 하느냐고? —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듣지 못한 채 되물었다. — 지금은 집으로 가시오.

— 어디로요, 집이라니?

라슬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린카의 고딕은 말이 없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어제 자기가 애인 마리야를 두 팔에 온전히 안아 들고, 그녀에게 다정한 말을 하던 일을 떠올렸다.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이제 그에게 속했다. 영원히. 그는 공간 너머에서 자기 앞에 선 이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의 눈은 이해하지 못했다. 여자는 낯선 사람이었다. 알지 못하는 여자였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강의 흐름에는 법칙에서 벗어남이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 인간의 삶이 얼마나 강하고 얼마나 끈질긴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에게 여러 번 말한 적이 있었다. 전선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해된 집에서, 피 웅덩이들 속의 마리야가 갑자기 피아노를, 홀로 자기 자신을 위해 치기 시작했던 그 순간, 그리고 자기를 보고 수줍고 무력한 미소를 지어 보였던 그 순간이 얼마나 자신을 놀라게 했는지 말이다.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죽음의 도박 너머에서 사디코프에게 왔던 여자였다. 지금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어깨를 힘없이 떨어뜨린 채 라슬로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힘없이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아마 그때 전선에서 지었던 것과 같은 미소였을 것이다. 땅 위의 하늘은 아주 푸르게 쉬고 있었고, 푸른 빛 속에서 마리야의 눈은 아주 파랗게 빛났다.

크렘린의 폐허에서 박물관지기 그리보예도프가 나왔다. 그의 구레나룻은 빗질하지 않은 위엄으로 부풀어 있었고, 실크해트는 뒤통수로 밀려나 있었다. 박물관지기는 검은 망토를 어깨 뒤로 젖혀 걸치고 있었다.

— 라슬로, 안녕! — 그리보예도프가 외쳤다.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 나한테 갑시다. 방금 굴착 구덩이 바닥에서 나온 돌 여인상을 보여 주겠소. 모스크바 역사박물관 것 못지않소. 무슨 푸푸디야인지! 폴레티카 동무,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그것을 정리할 거요. 갑시다! 그리고 마실 때도 됐고.

박물관지기에게서는 양파와 보드카 냄새가 났다. 숲의 늑대몰이에서 사냥꾼들은 늑대의 길을 점점 더 좁히려고 깃발들을 이곳저곳으로 옮겨 건다. 박물관지기의 방에는 백의와 영대와 제의와 사제복이 더미로 굴러다녔고, 성상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으며, 구석에는 벌거벗은 나무 그리스도가 앉아 있었다. 그 그리스도 곁, 구석에서 천장을 떠받치듯 돌 여인상이 서 있었다. 무섭고, 물풀로 뒤덮인 돌 여인상은 보이지 않는, 비웃는 듯한 눈으로 방을 바라보았다. 박물관지기의 창문에서 보이는 아시아적인 콜롬나 크렘린은 그대로 아시아였다. 박물관지기는 파를 곁들인 보드카를 권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보드카를 사양하지 않고 마셨다.

— 마리야, 여기 앉아 있으시오. 표도르가 회의 때문에 세 시에 오라고 했소. 두 시간 뒤 돌아오겠소.

박물관지기는 두 번째 잔을 따르고 벌거벗은 그리스도와 잔을 부딪쳤다. 라슬로가 기계적으로 마셨기 때문이다. 마리야는 카라진의 소파 모서리에 앉아, 두 발까지 끌어올려 웅크렸다. 버스가 라슬로를 도시에서 건설 현장으로 끌고 갔다.

29

에드가르가 회의실로 들어설 때, 그는 표도르 이바노비치의 말을 들었다.

— 사람들은 여자 때문에 주먹질하고 결투하며 질투로 괴로워하던 그 낡은 도덕은 죽었습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를 보고 자기 말을 끊었다.

— 왔군, 에드가르. 회의를 시작합시다! — 그가 말하고 라슬로 곁에 앉았다.

중세의 기사들에게는 상대에게 결투의 장갑을 던지는 관습이 있었다. 그런 도전은 아시아적-러시아적 방식으로 이따금 돌 여인상으로 변한다. 마린킨 탑이 중세의 고딕으로 변하듯이.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몰이꾼으로 변했다. 그의 눈썹은 일 속으로 모였다. 회의에서 기사들은 작업 보고를 했다. 회의가 끝나 흩어질 때, 라슬로와 나란히 걷던 사리체프 십장이 말했다.

—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참된 공산주의자요. 정직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오. 결혼식은 언제입니까?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웃지 않고 대답했다.

— 그래, 표도르는 훌륭한 동지요.

그날 내내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일에 매달렸고, 해 질 녘에는 도시로 갔다. 그는 류보비 피메노브나를 만났다. 그들은 함께, 해 질 무렵의 푸른 시간에 마린킨 탑으로 갔다. 박쥐들이 날기 시작하고 올빼미가 울며, 저녁놀이 밤으로 차가워졌다가 동쪽을 붉게 물들이는 그 시간이었다. 사디코프는 류보비 피메노브나의 의붓아버지인 라슬로와 낮에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린킨 탑의 고딕은 어스름한 하늘, 별들을 향해 버티고 있었다. 성벽 폐허 아래에서는 물방앗간이 소리를 냈고, 소(沼)가 어두워졌다.

— 콜롬나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에요, — 류보비가 말했다.

사디코프는 말이 없고 평온했다. 그는 곁의 돌 위에 앉아 두 손바닥으로 머리를 받쳤다. 탑 둘레로 박쥐들이 소리 없이 스쳐 다녔고, 탑 안에서는 푸른 어둠, 푸른 고요 속에서 올빼미가 울었다.

— 무슨 생각을 하세요, 표도르 이바노비치? —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물었다.

— 고요를 듣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주 힘든 날이었고, 나는 몹시 지쳤습니다.

— 네, 이 탑 곁은 언제나 조용해요. 저는 이 탑에 관한 전설들, 이 탑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들을 적어 두었어요. 마리나 므니셰크의 영혼이 까마귀가 되어 러시아 위를 날아다닌다는 전설을 아시지요. 그 영혼의 까마귀가 번식해서 우리가 아는 까마귀들이 된 거예요. 그래서 까마귀들은 언제나 파괴의 장소, 죽어 가는 곳에서 사는 것이고요. 저는 마린킨 탑에 관한 글을, 이 탑이 새 강에 잠긴다는 말로 끝맺으려 해요. 그런데 저를 늘 놀라게 하는 게 있어요. 저는 낮에도 자주 탑 안으로 가요. 거기에는 딱총나무가 자라고, 햇볕이 달아오르고, 우엉 냄새가 나고 — 아무것도 없어요. 텅 비어 있어요. 벽돌, 시멘트 조각, 딱총나무뿐이에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도 이 돌들 곁으로 아주 긴 — 역사와 시가 흘렀어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이곳은 언제나 조용해요.

— 나는 가 보겠습니다, — 사디코프가 말하고 일어섰다. — 오늘 하루 몹시 지쳤습니다. 류보비 피메노브나, 오늘 집에 가시면 아마 어떤 소식을 알게 되실 겁니다. 당신에게도, 무엇보다 올가 알렉산드로브나에게도 어려운 소식입니다. 그녀에게 전해 주십시오. 내가 온 마음으로 그녀와 함께한다고. 그리고 당신에게는, 당신에게는 — 손에 입 맞추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래요, 늘 그렇습니다. 역사가 있었고, 시가 있었고 — 돌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역사도, 지금 여기 이 탑 곁에서, 당신 곁에 있는 것이 내게 얼마나 좋은지 기록하지 않을 겁니다. 류보비 피메노브나, 당신의 순결을 지키십시오.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십시오. 어머니와 아버지가 화해하게 해 주십시오.

—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사디코프? —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표도르 이바노비치를 따라 일어나며 물었다.

— 안녕히 계십시오, 류보비 피메노브나, — 사디코프가 대답했다. — 제가 찾아와도 되겠습니까? 괜찮겠습니까? — 사디코프는 조용히, 아주 조심스럽게 류보비 피메노브나의 손가락에 입 맞추었다.

탑과 크렘린의 폐허는 말이 없었다.

풀밭에서는 메추라기들이 “잘 때다! 잘 때다!” 하는 제 소리를 준설선의 울음과 삐걱거림에 뒤섞으며 울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걸어서 갔다. 건설 현장은 전등 불빛의 군대들로 타오르고 있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제 작업실인 도면실로 들어갔다. 열린 창 너머에서는 남자와 여자들의 목소리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가 덧문을 닫자 인간의 노래는 잦아들고, 메추라기 소리도 사라졌다. 그 대신 물과 흙 속에서 숨 막혀 하는 굴착기들의 울음과 삐걱거림과 포효가 더 잘, 더 불길하게 들려왔다. 땅을 파는 이 기계들의 외침은 사무실의 고요 속에서 참으로 무서웠다. 외침, 꽥꽥거림, 쉭쉭거림, 씩씩거림, 코 고는 소리, 신음, 울부짖음, 비명.

