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전 NKVD 장군 알렉산드르 오를로프의 책 『스탈린 범죄의 비밀 역사』에 대하여

인물아나톨리 리바코프, 알렉산드르 오를로프 (NKVD 요원), 이오시프 스탈린, 세르게이 키로프, 그리고리 오르조니키제, 아나스타스 미코얀, 클리멘트 보로실로프, 그리고리 지노비예프, 레프 카메네프, 게오르기 퍄타코프, 카를 라데크, 니콜라이 부하린, 알렉세이 리코프, 블라디미르 레닌, 니콜라이 예조프 용어내무인민위원부(NKVD), 국가정치보안부(GPU·OGPU), 모스크바 재판, 대숙청 사건대숙청, 스페인 내전

우리 역사의 스탈린 시대를 다룬 수많은 출판물 가운데서도 이 책은 독보적이다.

이것은 수용소 죄수였던 사람이나 유형수, 탄압 피해자의 회고록이 아니다. 모은 사실을 바탕으로 그 시절의 참모습을 되살리려는 작가의 장편이나 중편 소설도 아니다.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공문서도 아니다.

오를로프의 책은 전직 NKVD 장군의 진술이다. 그는 거의 20년 동안 보안 기관의 최고위직에서 일했다. 1938년 7월 12일 스페인에서 일하던 그는 자취를 감추었고, 미국에 자리 잡은 뒤 책을 써서 스탈린의 무서운 탄압 기구에 대해, 자신이 직접 가담하고 목격하고 증언할 수 있는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탈린의 비인간적인 살육 기계를 안에서부터 드러내 보였다.

『스탈린 범죄의 비밀 역사』는 1953년, 스탈린이 죽은 직후 미국 잡지 『라이프』에 영어로 처음 실렸다.

이 책이 충격을 주는 것은 스탈린의 끔찍한 악행을 폭로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저자의 운명 자체가 일급 탐정 소설 같아서 놀랍다.

오를로프의 책은 서방에 널리 알려져 있다. 책에 적힌 사실들은 서방의 많은 소련 연구자들, 그리고 우리 역사의 스탈린 시대를 다루는 소련 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증인의 진술이며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은 그것을 알린 사람이 아니라 역사 자체의 것이다. 어떤 연구자든 이 사실들을(믿을 만하다고 여긴다면)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이를테면 『나시 소브레멘니크』가 패거리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 권리를 부정한다면(물론 “우리 편”이 아니라 “남의 편” 저자가 문제일 때 말이다) 그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처럼 무게 있는 신문이 이런 무지한 주장에 지면을 내준다면(1989년 7월 1일 자, S. 자보로트니의 기사) 적어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독자는 이 책을 읽을 때, 연구자는 이 책을 검토할 때 다음 네 가지 사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 오를로프는 OGPU·NKVD 기관의 가장 높은 직위에서 20년을 일했다. 그는 신념이 확고하고 노련한, 직업적인 고위 체키스트였다. 그런데 오를로프는 자신이 정확히 무엇에 가담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기관 안에서 자신이 실제로 맡은 역할을 말하지 않는다. 기관의 최고위직에 있던 그가 기관의 작전에 가담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데 말이다. 그래서 오를로프의 펜으로 쓰였다면 가장 믿을 만했을 NKVD 활동의 그 측면이 그의 이야기에서 빠졌다. 자신이 연루된 비밀은 털어놓지 않는다. 그는 고발자가 되고 싶어 할 뿐 피고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온전하지 않다.

2. 기관에서 일한 20년 동안 오를로프는 자기와 같은 NKVD 고위 지도자들과 오랫동안 가깝게, 흔히는 친구처럼 지냈고, 그들이 하는 일을 분명 아주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호감과 반감이 그의 이야기의 객관성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몇몇 사람을 대하는 오를로프의 태도도 주관적일 때가 많다. 이것이 곳곳에서 그림을 일그러뜨리고 몇몇 평가를 의심스럽게 만든다. 특히 그가 재판 참가자 여럿을 “NKVD의 유급 첩자”라고 단언하는 대목은 아주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3. 오를로프의 책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 가리려면 책을 세 시기로 나누어야 한다.

가) 1934년과 1935년. 이때 오를로프는 국외에 있었고, 1935년 12월에야 소련으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오를로프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키로프 사건은 전부 그가 없는 동안 벌어졌고, 그는 동료들에게 들은 이야기와 자기 짐작으로 이 사건을 알았다. 키로프 암살에 대한 그의 견해에는 나도 동의한다. 키로프의 죽음이 필요했던 것은 스탈린, 오직 스탈린뿐이었다. 그러나 사태를 악화시킨 다른 여러 원인들, 이를테면 키로프와 오르조니키제, 미코얀, 보로실로프 사이의 갈등은 대개 순전히 업무상의 성격이었고 비극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 밖에 자잘한 사실 몇 가지도 틀렸다.

