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systems analysis · 1974 (월러스틴이 1974년 『근대세계체제』 1권을 내며 체계화했고(4권 2011년 완간), 1976년 빙엄턴 대학에 페르낭 브로델 센터를 세워 연구 거점으로 삼았다. 조반니 아리기는 1994년 『장기 20세기』로 이를 넓혔다.)

세계체제론

World-systems theory

국민국가가 아니라 “세계체제”를 사회 분석의 기본 단위로 삼는 접근. 이매뉴얼 월러스틴이 1974년 『근대세계체제』 1권에서 체계화했다. 근대 세계체제는 “긴 16세기”(1450년 무렵~1640년)에 서유럽과 아메리카에서 생겨난 자본주의 세계경제로, 하나의 분업 아래 여러 정치 단위가 국가 간 체제로 묶여 있으며 중심부·반주변부·주변부의 세 층으로 나뉜다. 시장은 중심부가 주변부를 착취하는 수단이고 잉여는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옮겨 간다. 패권은 네덜란드·영국·미국으로 넘어갔다고 본다.

상세

왜 나라가 아니라 세계를 단위로 보나?

경제학이나 사회학 교과서는 보통 “한국 경제”, “영국 사회”처럼 나라를 하나의 단위로 놓고 그 성장과 변화를 따진다. 세계체제론은 이것부터 문제 삼는다. 나라마다 제 경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하나의 세계경제의 부분이라는 것이다. 월러스틴은 근대화론을 세 가지 이유로 비판했다. 국민국가를 유일한 분석 단위로 삼는 것, 모든 나라에 하나의 진화 경로만 있다고 가정하는 것, 지역과 나라의 발전을 묶어 두는 초국적 구조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 이론에는 세 갈래의 선행자가 있다. 페르낭 브로델로 대표되는 아날학파는 긴 시간에 걸친 과정과 지리·생태적 지역을 단위로 보게 했고, 마르크스주의는 사회적 갈등, 자본 축적 과정과 계급투쟁, 사회 형태의 일시성과 모순을 통한 변증법적 운동을 보태 주었으며, 종속이론은 “중심부”와 “주변부”라는 핵심 개념을 주었다. 월러스틴은 체제를 “하나의 분업과 여러 문화 체계를 가진 단위”로 정의했다. 역사상의 체제는 부족·소규모 군장 사회 같은 “소체제”와, 두 종류의 세계체제로 나뉜다. 로마 제국이나 한나라처럼 하나의 정치 중심을 가진 “세계제국”과, 하나의 큰 분업 속에 여러 정치 중심과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경제”다. 근대 세계체제는 정치적으로 하나의 제국으로 통일되지 않은 자본주의 세계경제이며, 1900년 무렵에는 지구 전체로 넓어진 최초이자 유일한 세계체제다.

이 관점에서 월러스틴은 “제3세계”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계는 복잡한 교환 관계로 이어진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그는 “오늘날 세계경제 안에 봉건 체제가 없듯이 사회주의 체제도 없다. 세계체제는 하나뿐이고, 그것은 세계경제이며 정의상 자본주의적 형태”라고 썼다. 소련과 동구권도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일부로 본 셈이다.

중심부·반주변부·주변부는 무엇으로 갈리나?

세계경제의 분업은 세 지대로 나뉜다. 중심부에는 숙련도가 높고 자본집약적인 산업이 있고, 그 기업들은 자기 나라 국가의 도움을 받아 분업에서 가장 이윤이 많이 남는 활동을 독점한다. 중심부 국가는 경제가 다변화되어 있고 강한 중앙정부와 관료제, 군대, 넓은 세원을 갖추며 새 기술과 산업의 선두에 선다. 주변부는 숙련도가 낮은 노동집약적 산업과 원료 채취를 맡는다. 경제가 한두 가지 활동, 흔히 원료 수출에 기대고, 정부와 제도가 약하며, 부르주아지는 작고 농민층은 크며, 땅을 가진 소수가 다국적 기업과 이어져 불평등이 심하다.