도면실은 어둠 속으로 숨었다. 마치 구월의 밤들처럼. 그 밤들이 러시아의 거지와 누더기들처럼 천천히, 젖은 채 지나가며 땅을 검은 어둠 속으로 빠뜨릴 때처럼. 자기 손도 자기 자신도 보이지 않는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구월 들판의 밤이면 진흙이 목까지 달라붙고 들판을 늑대들이 떠도는 그런 어둠이었다. 그날 저녁 풀밭에는 오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사디코프의 도면실에는 구월이 걸려 있었다. 그런 밤들은 인간이 땅 앞에서 참회하도록 존재한다. 구월의 도면실로 굴착기들의 울음이 들어왔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탁자 곁에 앉아 있었고, 담배들이 붉은 빛으로 광대뼈를 비추었다. 담뱃재의 빛이 광대뼈 위에서 몹시 사나웠다. 광대뼈는 단단했고, 오월 속의 이 구월밤이 잔혹한 것처럼 잔혹했다. 담배 불빛 속에서 전화기 수화기가 떠올랐다. 그것은 정의가 되지 못하고, 중세 기사도의 장갑이 지닌 아주 큰 잔혹함이 되어 버린 그 전화기였다. 담배가 꺼지면 성냥이 번쩍였다.

— 토목·암반 부서인가? — 수석기사 사디코프가 말한다. — 모두 이상 없나? — 좋다.

— 화력발전소인가? — 수석기사 사디코프가 말한다. — 모두 이상 없나? — 좋다.

잠옷 차림의 한 사람이 손바닥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었다. 이마의 주름은 노인처럼 모여 있었다. 전화선들은 건설 현장 곳곳을 헤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아주 선량하고, 모든 것을 용서하는 얼굴이 되었다. 자연에는 기하학적으로 곧은 운동이 없다. 자연 속의 그 무엇도 기하학적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모든 것은 타원과 포물선과 쌍곡선으로 자기 운동을 세운다. 물의 강도, 세월의 강도, 언제나 굽은 하상을 만들며, 달리할 수 없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마리야를 기하학적 직선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아팠다. 창밖에는 오월이 피어 있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탁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 창을 활짝 열고, 잠든 풀밭을 오래 바라보았다. 인간의 노래는 더 이상 없었으나, 메추라기들은 울고 있었다. 이 풀밭이 물에 잠길 때 자기들이 죽으리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동쪽은 차가운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기침하고, 가래를 뱉고, 창밖으로 침을 뱉은 뒤, 항아리의 우유를 마시고는 기운차게 딱딱한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십오 분 뒤 그는 코를 골고 있었다.

30

그 시각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박물관지기 그리보예도프의 방, 곧 백의와 영대가 굴러다니고 벌거벗은 그리스도가 서 있는 바로 그 방에서, 카라진 영지에서 온 파벨 양식 마호가니 소파 위에 작은 덩어리처럼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그리스도 곁에는 작은 초가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스도 뒤에는 오카강 바닥에서 천 년을 끌고 온, 무섭고 푸르스름한 돌 여인상이 서서 보이지 않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벽 너머에서는 박물관지기가 헛소리를 했다. 집 뒤에서는 세 번째 수탉들이 울었다.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작은 덩어리처럼 웅크린 채,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울고 있었다. 그녀의 발치에는 볼크라는 이름의 거대한 개가 누워 밤과 그녀와 그리스도를 지키고 있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그 시각 크렘린 아래, 모스크바강 기슭을 걷고 있었다. 그는 챙 넓은 검은 모자, 검은 외투, 누런 각반 차림이었다. 크렘린과 모스크바강은 공간 너머로 꺼져 있었고, 사디코프에게 그랬던 것처럼 라슬로에게도 이 밤은 구월의 밤이 되었다. 공간 너머에서 돌아와, 결단하고 행동해야 했다. 명예의 장갑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명예는 사디코프에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인간은 결심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모자에서 밤 속으로 흐트러진 생각들을 털어 내고 걸었다. 리사와 미시카가 신비를 엿보러 달려가곤 하던 마린킨 탑을 지나, 집으로, 아내에게로, 올가 알렉산드로브나에게로.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끝까지 마셔야 하는 잔에 관한 사디코프의 말을 기억했다. 그는 자기 생각들을 질서 속으로 모을 줄 알았다. 그리고 그는 자기 안에 전쟁을 뿌려 놓았음을, 그 전쟁 속에서 자기 본능들이 싸우고 있음을 이해했다. 공산주의자인 그는 형제 표도르의 명예의 장갑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그가 공간 너머에서 본 것은 마리야가 아니라 — 딸 리사였다. 마리야는 표도르 이바노비치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도 공식이 되어 가고 있었다.

스쿠드리나의 집에서는 아무도 자지 않았으나, 집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오월밤, 집 위로는 고아 같은 달이 낡은 보리수들 뒤에서 빠져나와, 집 지붕을 은빛으로 물들이며 떠올랐다.

31

에드가르 이바노비치 라슬로는 흥미로운 이론 논문을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곧 그는 노동자 심리의 변모와 변모의 심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건설 현장의 노동자 기본 대오, 곧 석공, 목수, 흙일꾼, 삽질꾼, 손수레꾼, 짐꾼, 톱질꾼들은 계절노동자들이었다. 마을과 단단히 묶여 있고, 루블을 자기 마을로 보내는, 반쯤 농민인 계절노동자의 심리는 잘 알려져 있다. 계절노동자의 노동 조건도 잘 알려져 있다. 올해는 투르크시브에서 일하고, 다른 해에는 캅카스에서, 또 다른 해에는 레닌그라드나 샤시에서 일하는 식이다. 계절노동자들은 아르텔을 이루어 살고 일한다. 혈연과 마을 이웃 관계, 그리고 고향에서 이미 뽑아 온 아르텔 대표로 묶여 있다. 계절노동자에게 모든 일터는 임시적이며, 이 반농민적 프롤레타리아들은 작업장에서 언제나 조금은 해적질을 하고, 언제나 조금은 “내 집은 저쪽 끝”이라는 식으로 군다. 그러나 모놀리트 곁에서 계절노동자들은 몇 해 동안 눌러앉게 되었고, 에드가르 이바노비치 라슬로는 계절노동자들의 생활과 심리가 어떻게 상주 노동자, 진정한 프롤레타리아의 생활과 심리로 다시 짜이는지 관찰했다. 아르텔들은 흩어지고 다시 짜였으며, 계절노동자들은 노동조합과 사회활동으로 들어갔고, 글을 배우고, 자기 마을과 얽매이지 않는 가족을 이루었으며, 한탕주의 본능은 닳아 없어졌다. 계절노동자들은 소처럼 일하고 아르텔의 죽을 먹고 벌거벗은 침상에서 자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붉은 코너와 도서관과 회의와 영화관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러시아식 셔츠와 통치마는 일이 끝난 뒤 유럽식 옷으로 바뀌었으며, 침대에는 시트가 생겼다. 계절노동자들은 같은 자리에서 이미 사 년째 일하고 있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이 모든 현상의 합법칙성을 이해했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는 언제나 필요한 것보다 더 서두르고, 부산을 떨며, 생활 없이 산다는 것,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야영과 출정의 생활, 임시 막사와 군에서 가져온 임시 천막, 이른바 헤센식 천막의 생활로 산다는 것도 이해했다. 선술집 주인, 아르텔의 아내들, 그냥 매춘부들, 버려진 남편과 아내, 칼부림은 건설 현장에서 거의 피할 수 없는 사정이다. 도서관, 벽신문, 노동자 발명, 노동조합 활동, 야간 교대, 사고가 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라슬로는 이 모든 것 뒤에서 노동계급의 심리, 새로운 러시아 문화가 만들어지는 법칙을 보았다. 거기서는 노동자 심리의 수천 강과 개울과 샘이 실제 강의 흐름만큼이나 합법칙적이며, 계급의 법칙과 루블의 법칙과 생활의 법칙과 성의 법칙과 러시아 점토질 길과 갈림길의 법칙이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

노동자 마을들은 건설 현장 둘레에 자리 잡았다. 영구 주택에 들어가지 못한 노동자들은 임시 막사와, 운모 창과 방수포 문을 단 헤센식 고무 천막에서 살았다. 막사 교차로들에는 순회 도서관, 운동장, 야외 영화, 소비조합과 모스셀프롬의 가게, 벽신문과 명령문 진열장이 북적였다. 여자 천막에서도 남자 천막과 마찬가지로 햇볕에 데워진 고무와 흙 냄새가 났고, 거기에 화장비누와 상한 버터 냄새가 더해졌다. 여자들은 일이 끝난 뒤 화장비누로 얼굴을 씻고, 버터를 머리에 발랐다. 여자 막사 문턱에서는 노래가 불렸다. 남자들은 언제나 아주 시끄럽게 여자 막사에서 쫓겨났다. 막사 책임 여자에게는 질서를 살피고, 전등을 끄고, 밤마다 킥킥거림과 히히거림을 그치게 할 의무가 있었다.