나) 1935년 12월부터 1936년 9월까지 알렉산드르 오를로프(본명은 레프 펠드빈)는 모스크바에 살면서 NKVD 중앙 기구에서 일했다. 지노비예프·카메네프 재판을 준비하던 기관 지도자들과 가까웠고, 사정을 잘 알았으며, 벌어진 일의 가담자는 아니더라도(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오를로프는 이에 대해 입을 다문다) 틀림없는 목격자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가장 큰 사건은 대형 재판의 첫 번째인 지노비예프·카메네프 재판(1936년 8월)이다. 여기서는 신빙성이 꽤 높다. 되풀이하지만, 오를로프의 개인적인 호오를 감안한다면 말이다. 나는 소설 『35년과 그 밖의 해들』[1]에서 지노비예프·카메네프 재판을 다루면서 오를로프의 자료를 꼼꼼히 살폈다. 그 자료는 귀중하지만 모든 점에서 정확하고 객관적이지는 않다. 나는 그것을 다른 자료, 살아 있는 증인들의 이야기와도 대조했는데, 그렇게 한 것은 바로 그 S. 자보로트니가(『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1989년 7월 1일 자) 주장하듯 “오를로프를 왜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판본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내게는 책의 바로 이 부분(1935년 12월부터 1936년 9월까지)이 가장 귀중하고 믿을 만해 보인다.

다) 셋째 시기는 1936년 9월부터 그가 국외로 도망친 날(1938년 7월 12일)까지, 곧 1936년 말과 1937년 한 해, 1938년 상반기다(퍄타코프·라데크 재판, 군인들의 비공개 재판, 부하린·리코프 재판). 이때 오를로프는 스페인에 살면서, 소련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곳에 찾아온 사람들에게서 들었는데, 그들은 서술된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오를로프 자신도 이 재판들에 얽힌 막후 이야기 상당수가 업무차 스페인과 프랑스에 나온, 사정에 밝은 NKVD 직원들을 통해 전해졌다고 써서 이를 인정했다.

물론 그렇다고 오를로프 삶의 “스페인 시기”와 관련된 정보가 모두 주목할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거기에는 귀중하고 흥미로운 사실이 많다. 그러나 책의 이 부분은 특히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거기에는 피상적이고 의심스러운 것이 많고, 그냥 사실과 다른 대목도 있다. 그런데 1937년 1월 23~29일에 열린 퍄타코프·라데크 재판에 관한 A. 오를로프의 이야기를 절대적으로 참된,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인 양 독자에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무지한 자들뿐이다(『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1989년 7월 6일 자).

4. 오를로프는 40년 전에 이 책을 썼다. 그 40년 동안 그 시기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정보가 크게 넓어져서, 오를로프의 어떤 주장은 전혀 믿을 수 없어 보인다. 독자도 쉽게 알아챌 것이다.

내가 A. 오를로프 책의 틀리거나 의심스러운 점을 이렇게 꼼꼼히 짚은 것은, 독자가 책에 빠져들어서(이 책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비판적인 시각을 잃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독자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여러 판본을 견주어 보며 사실과 의심스러운 것을 가려낼 줄 안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를로프의 책에 있는 귀중한 것이 그 결점보다 크다. 몇몇 사실에 논란이 있다 해도, 책은 전체적으로 그 무서운 시대의 참모습을 그려 내고, 스탈린의 끔찍한 악행의 분위기를 전하며, 어쩌면 가장 중요하게도, 이 악행에서 스탈린 자신이 한 진짜 역할을 보여 준다. 그는 불운한 피고들의 진술을 제 손으로 고치고, 거기에 터무니없는 헛소리를 써넣고, 사람들을 어떻게 고문하고 괴롭힐지 몸소 지시했다. 아직도 이것은 스탈린이 한 일이 아니라 “그의 이름으로 행해진”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오를로프의 책은 영어로 나온 지 30년 만에야 국외에서 처음으로 러시아어로 번역되었다! 왜일까? 가치를 몰라보았을까? 이해하지 못했을까? 다른 출판물에 매달리느라 바빴을까? 그럴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오를로프의 입장을 일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점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 판의 후기[2]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그는 스탈린에 레닌을 애써 맞세운다”, “오를로프는 스탈린의 반대자들을 때때로 ‘레닌의 가장 가까운 전우들’이라고 일컫는데, 아마도 그런 칭호에 피비린내 나는 폭군과의 불화를 더하면 그들을 밝은 인물로 여기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어서 “일리치의 참얼굴을 고려하면 ‘레닌의 전우’라는 찬사부터가 의심스럽다… 저자에게서는 전직 OGPU·NKVD 직원뿐 아니라 전직 당원의 면모도 드러난다”… 나는 이런 말들에서 이 책이 30년 동안 서방에서 러시아어로 번역되지 않은 진짜 이유를 본다. 같은 판에서는 오를로프에게 이런 죄도 씌운다. “스탈린 부엌의 비밀을 알던 오를로프라면 악당들과 좀 더 일찍 선을 그어도 좋았으련만… 게다가 스탈린과 예조프에게서 오는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이 없었다면 그는 충실하게 체제를 계속 섬겼을 것이다.”

이런 비난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오를로프가 “더 일찍 선을 긋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했는지 우리는 모른다. 스탈린과 예조프가 그를 위협하지 않았다면 그가 무엇을 했을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스탈린 범죄의 비밀 역사』라는 책을 썼고, 그 책이 많은 사람을 스탈린을 편드는 환상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리라는 것을 안다.

아나톨리 리바코프

주석

  1. 옮긴이 주: 『35년과 그 밖의 해들』(Тридцать пятый и другие годы)은 리바코프의 장편 『아르바트의 아이들』에 이어지는 연작 소설로, 1934년 키로프 암살 뒤 탄압이 커져 가는 시기를 다룬다. ↩
  2. 옮긴이 주: 앞 문장에서 말한, 국외에서 처음 나온 러시아어판의 후기를 가리킨다. 리바코프는 그 판과 후기 필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