그날 저녁, 건설 현장 전체에서 그랬듯 모든 막사에서도 사디코프와 라슬로와 마리야 표도로브나 사이에 오간 대화를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저녁에는 하늘 아래에서 영화가 상영되었고, 노동자들은 매점에서 나르잔과 시트로를 마셨다. 저녁, 5번 여자 막사에서는, 아마 다른 막사들에서도 그랬을 터인데, 전등이 꺼지고 여자들이 침상 위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 시간, 잠드는 몸들의 고요 속에서 이런 말들이 오갔다.

— 이제 그자가 그녀를 죽일 거야, — 어둠 속에서 활기찬 아낙의 목소리가 말했다.

— 누가 누구를?

— 에드가르가 마리야 표도로브나를, — 두 번째 목소리가, 슬프게 대답했다. — 그 여자 때문에 일이 꼬였잖아.

여자 막사마다, 막사 하나에 여자 일흔한 명이 있다면 그 막사마다 일흔한 개의 슬픔이 있다고, 아니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고 말한 부랑자 이반 오조고프는 옳았다. 시민권에서는 남자와 평등해진 여자들이 생활에서는 평등해지지 않았고, 물론 아이들이 어머니의 손에 남는 한 생물학적으로도 평등해지지 못했다. 막사에는 독신 여자들이 모여 있었다. 마흔 살부터는 노파, 서른부터 마흔까지는 아이 딸린 과부, 스물둘부터 서른까지는 노처녀, 스물둘 아래는 자기 미래가 바로 이 막사들에 남아 있는 처녀들이었다. 남자의 부재가 만들어 낸 모든 여성의 운명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니 여자 막사들에서는 성의 운명, 쓰라리고 정해진 운명이 아주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 그는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했대. 공산주의자가 여자 때문에 싸우고 괴로워하는 건 옳지 않다, 사랑한다면 도둑처럼 몰래 간음하지 말고 서로 좋게, 솔직하게 살아라, 하고 말이야. — 여자는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전설로 변하기 시작한 이야기를 동화 들려주듯, 크지 않은 목소리로, 낭송하듯 말했다. — 그는 계속 지켜보고 또 지켜봤대. 혹시 정신을 차리나 하고. 그러다 참을성이 끝난 거야. 자기 사무실로 불러, 맑은 눈앞에 세워 놓고 조용하고 다정하게 말했대……

— 맑은 눈 좋아하네! 다 쓰레기야, 다 수캐들이라고! 수캐들한테는 벗어날 수가 없어. 바보처럼, 뻔히 알면서도 스스로 기어들어가고, 그러고 나면 사람들 앞에서 눈이며 배를 어디 숨겨야 할지 모르게 되지! 남자들은 다 똑같은 수캐야!

— 이제 그자가 그녀를 죽일 거야, — 어둠 속의 활기찬 목소리가 되풀이했다.

—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 사나운 목소리가 외쳤다. — 우리한테는 지나갈 길도 없어. 머리카락을 살점째 뜯어 가잖아. 여기 풀밭에 사내놈들이 얼마나 몰려왔는지 봐.

— 이제 그녀가 그자의 앞길을 가로막은 거지.

— 그만해, 처녀들아, 헛소리하지 마! — 낭랑하고 활기찬 목소리가 생겨났다. — 그럼 콤소몰은 뭐고 여성부는 뭔데? 우리는 사람이 아니야? 혁명은 모두를 위해 있었어! 맞아, 달라붙긴 하지. 하지만 자기 한계를 알고 무너지지 않으면 돼. 괜히 우리한테 정치문해를 가르치고 회의에 부르는 게 아니잖아. 이제 여긴 마을이 아니야! 혁명은 모두를 위해 있었고, 책임 있는 동지에게는 책임 있는 요구가 따르는 거야!

— 그가 자기 사무실로 불러, 맑은 눈앞에 세워 놓고……

— 맑은 눈 좋아하네!

— 사방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사내들은 자기 여자들을 마을에 버려 두고, 제 배만 채우고, 책임은 우리가 지라 이거지. 어제는 그 악마들이 내 뼈마디를 죄다 뒤틀어 놨어.

어둠 속 막사에서는 고무, 땀, 향기로운 비누, 버터 냄새가 났다. 젖먹이가 울었고, 다른 젖먹이가 대답했다. 구석 전등이 켜졌다. 전등빛은 레닌의 초상, 레닌 둘레의 종이꽃 화환, 그리고 아이 위로 몸을 숙인 여자의 머리를 비추었다.

32

그와 같은 시각, 벽돌공장 화덕 곁, 부랑자들의 지하실에서도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식탁 노릇을 하는 판자 곁에는 아카티예보의 늙은이 나자르 시소예프가 앉아 있었다. 그는 천구백십팔년에 투르차니노프의 마호가니 가구를 사들였던 바로 그 노인이었다. 나자르 노인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막내아들들과, 부랑자가 된 큰아들을 보러 왔다. 지하의 화덕은 덮개들을 덜컹거렸다. 백발의 노인이 아들에게 말했다.

— 그래, 동굴에서들 사는 거냐?

— 그래 살지요, — 아들이 대답했다.

— 너 들어 보아라, 아들아! 정말로 강이 거꾸로 흐른다는 거냐?

— 반드시 흐를 겁니다.

— 너 들어 보아라! 할아버지들이 살고, 증조부들이 살았고, 우리는 오카에서 볼가로 뗏목을 몰았어. 천 년을 몰았지,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어려서부터 익혔고, 콜롬나 아래든 카시모프 아래든 모든 언덕과 모든 여울을 알고 있었어. 예부터 우리는 강으로 살았다. 한데 이제 우리 삶이 끝난다는 말이냐. 이제 랴잔 아래에도, 무롬 아래에도, 옐라티마 아래에도 오카가 없어진다는 말이냐. 생각해 보아라! 사람들 말로는 오카가 없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카티예보 자체가 물속으로 들어간다는데,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 이건 세상의 끝이야! 곧장 키테시성처럼 말이다. 우리도 아카티예보와 함께 가라앉으라는 거냐?

— 빠질 일은 없습니다, 아버지. 강은 객관적으로 생겨납니다. 혁명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습니다. 강이 새로 흐를 것이고, 아카티예보는 정말로 물러날 겁니다. 새 강에서 새 자리로 옮겨 가는 것이지요. 천 년 동안 있었지만 — 이제 없어집니다. 새로 해야 합니다. 이것이 객관적 혁명입니다, 아버지. 혁명적 인민이 물에 빠질 일은 없습니다.

나자르 노인의 뒤를 이어 곧 그의 막내아들 스테판이 지하실로 기어 들어왔다. 그는 지하의 어둠 속에서 처음에는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했다. 지하실에서 포자로프라 불리는 큰형 바실리가 비꼬듯 말했다.

— 신문쟁이가 왔군. 글쟁이요 발명가 말이야. 강을 뒤로 몰아야 한다는 건 나도 다투지 않아. 다툴 일은 없지. 그런데 너는 권력으로 기어들잖아…… 내가 너더러 고기 잡으러 가자고 했지. 그런 데서는 너를 낚을 수가 없어. 개를 풀어도 못 찾아. 우리가 아카티예보로 가는 포장도로를 놓고, 골롤로보 아래에는 물고기 돈으로 다리를 세웠을 텐데.

스테판이 평화롭게 말했다.

— 아버지, 여기 계셨습니까? 이런 데 있지 말고 문화 찻집으로 가시지요. 그리고 너와는 다투지 않겠다, 바샤. 우리 대신 일이 말해 줄 거야. 브론니치에 공장을 짓고 있지? 페스키와 보스크레센스크에는 화학공장을 짓고 있지? 콜롬나 기계공장에는 콜롬나의 절반만 한 새 디젤 작업장을 지었지? 나는 너와 다투지 않겠다, 바샤. 너는 공산주의 편에 서 있어. 다만 너희는 모두 나사가 빠졌고, 감당하지 못했어. 너희는 미친 사람들이야. 너희는 삶을 두려워해. 우리는 삶을 짓고 있다. 물고기가 아니라 노동 위에 말이야. 우리는 두려움 없이 산다. 바샤, 네 미친 짓을 그만둬.

— 넌 대체 왜 온 거냐? 또 신문에 우리 얘기 쓰려고? 『새 강』에 우리를 찔러 넣으려고? — 큰형이 비꼬며 말했다.

— 새 강은 낡은 삶을 잠기게 할 거야. 그러나 사람들은 남을 것이고, 그들은 새롭게 살아야 해. 여기서 기어 나와. 두더지처럼 살고 있잖아. 그리고 나는 아버지를 모시러 왔다. 우리와 함께 문화 찻집으로 가자.

— 거기선 보드카를 안 팔잖아.

— 그러니까.

— 스텝, 이봐 스텝, — 노인이 말을 꺼냈다. — 우리 아카티예보도 물에 잠기냐? 예부터 있던……

— 또 그 소리군요. 반드시 잠깁니다!

노인과 아들들이 말하고 있을 때, 이반 카르포비치 오조고프가 지하실로 기어 들어왔다. 오그네프 동지가 보드카를 따랐다. 자고 있던 이들이 어둠 속에서 탁자 쪽으로 밀려와 쪼그려 앉고 둘레에 드러누웠다.

— 동지들,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오, — 오조고프가 말했다. — 오늘 건설 현장에서, 낮 열두 시에, 표도르 이바노비치 사디코프가 에드가르 이바노비치 라슬로에게 새로운 도덕에 대해 말했소. 우리 모두가 그것을 알아야 하고, 자기 의견을 가져야 하오…… 우리는 물론 모두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 들어갔소. 마리야 표도로브나처럼 우리 뼈가 부러지지 않으면 다행이지.

33

벽돌공장은 언제나 버려짐과 파괴의 장소를 닮아 있다.

여기 화덕 곁은 몹시 숨 막히고, 가난하고, 더러웠다. 위쪽 땅 위에는 오월이 피어 있었는데도, 사람들은 왜 땅 밑에서 신선한 공기와 풀과 하늘의 넓음으로 기어 나오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마 오월과 별 뜬 하늘은 병영에서 받아 보는 마을의 병사 편지와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오월날의 저녁 어스름은 넓고도 아름다웠다.

해 질 녘, 부랑자 이반은 자기 목욕간으로 와서 한참 동안 마당에 서 있었다. 그는 두 팔꿈치를 작은 정원 쪽 쪽문에 기대고, 다리를 벌리고, 두 손 위에 머리를 떨군 채 서 있었다. 그의 미친 눈은 슬프면서도 동시에 행복했다. 라슬로의 방들에는 불이 켜지지 않았고, 그곳은 말이 없었다.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중세 기사도의 도전 장갑은 이따금 늑대몰이로 변한다. 콜롬나 마을들의 도덕적 사건들은 공장과 광산과 강에서 벌어지는 파괴자의 폭발만큼이나 합법칙적이고, 그만큼이나 중요하다. 넓은 어스름은 아주 조용히 꺼져 갔고, 어스름은 밤이 되었다. 늑대몰이에서 털을 곤두세우고 이를 드러낸 늑대는, 삶을 지키기 위해 깃발 사이를 뚫고 나가거나, 삶을 잃기 위해 총알 아래 쓰러져야 한다. 신이여, 늑대가 산 채로 잡히는 일만은 없게 하소서. 그렇게 되면 우리 안에 갇혀, 송곳니가 우리 쇠창살에 부서지고, 가죽 털이 벗겨지게 될 테니까.

밤이 어스름을 가렸을 때,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집으로 들어왔다. 챙 넓은 검은 모자가 그의 눈까지 내려와 있었다.

34

라슬로의 집에서는 아무도 자지 않았으나, 방들에는 불빛이 없었다.

집 안의 모든 문은 열려 있었다. 아무도 자지 않았지만 집 안은 말이 없었다. 라슬로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우연하지 않게 말이 없는 것처럼.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 벽은 책으로 뒤덮여 있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초에 불을 붙였다. 촛불은 천장 아래로, 책들 속으로 기어 올라갔다. — 그리고 책들 뒤에서 올가 알렉산드로브나가 서재로 들어오기 전에,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그녀를 보았다. 아내, 어머니, 친구, 그에게 자기의 마지막 모든 것을 준 여자, 그의 삶 속에 젊음과 함께 나타난 여자, 혁명의 길과 갈림길을 그와 함께 지나온 여자, 무릎까지 차오르는 러시아의 바다들과 목숨을 건 도박을 그와 함께 건넌 여자. 눈가의 첫 주름에서 리사의 다섯 살 어린 애무까지, 자기 마지막 생의 길을 그와 함께 지나온 그 여자. 올가 알렉산드로브나가 방으로 들어왔을 때, 그는 문들 뒤에 남아 있던 그 모든 길을 보았다. 이런 시간에 그녀는 보통 손에 초를 들고, 밤가운 차림으로 그에게 오곤 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검은 여행복 차림에, 입술에 희고 구겨지지 않은 손수건을 댄 채 들어왔다.

— 듣고 있어요, 에드가르, — 올가 알렉산드로브나가 말했다. 그녀는 문턱에 서서 등 뒤의 문을 닫지 않았다. 어머니의 어깨 너머, 이웃방 어둠 속에는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에게서 그 소식을 들었으나, 사디코프는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소식이었다.

저 너머의 공간, 어린 시절의 눈이 막 녹아내린 청춘의 자리에는, 식물학 교과서에서 Galanthus라 부르는 푸른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어린 시절 그 꽃들을 꺾었다. 바로 그 꽃들이 들판에도, 참호 바로 너머에도 피어 있었다. 그때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목숨을 걸고 참호 밖으로 기어 나가, 그런 꽃 한 송이를 올가 알렉산드로브나에게 보내려 했다. 바로 그 꽃들이 지금도 그의 책상 위에 꽂혀 있었다. 어제 리사가 정원에서 꺾어 선물한, 여름의 첫 꽃이었다. 리사는 아버지가 자기 가지를 자르는 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 때, 어머니의 동화가 더 좋다고, 어머니의 동화에는 그림이 있지만 아버지 이야기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던 그 순간, 그 꽃들을 아버지에게 주었다. 식물학 교과서에서 Galanthus라 부르는 꽃들은 촛불 곁, 작은 질그릇 병에 꽂혀 있었다.

— 보아하니, 당신은 이미 다 알고 있군, 올가? —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물었다.

— 오조고프에게 들었어요, — 올가 알렉산드로브나가 대답했다. — 하지만 당신에게서 듣고 싶어요.

올가 알렉산드로브나는 고통으로 입술을 찡그렸다. 그것은 한때 러시아 혁명의 전선에서, 자기 손가락으로 제 상처의 살 속에서 수류탄 파편을 끄집어내던 때의 얼굴과는 전혀 달랐다. 그녀의 손이 입술로 올라갔고, 구겨지지 않았던 손수건이 그녀의 입술을 구겨 눌렀다.

— 엄마! —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외치며 어머니 뒤, 문턱에 섰다.

저 너머의 공간에서 리사는 어머니를 지키는 법을 찾아냈었다. “좋아, 하지만 엄마 동화에는 그림이 있고, 아빠 이야기에서는 곰이 가지를 자르는 게 하나도 안 보여!” — 그 Galanthus들은 피었고, 앞으로도 땅이 있는 한 수천 년 더 피어날 것이다. 사람들도 수천 년을 살아갈 것이다. 알리사가 살아 있으므로. 그러나 그, 에드가르와 그녀, 올가는 땅에서 사라질 것이다. 묘지의 벌레들에게로 가거나, 화장장의 마지막 경련 속으로 가거나. 그 길에서 늙어 가며, 그의 머리칼이 완전히 희어지고, 이가 빠지고, 살갗과 생각이 축 늘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에도 Galanthus들은 피고 또 피어날 것이다.

— 들어 봐, 알리사, —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 네, 우리 듣고 있어요, —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말했다.

— 당신은 리사에게 말하는 게 아니라, 올가 알렉산드로브나에게 말하고 있어요.

— 들어 봐, 올가, —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고쳐 말하고 되풀이했다. 그리고 저 너머의 공간에서 돌아오듯 말을 시작했다.

— 당신은 이미 다 알고 있어. 나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해야 하오. 표도르는 잔인하고 정직하게 행동했소. 공산주의 도덕이 요구하는 그대로 말이오. 마음대로 판단해도 좋소. 나는 그의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소. 나는 내게 정직하게 바쳐진 여자를, 그리고 내가 언젠가 그리 정직하지 못하게 취한 여자를 버릴 수 없소. 믿어 주오. 가장 괴로운 건 나라는 걸. 마음대로 판단해도 좋소.

— 좋아요, — 올가 알렉산드로브나가 조용히 말하고 탁자 곁 의자에 앉았다. — 내일 나와 내 딸들은 당신을 떠나겠어요.

— 가요, 엄마, —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큰 소리로 말하며 어머니 뒤에 섰다.

올가 알렉산드로브나의 눈 밑에는 잔주름의 촘촘한 그물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자기 슬픔 속에서 환했다. 갈색 눈이 푸른 러시아 하늘처럼 맑아지던 여자였다. — 세월은 납빛 걸음으로 나아간다. 사람의 턱과 어깨도 썩어 갈 수 있다. 올가, 아내, 어머니, 친구, 젊음과 함께 나타난 여자, 그들의 공동의 일에 자기 모든 것을 바친 여자 — 오월의 밤들은 구월로, 구월의 가난한 누더기 입은 자들로 변할 수 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올가 알렉산드로브나가 애인이 될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마리야는 두 번째 여자가 되는 것을 받아들였지만, 아내라면 그런 여자는 아내가 아니다. 올가 알렉산드로브나는 의자에서 일어나기 위해 제 모든 힘을 그러모았다.

— 좋아요, — 올가 알렉산드로브나가 되풀이했다. — 내일 나와 내 딸들은 당신을 떠나겠어요. 딸과 늙은 아내를 버리는 것을 당신의 명예가 요구한다면, 당신의 그 명예를 구하기 위해서요.

올가 알렉산드로브나는 언제나 남편에게서 물러날 때 그러했듯, 촛대를 들려고 손을 얹었다. 촛불은 호프만식으로 흔들렸다. 언젠가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그 장면을 새벽이었는지 저녁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던 때처럼. 메자닌의 낮고 땅딸막한 창문 너머로 축 늘어진 누런, 핏물 같은 노을이 놓여 있던 그때처럼. 지금 그 노을이 촛불을 통해 떠올랐다. 초는 올가 알렉산드로브나의 손에 남았고, 침묵 속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올가 알렉산드로브나가 촛대를 만지는 것을 보았고, 스테아린이 뚝뚝 떨어져 뒤덮인 그 손을 보았기 때문이다. 올가 알렉산드로브나는 마침내 힘을 찾아냈다. 머리와 초를 들어 올릴 힘을 그러모았다.

— 그렇소, 올가. 나는 그래야 하오. 나는 무엇보다 먼저 공산주의자요. 내 감정을 없애야 하오!

— 나도 공산주의자예요, 에드가르 이바노비치! —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외쳤다. — 당신은 당신 감정을 위조하고 있어요!

— 잘 있어, 에드가르, — 올가 알렉산드로브나가 말했다.

— 잘 있어, 올가, —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말했다.

— 우리는 함께 십사 년을 살았어요, 에드가르. 의무란 무엇이죠?

— 나는 달리할 수 없소, 올가. 그래, 의무요.

— 좋아요. 당신은 나와 딸을 버리는군요. 알리사에게 용서를 구해요. 당신은 가엾지도 않나요? 스스로를 감당할 수 있겠어요? 혁명의 의무인가요?

— 엄마! —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외쳤다. — 나도 공산주의자예요, 에드가르 이바노비치, 당신과 똑같이! — 류보비 피메노브나는 평소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에게 반말을 했다. — 엄마, 여기서 나가요. 내가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와 이야기할게요. 나도 공산주의자예요, 에드가르 이바노비치. 이 모든 일은 오늘 시작된 게 아니에요, 엄마. 마리야는 이미 몇 년 전에 도둑맞았는데, 당신이 말하는 의무가 대체 무슨 의무인지 모르겠어요. 당신의 명예, 에드가르 이바노비치 — 그것은 도둑질을 성화하는 겁쟁이와 도둑의 명예예요.

그때 어머니가 외쳤다.

— 류바, 어떻게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니?

— 그는 내 아버지도, 내 동지도 아니에요! —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대답했다. — 다만 우리는 한 지붕 아래 있었을 뿐이에요.

— 류바, 그렇게 말해서는 안 돼. 여기서 나가렴, 류바. 잘 지내요, 에드가르. 나를 용서해요.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어깨를 떨군 채 서 있었다.

— 아니, 왜 그래야 하오. 류바는 남아 있게 하시오. 그녀는 진실을 말하고 있소. 내가 그녀보다 더 잘 아는 진실이오. 하지만 나는 혁명도 그녀보다 더 잘 알고 있소.

올가 알렉산드로브나는 초를 들어 올릴 힘을 찾아냈다. 그녀는 서재를 나갔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켰던 초를 손에 든 채, 서재를 어둠 속에 남겨 두고. 딸은 어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았고, 어머니는 똑바로 걸으며 앞에 빛을 들고 갔다. 어머니는 류보비 피메노브나의 방 한가운데 놓인 작은 의자에 앉았고, 딸은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어, 두 손과 머리를 어머니 무릎 위에 놓았다. 열린 창밖 정원에서는 꾀꼬리가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나무들 뒤로는 달이 떠올랐다. 감정들의 불안한 위증자였다. 어머니는 아주 똑바로 앉아, 한 손을 입가에 대고, 오른손에는 초를 들고 있었다. 집은 고요로 뒤덮였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창가와 탁자 곁에 오래 서 있었다. 서재는 고요와 어둠으로 검게 물들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자신의 광대뼈가 눈과 단단히 붙어 버린 듯한 감각을 느꼈고, 그 눈은 행동하기 위해 있는 눈이었다. 그는 자신이 일을 할 줄 아는 인간들의 종족에 속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문학자들이 별을 지켜볼 줄 알듯이, 그들은 만들 줄 알았고, 또 만드는 것을 위해 죽을 줄 알았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어두운 방들 속으로 외쳤다.

— 류보비 피메노브나, 당신은 틀렸소. 나는 내 생물학을, 그래, 내 본능을 복종시켜야 하오! 들립니까, 류보비 피메노브나? 나는 내 어제를 정당화하지 않소. 하지만 오늘의 나는 옳소! 바로 그렇소. 무엇보다 먼저 나는 공산주의자요!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에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집은 고요 속에 귀먹었다. 여자들은 이 말 없는 고요 속에서,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어둠 속에서 손더듬으로 옷을 갈아입고, 책상 서랍을 뒤지고, 소파에 잠시 앉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발걸음이 식당을 지나 테라스를 거쳐 정원으로 사라지는 소리를 들었다.

쪽문이 흐느끼고, 삐걱이고, 탁 닫혔다. 정원에서는 꾀꼬리가 제 노래에 사레들리고 있었다. 그때, 직선의 원근법으로 뻗은 페테르부르크, 폴레티카 교수의 텅 울리는 아파트에서, 어머니가 라슬로에게로, 행복을 향해 떠나려던 그날에도, 어린 소녀 류바였던 류보비 피메노브나는 이렇게 자기 머리를 어머니 무릎 위에 놓았었다. 그때는 행복이 있었다. 지금은 페테르부르크의 직선성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꾀꼬리가 노래하고 있었다. 그러나 페테르부르크의 직선성은 결코 오늘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의 기하학이 되지 못했다.

35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왔을 때,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파블로프 양식 박물관 소파 한구석에 무력한 새끼고양이처럼 누워 있었다. 나무 그리스도는 팔을 엇갈려 모으고 있었다. 십칠세기의 장인은 그리스도의 얼굴에 어린 감미로움과 백치성을 혼동해 놓았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들어오자 볼크는 귀를 세웠다가, 불친절하게 눈을 내리깔았다. 마리야는 에드가르를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활기차고, 사무적이고, 평온했다.

— 자, 이 밤이 바로 우리의 결혼식이오, —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말했다. — 그리스도까지 참석했군. 박물관지기를 깨워 차를 준비하게 해야겠소. 참 이상한 결혼식이오. 볼셰비키식 사랑이라! —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명랑하게 웃었다.

— 당신은 다섯 시에 오겠다고 했어요. 나는 저녁 내내, 밤새 당신을 기다렸어요. 박물관지기는 자고 있고, 나 곁에는 볼크 하나뿐이에요. 여기, 이 이상하고 낯선 집은 무서워요. 이 그리스도와 이 여자의 눈은, 당신이 어디로 돌아서든 계속 당신을 따라보는 것처럼 만들어져 있어요.

— 미안하오, 내 사랑. 다섯 시에 오지 못해서. 일이 있었소. 내일 당신은 내게로 와서 살게 될 거요. 우리는 지질·암반 노동자 마을에 집을 얻을 거요. 내일은 즐거운 날이 될 거요. 내일 콜롬나 극장에 모스크바 극단, 말리 극장이 오오. 표를 사 두었소. 그리보예도프를 깨워야겠군. 그의 진짜 이름이 뭐였지?

— 깨우지 말아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 사람들과 혼자 있는 게 무서워요. 우리는 서로에게 할 말이 너무 많아요.

— 아니, 왜 그러오? 그가 차를 줄 텐데. 이름이 뭐였더라? 한 시간 뒤면 나는 일하러 가야 하오. 곧 동이 틀 거요. 이야기는 — 이제 온갖 이야기를 할 시간이 아주 많소.

두 번째 삶이 첫 번째 삶이 되었다. 우연한 집의 그리스도는 말이 없었고, 그리스도는 돌 여자상 발치에 앉아 있었다. 마리야의 발치에는 볼크가 누워 있었다. 새벽녘 땅은 잿빛으로 변했고, 도시는 종루에서 끌어내려지는 종들로 울부짖을 채비를 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몹시 활기찼다. 박물관지기는 보드카를 권했다.

36

제 무게로 움직이는 강들은 바로 그 무게 속에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기사들은 물의 원소가 제 길 위의 모든 것을 부수며 도시와 수천 명의 인간을 없애 버린 수십 건의 파멸을 알고 있다. 수력공학 기사들은 그 파멸들과 그 날짜들을 기록한다. 그리고 모든 수력공학 기사는 그 파멸들을 배우며, 화강암과 콘크리트로 만든 둑, 수천만 입방미터의 물을 가두고 있던 둑들이 어떻게 찢어지는지 말할 수 있다. 둑들은 갈기갈기 찢기고, 찢겨 나간 채 불과 십여 분 만에 파괴된다. 둑은 오후 네 시에도, 한밤중에도, 정오에도 무너질 수 있다. 그때 물의 파괴적 원소들이 풀려난다. 물결의 벽은 십오 미터까지 치솟고, 그 벽은 시속 백 킬로미터로 질주한다. 좋은 집 세 층 높이의 납빛 물벽이 수십 킬로미터 양옆으로 튀어 오르며 급행열차보다 빠르게 달려, 제 길 위의 모든 것 — 마을, 도시, 사람, 인간의 노동 — 을 없애 버린다. 뜯어내고, 찢어내고, 부수고, 제 뒤로 끌고 간다. 무게가 낳은 납빛 힘들의 둔중한 굉음으로 나아가는 이 물벽 뒤로는, 전복된 탱크와 단락된 전선과 불붙은 목재 야적장에서 일어난 화재가 따른다. 그때 사람들은 파멸 속에서 미쳐 버린다. 그러나 물이 이토록 강하다면, 물의 힘을 붙들어 두기 위해 둑의 모놀리트들도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강해야 한다. 이 모놀리트들은 기사들이 세운다. 기사들은 물의 힘을 둑에 복종시킬 줄 알아야 한다. 기사들은 수학 공식, 무게가 낳은 힘들의 공식을 계산하여, 그 공식을 화강암과 콘크리트와 철로 바꿀 줄 알아야 한다. 기사들은 화강암을 엄격한 계산으로 파도의 의지에서 지켜야 하며, 물리 법칙과 그 법칙들의 상호 복종만이 그들 기사들의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 라슬로는 바로 그 화강암 곁에서 사람들을 지휘했다. 모든 수력공학 기사는 물을 조금은 두려워한다. 그는 물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수력공학 기사는 끔찍한 꿈을 꾼 적이 있다. 꿈속에서 그는 뒤엉킨 시간 속, 둑 앞에 서 있다. 기사의 두 손은 부서지고 휘어지는 화강암 앞에서 무력하게 벌어져 있고, 그 화강암 뒤에서는 — 물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날마다 작업장에 있었다. 혁명이 낳은 혁명의 사람이었다. 모스크바강과 오카강의 물 말고도 모놀리트 위로는 역사의 물들이 흘러들었다. 모놀리트는 물뿐 아니라 미래도 떠받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둑이 씻겨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자기 삶의 의미가 무너지는 것이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자기 시간을 모놀리트처럼 짊어지고 있었다. 거기서는 물 한 방울도 계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설 현장의 나날은 밤의 어둠으로 끝났다. 그렇게 마리야가 죽기까지 한 달 반이 흘렀다. 결혼식은 의무처럼, 모놀리트 아래에서 치러졌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올가 알렉산드로브나의 집에서 새 건설 현장의 집으로 — 가방들과 책들을 가져왔다. 그는 짐마차에 싣고 직접 옮겼다.

노을 지는 시각, 마부들이 스쿠드리나 노파들의 마당에서 책 상자들을 싣고 나가고 있었다. 마당은 푸른 잔디로 뒤덮여 갔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짐수레 뒤를 따라 거리로 나왔다. 집과 마당의 푸른 잔디와 마지막 작별을 한 뒤였다. 거리 쪽 쪽문 곁에는 표도르 이바노비치가 서 있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라슬로에게 인사하고 손을 내밀었다.

— 떠나나? — 표도르 이바노비치가 물었다. — 암반 마을로?

— 그래, 떠나네. 지질·암반 마을로, — 라슬로가 대답했다.

두 기사는 잠시 말이 없었다.

— 나는 올가 알렉산드로브나에게 들르려고 하네, — 사디코프가 말했다. — 나 혼자 너무 외롭고, 그분도 나을 게 없으니까. 류보비 피메노브나는 집에 있나?

— 두 사람 다 집에 있네. 나는 보지 못했어. 정원에 있겠지. 왜 인간성으로 때리는 건가?

노을은 천천히 노랗게 물들었다. 마부들은 이미 여러 걸음 앞서 나가 있었다. 대문은 열린 채 남았다. 사디코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노란 노을 속에서 두 기사의 얼굴도 누렇게 물들었다. 사디코프가 말했다.

— 그럼, 잘 있게, 에드가르. 수레를 따라가게. 대문은 내가 닫아 두지.

— 그것도 또 — 인간성인가?

— 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네.

— 잘 있게.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뒤돌아보지 않고 수레 뒤를 따라갔다.

그의 등 뒤에서 대문이 삐걱였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대문 안으로 사라져 정원으로 갔다. 그는 무겁게, 무거운 어깨를 떨구고 걸었다. 정원 쪽 쪽문 너머에서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봄의 흰 원피스를 입고 그를 맞으러 나왔다. 정원은 이미 오월의 넓고 푸른 어스름 속으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 정원으로 가요, — 류보비 피메노브나가 말했다. — 엄마가 혼자 있게 두어요.

— 아니면, 우리 다시 탑으로 갈까요? — 사디코프가 물었다.

류보비 피메노브나의 얼굴은 평온했다. 처녀의 맑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원으로 들어가 긴 의자에 앉았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도 옆에 앉아 모자를 벗었다. 나무들 사이에서는 밤잠에 들며 황조롱이가 울었고, 울새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 왜 어제, 탑에서,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마리야를 사랑했나요?

— 그렇소. 사랑했소. 그리고 단 한 번도 그 말을 하지 못했소, — 표도르 이바노비치가 대답했다.

— 엄마는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를 사랑했어요. 아주 많이 사랑했어요. — 류보비 피메노브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 나는 내가 나쁜 공산주의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콤소몰에 있을 때 동지들은 언제나 나를 놀렸어요. 나에게 사랑은 — 위업이고, 거룩함이고, 엄격함이에요. 내 삶에는 단 한 명의 남편만 있을 거예요.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류보비 피메노브나의 손을 잡고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아마 그 손에 입 맞추려 했던 듯하다. 그러나 그는 그 손을 내려놓았다.

— 파시나 쌓기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 그가 물었다. — 어린 버드나무 가지들을 가져다가 여자들의 머리채나 화관처럼 촘촘히 엮어 강바닥에 붙입니다. 계산은 이렇습니다. 그 가지들이 부풀고 싹을 틔워, 필요한 구간을 붙들어 준다는 것이지요. 나는 어제부터 벌써 이틀째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 가지 가운데 하나의 자리에 나 자신을 놓아 보려고 해요…… 나와 탑으로 가고 싶지 않습니까?

— 탑으로요? — 류보비 피메노브나는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말했다. — 아니요, 그러지 않는 게 좋겠어요. 나는 못 가요.

올가 알렉산드로브나가 손수건을 든 채 테라스로 나와, 류보비 피메노브나와 표도르 이바노비치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표도르 이바노비치와 인사하고, 필요 이상으로 단단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 테라스로 가서 차를 마셔요. 사모바르를 올려 두었어요.

올가 알렉산드로브나는 사디코프에게 웃어 보였다. 아주 무력한 미소였다. 이 저녁은 그녀가 젊음과 작별하는 시간이 되었다. 늦여름과의 작별이었고, 그 뒤에는 마땅히 겨울이 곧바로 찾아온다. 올가 알렉산드로브나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테라스로 사모바르를 가져온 것은 류보비 피메노브나였다.

정원에서는 제 노래에 늦어 버린 꾀꼬리가 울기 시작했다.

제 무게로 움직이는 강들은 바로 그 무게 속에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37

건설 현장의 라슬로 집에서는, 창밖 멀리 굴착기들이 코를 골았고, 막사 근처에서는 저녁마다 노동자들이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방 안에서는 송진 냄새 속에 소나무 벽들이 말없이 서 있었고, 빈 공간에는 가방들이 쓰러진 채 놓여 있었다. 마리야 표도로브나에게는 이곳에 피아노가 없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의 책들은 스쿠드린 집에 있던 것과 같은 순서로 서재 선반에 꽂혔고, 그 책들 아래에는 스쿠드린 집에서처럼 소파가 놓였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의 하루는 밤늦은 시간에야 끝났다. 알리사는 책들 뒤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문턱에서는 마리야가 맞이했다. 복종이 자기 힘이 되지 못한 여자였다. 집에서는 소나무 냄새가 났고, 가방 속에 접혀 들어간 방들은 텅 빈 느낌을 간직했다. 이 집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입 맞추고 씻으러 갔다. 콤소몰 단원인 하녀가 식당의 텅 빈 소나무 탁자로 사모바르를 끌고 왔다.

그리고 그때 무서운 일이 시작되었다. 그런 시간들에, 남편 에드가르와 아내 올가는 괴테보다 백 배 더 장엄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런 시간들에 남편 에드가르는 자기 심장을 자기 손바닥 위에 올려 두고, 아내 올가의 심장 곁에 두고 있었다. 모든 남자는 여자를 소유하는 행복을 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인간의 영혼을 소유하는 그보다 더 큰 행복을 안다. 아내, 그녀의 머리, 머리칼, 목소리, 말들. 여자의 손바닥은 시각의 물리 법칙에 의해서만 온 세계를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손바닥이 세계보다 더 커지는 방식으로도 세계를 가릴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시간들에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가장 강하게 알았다. 마리야는 그에게 필요하지 않다. 필요하지 않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건설에 관한 생각을 자기에게서 몰아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마리야는 곁에 있었고, 모든 것을 내주고 있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예전에는 마리야에게 그토록 많이 있었던 다정한 말들을 자기 안에서 찾았다. 그러나 그 말들은 나오지 않았다. 마리야는 자기 전부를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에게 내주었지만,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 그녀는 예전처럼 손바닥 위에 온전히 올라오지 않았다. 그는 다정한, 오직 그녀를 위해 생겨나는 말들을 하고 싶었으나, 그가 한 말은 이것이었다.

— 앞을 보는 데 방해가 돼, 내 사랑. 그리고 당신 손가락이 더럽군. 잉크가 묻었어. 무엇을 쓴 거요?

— 썼어요…… 그냥, 아무것도 아니에요. 일기예요. 보고 싶어요?

— 아니, 왜 그래야 하오? 당신 비밀을 침범하고 싶지는 않소.

마리야는 손을 거두며 잠자코 있다가 나직이 말했다.

— 아니요, 에드가르. 당신이 읽고 싶지 않은 건, 당신에게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에요.

— 아니, 어째서 그렇소?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제 의지를 긴장시키고 마리야의 눈에 입 맞추었다. 그러나 입맞춤은 아무것도 낳지 않았다. 콤소몰 하녀가 손도 대지 않은 사모바르를 들고 나갔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그 계집애의 홍조를 보았다. 머릿수건만큼이나 붉은 홍조였다. 흰 블라우스는 가슴께가 더러워져 가슴을 도드라지게 했다. 맨발인 그녀는 선량한 기운 속에 있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 그래, 일은 어떠냐, 다샤?

다샤는 언제나 다소 엄격하게 대답했다.

— 일은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한밤이 꼼짝없이 다가왔다. 이 집에는 전기로 대체된 뒤라 초가 없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서재로 갔다. 마리야가 그 뒤를 따랐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전등을 껐다. 책등들은 천장으로 올라가고, 벽을 뒤덮고, 카메라 옵스쿠라처럼 인간의 생각을 제멋대로, 어디로든 던졌다. 마리야는 소파 곁에 앉았다.

— 마리야, 괴테를 읽어 보았소?

— 아주 조금요.

— 실러는, 하이네는?

— 아주 조금요.

— 나는 당신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소, 마리야. 전혀 보이지도 않소. 왜 불을 껐소?

— 어둠 속에서는 당신이 더 가까워요, 에드가르. 하지만 불은 당신이 직접 껐어요. 기억하지 못하는군요. 당신은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한 인간이 여기 있었다. 한 인간이 모든 것을 내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인간에게서 가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장 무서운 일이 시작되고 있었다. 손안에 있었고, 손에 바쳐진 인간이 —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내 올가, 늙어 가는 그녀의 머리, 희어 가는 머리칼, 그녀의 온기와 애정은, 인간 존재로 하여금 자기 심장을 자기 손바닥 위에 올려놓게 할 수 있었다. 평온이 우주처럼 번지고, 붉은 머리 리사에게 삶을 준 그 경이로운 것이 함께 있을 때에는. 여자의 무릎은 몽블랑보다 장엄할 수 있다. 마리야의 무릎은 드러나 있었다. 그것은 약한 도시 여자의, 거의 처녀의 무릎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마리야는,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주며 말했다.

—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지요, 에드가르?

— 아니오, 당신을 아주 사랑하오, 내 사랑. 나는 당신을 위해 삶을 부쉈소.

—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에드가르. 나는 다 알아요, 에드가르. 당신은 나를 믿지 않아요. 나는 당신에게 낯선 사람이에요. 나는 당신에게 애인으로는 필요했지만, 아내로는 맞지 않아요. 나는 마르크스도, 괴테도 읽지 않았어요. 당신에게 조언자가 될 수 없어요. 나는 당신에게 필요 없어요. 그런데도 나는 당신을 믿고 싶고, 믿을 수 없고, 믿지 않아요. 당신도 나를 그렇게 믿지 않듯이요. 나는 당신의 애인이었어요. 그렇다면 당신에게는 또 다른 애인들이 있을 수 있고, 내게는 또 다른 애인들이 있을 수 있어요. 우리는 둘 다 그 증인이에요. 내게는 당신 하나뿐이고,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당신은 그것도 믿지 않지요. 나는 당신에게 — 당신의 십자가이고 위업이에요. 나를 위해서도, 당신을 위해서도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요. 당신은 말이 없군요, 에드가르.

— 당신은 순진한 말을 하고 있소, 마리야. 잘 시간이오, 내 사랑. 다 쓸데없는 소리요.

선반 위 책들이 장롱의 잇몸 속에서 황금 송곳니를 드러내며 이를 드러냈다. 침묵의 몇 분이 지나갔다. 그러면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힘차게, 주술을 부리듯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아마 그의 초원 조상들이, 가톨릭교도들이 그를 화형장으로 끌고 가기 전 기독교의 신에게 충성을 맹세할 때 그랬을 눈빛과 같았을 것이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마리야의 어깨를 움켜쥐고, 다정함 속에서 그녀를 짓이겨 마리야의 눈에 고통의 눈물이 맺히게 했다. 그리고 그는 가방 같은 고요가 깃든 방들을 향해 외쳤다.

— 사랑하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오, 마리야, 아주 사랑하오! 내게 기대시오, 내 무릎 위에 머리를 놓으시오. 내가 당신에게 입 맞출 것이오! 나는 우리 사랑의 역사를 당신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겠소. 그리고 당신이 괴테가 누구인지 알도록, 괴테도 소리 내어 읽어 주겠소!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오. 우리는 서로 쇠사슬로 묶였소, 영원히. 아무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소.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하오. 들리오? 해야 하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소! 우리는 서로에게 결박되어 있소!

마리야는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그녀를 끌어당겨 자기의 온 힘으로 품에 눌렀다. 선반들은 책들로 말이 없었다. 그 책들의 엄청난 수를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읽었다. 그는 기억과 지성과 박식의 인간, 더없이 조직된 의지와 교양의 인간이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혁명에 대해 말했다. 혁명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자기 의지를 그렇게까지 조일 줄 알았다. 그러면 그의 눈은 공간을 보지 않는 눈빛으로 공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자기 소파에서 혼자 잠들었다.

아침이면 그는 마리야가 아직 자고 있는 시각에 깨어났다. 이미 유월이 된 그날들, 태양은 활기로 솟아올랐다. 새벽 차를 가져오는 것은 다샤라는 계집애였다. 그녀는 자루천으로 만든 셔츠만 반쯤 걸친 채 새벽 속을 돌아다녔다. 태양은 이슬과 안개 속에서 땅을 끌어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피식 웃으며 농담했다.

— 그래, 일은 어떠냐, 다샤?

— 일은 제대로입니다, — 다샤가 엄격하게 대답했다.

이 다부진 계집애는 흑토 지대에서 흙일꾼들과 함께 건설 현장으로 왔으며, 계절노동자가 프롤레타리아로 다시 태어나는 밝은 본보기였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의 이론 작업을 위한 삽화 같은 존재였다. 다샤의 본성은 러시아의 흑토였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서재에서 서류를 붙들고 머뭇거렸다. 이슬 맺힌 새벽이면, 부엌에서 솥들 위로 다리야가 이런 식의 얼빠진 차스투시카를 불렀다.

문밖으로 나가 보니,
귀룽나무 향이 나네.
곧 내 사랑 돌아와서,
나강으로 탕 쏘겠네!

해 질 녘, 태양이 내려앉을 시각이면, 그녀는 자기 마을에서 건설 현장의 처녀들과 아낙들과 함께 오카강으로 목욕하러 갔다. 물속에서 사납게 비명을 지르고, 목욕이 끝나면 자기 세포로, 클럽으로, 영화관으로 가서 회의하고 공부하거나, 혹은 여자 막사로 가서 어스름 속에 노래를 불렀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이 맨발의, 들창코에, 명랑한 계집애에게 자기 눈이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흑토와, 콤소몰 세포와, 콤소몰 일들과, 유월 밤의 노래들과 몹시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밤마다 다리야가 돌아올 때 자물쇠가 철컥이는 소리에 질투하듯 귀를 기울였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다리야에게 콤소몰 일들을 물었고, 그녀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죽음!

여배우 베라 그리고리예브나는 죽었다. 과학이 아직 병과 싸우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죽었고, 생물학의 법칙의 힘으로 죽었다. 그리고 또 예브게니 예브게니예비치 폴토라크가 — 그녀를 죽였기 때문에 죽었다. 한 인간이 있었다. 소녀 베라가 있었고, 여학생 베라가 있었고, 모스크바 필하모닉 학교의 학생 베라 살리셰바가 있었고, 지방 극장의 여배우 베라 폴레바야가 있었다. 신앙 과목과 율동 과목의 시험들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은 묘지로 실려 간다.

그리고 소녀 마냐가 있었다. 여학생 마리야 포즈드니셰바가 있었다. 그녀는 고전 음악가들을 연주했다.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녀가 태어난 바로 그 집에서 죽었다. 그녀를 남의 삶 속으로 데려간 첫 남편은 일과 업무에 쫓겨,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다정한 말을 해 줄 겨를이 없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그녀에게 낯설게 솟아났다. 그리고 더없이 큰 여성의 힘 — 무력해지는 힘 — 은 아무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마리야, 작은 여자는 작은 삶을 가졌다. 공장의 어린 시절과 여학교, 어머니의 애무가 있는 삶이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떠나 들어간 삶,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이고,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에게 향한 단 하나의 사랑마저 죽여 가던 그 삶은 그녀에게 무서웠다. 모든 인간에게는 삶에 대한 권리가 있다. 약한 손을 지닌 이 작은 여자,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자기에게 그런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낮이면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나가고 태양이 찾아올 때, 집은 텅 비었다. 집 뒤에서는 건설이 이루어졌다. 마리야는 개와 함께 남았다. 고개를 숙인 털북숭이 개, 늑대와 양치기개의 잡종이었다. 개의 이름은 볼크였고, 새끼 때부터 마리야와 친했다. 마리야밖에 모르는 볼크는 모두에게 으르렁거렸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에게조차. 죽기 하루 전,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자기 방을 예쁘게 꾸미려고 창문에 커튼을 달다가 창턱에서 미끄러져 떨어졌고, 손을 다쳤다. 볼크는 핥는 버릇이 든 개가 아니었다. 그러나 볼크는 마리야 표도로브나의 손에 피가 난 것을 보자, 정성껏 마리야의 상처를 핥기 시작했다. 꼬리를 가엾다는 듯 들어 올리고, 진지한 얼굴을 했으며, 눈은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볼크는 자기 늑대식 약으로 마리야 표도로브나를 치료했다. 그때 마리야는 볼크를 끌어안고, 그와 함께, 그 곁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무섭고 절망적인 눈물을 터뜨렸다. 그 눈물은 결코 상처의 고통에서 난 눈물이 아니었다.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이 관사용 집에는 마리야와 볼크 말고 아무도 없었다. 볼크는 피가 멎을 때까지 상처를 핥고 또 핥아 치료했다. 창으로는 거대한 태양이 비쳤다. 볼크와 마리야는 바닥, 양탄자 위에 앉아 있었다. 마리야는 그때 볼크 곁에서 울다 잠들었다. 그리고 이상한 꿈을 꾸었다. 겨울을 보았다. 꿈속에서 표도르와 에드가르를 보았다. 표도르 이바노비치는 저편 눈 속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길을 따라 — 마리야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는 허리까지 눈에 묻혀 있었고, 계속 걸어갔다. 모든 것이 눈보라 속으로 무너져 들어갔다. 마리야는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를 뒤쫓아 달렸다. 눈과 바람 속에서 숨이 막혔다. 그는 떠나갔다. 그녀는 그를 따라잡았다.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는 계속 떠나갔다. 그의 손만 그녀의 손에 남았다. 그 손은 눈덩이였다. 눈으로 된 손이었다. 눈처럼 차가웠다. 마리야는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손은 눈 속으로 빠져들었고,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의 눈 얼굴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붙잡았다. 머리는 그녀의 손에 남았고, 죽은 차가운 눈덩이가 되었다. 눈으로 된 에드가르는 마리야에게서 멀어져 갔다. 마리야는 표도르에게 몸을 던졌다. 표도르는 꼼짝 않고 서 있었다. 표도르도 눈으로 되어 있었고, 눈 대신 석탄이 박혀 있었다.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창으로는 비스듬한 햇빛이 들어왔다. 부엌에서는 다샤가 노래하고 있었다.

내 미모에 대해서는
나는 아주 자신 있네.
트로츠키가 안 데려가면,
치체린한테 시집가리! — 에!……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눈은 말라 있었다. 손의 피도 말라붙어 있었다. 마리야 표도로브나의 동작은 그 눈처럼 메말랐고, 피처럼 말라 있었다.

저녁에 에드가르 이바노비치가 왔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삶에서 온 이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 모든 것을 눌러 버리며 들어왔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의 눈은 — 그녀에게는 — 저 너머의 공간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알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것을 보았다. 자기가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것, 어떤 식으로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 왜냐하면 이 사람이 — 그녀는 보았다 — 다정해지기 위해, 열정적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볼크가 핥던 진짜 피 대신,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눈으로 격렬해질 뿐이었다. 그녀는 그의 곁에 있는 것이 무서웠다. 그의 피는 그녀를 차갑게 했다. 그리고 그를 떠나는 것도 두려웠다. 그 말고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그녀를 자기 곁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는 경련하듯 보고서와 책들 앞에 앉았다. 그녀의 방, 어두운 동굴 속에서는 볼크가 그녀를 맞았다. 고개 숙인 개는 가슴을 그녀의 무릎에 비비며 다가왔다. 별들이 빛나는 창에는 아직 다 달지 못한 커튼이 걸려 있었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그녀 손의 상처를 보지 못했다. 개는 그녀의 구두 곁에 누워, 감기지 않은 오른쪽 눈으로 고요를 지켰다.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녀의 등 뒤, 책들 뒤에서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의 무겁고 압축된 의지가 다가왔다. 공간을 보지 않는 의지였다.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창가로 갔고, 볼크도 뒤따랐다. 마리야 표도로브나가 커튼을 잡아당겼다. 못은 단단히 박혀 있었고, 커튼은 찢어졌으며, 천이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집의 고요 속으로 부스럭거림이 방들을 타고 기어갔다.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책을 던졌다.

— 거기서 뭐가 찢어지는 거요? — 그가 물었다. 볼크가 으르렁거렸다.

— 아무것도 아니에요, — 마리야가 대답하고, 잠시 뒤 조용하고 다정하게 덧붙였다. — 내 운명이에요. 나를 죽여 줘요, 에드가르. 나를 죽여 줘요, 내 사랑. 나는 누구에게도 한 번도 악을 행한 적이 없으니, 내게도 삶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이미 나를 죽였어요. 명령해요.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게요.

에드가르 이바노비치는 서재에서 그녀에게 나오지 않았다.

—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마시오, 마리야, — 그가 엄하게 말하고는 다정하게 덧붙였다. — 자요, 내 사랑. 마음을 가라앉히시오. 나는 조금 더 일하겠소.

볼크가 에드가르 이바노비치에게 대답하듯 으르렁거렸다.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에서는 굴착기들이 삐걱였고, 여공들이 노래를 불렀다. 한때 죽음 때문에 사디코프에게 왔던 마리야 표도로브나,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도박하던 곳들에서 온 그녀는 — 이제 에드가르 라슬로의 죽음 속으로 떠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