반주변부는 그 사이에 있다. 주변부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중심부로 올라가려 하기 때문에 세 층 가운데 보호무역을 가장 적극적으로 쓴다. 주변부에는 더 많이 수출하고 중심부에서는 더 많이 수입한다. 한때 중심부였다가 밀려난 나라나 올라오는 주변부가 반주변부가 된다. 16세기에 앞섰다가 제국 경영으로 지쳐 아메리카의 금은으로 영국·프랑스의 공산품 값을 치러야 했던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고전적인 예이고, 21세기에는 흔히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릭스)이 반주변부로 꼽힌다. 반주변부라는 범주는 세계를 중심과 주변의 둘로 나눈 종속이론과 달리, 나라들이 층 사이를 오르내릴 수 있음을 보여 주려는 장치다. 월러스틴은 가난한 나라가 나아질 여지를 남겼지만, 중심부가 주변부에서 자원을 끌어오는 한 주변부는 늘 필요하다고 보았다.

근대 세계체제는 어떻게 생겨나고 넓어졌나?

월러스틴은 근대 세계체제의 기원을 봉건제의 오랜 위기(1290년 무렵~1450년)에서 찾는다. 농업 생산의 정체와 농민 부담 증가, 소빙기의 기후 변화, 흑사병 같은 전염병, 봉건 경제가 순환의 정점을 지나 침체에 들어선 것이 위기의 원인이었다. 그 대응으로 자본주의가 생겨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며, 그는 이를 우연한 결과로 보았다. 아메리카 “발견”에서 1640년 영국 혁명까지의 “긴 16세기”에 브리튼·네덜란드·프랑스의 작은 축적 우위가 점점 커지는 확장 과정을 일으켰다.

근대 세계체제에서 한 중심부 국가가 다른 나라들을 확실히 압도한 시기는 세 번뿐이고, 각각 백 년을 넘지 않았다. 17세기의 네덜란드, 19세기의 영국,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 뒤의 미국이다. 월러스틴에 따르면 패권은 생산성 우위가 무역 우위로, 무역 우위가 금융 우위로 이어지면서 성립하며, 군사력은 그 뒤에 따라온다. 과거의 패권국들은 비교적 적은 군사비로 우위에 올랐다가 군사 팽창과 함께 우위를 잃기 시작했다. 1800년 옛 유럽 중심부는 세계 영토의 35%를 차지했지만 1914년에는 85%를 차지했다. 그 뒤 주변부를 가지려는 나라는 다른 중심부에서 빼앗아야 했고, 미국-에스파냐 전쟁과 독일·일본·이탈리아의 팽창이 그 예라고 본다. 월러스틴은 1980년부터 미국이 “쇠퇴하는 패권국”이라고 주장해 조롱받았지만, 이라크 전쟁 뒤에는 이 주장이 널리 퍼졌다. 그는 세계화도 지난 500년 동안 자본주의가 퍼지고 발전한 과정과 같은 것으로 보았다.

조반니 아리기는 무엇을 더했나?

이탈리아 출신 사회학자 조반니 아리기는 로디지아와 탄자니아에서 가르치며 월러스틴을 만났고, 1979년부터 빙엄턴의 페르낭 브로델 센터에서 함께 일했다. 1994년 『장기 20세기: 화폐, 권력, 그리고 우리 시대의 기원』에서 그는 자본주의의 역사를 “체계적 축적 순환”으로 다시 읽었다. 브로델이 이미 관찰한 대로 18세기 첫 3분의 1(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끝), 20세기의 처음과 끝에는 구조가 닮은 국면이 있었다. 각 순환은 자본이 생산 영역에서 빠져나와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국면으로 끝났고, 공업이 쇠퇴하면서 수입이 늘어 다른 지역이 이익을 보았다. 패권은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

이 틀에서 아리기는 미국 패권의 쇠퇴를 내다보았다. 미국은 군사력은 쥐고 있지만 구조적 약점을 메울 재정 수단을 잃었고, “헤게모니 없는 지배”로 세계를 다스리려는 시도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는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2007)에서 동아시아, 특히 중국이 네 번째 축적 순환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보았고, 중국 성장의 기반을 1980년 이후의 시장 개혁보다 그 앞의 토지개혁과 성인 기대수명·문해율 향상에서 찾았다. 월러스틴과 지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아리기는 동아시아로의 경제력 이동을 더 무겁게 보았다.

마르크스주의 쪽에서는 어떤 비판이 나왔나?

월러스틴 자신은 비판이 네 방향에서 온다고 정리했다. 실증주의자는 지나친 일반화와 반증 가능한 명제의 부족을,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는 사회계급 개념을 충분히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국가 자율론자는 국가와 기업의 경계를 흐린다는 점을, 문화론자는 경제를 지나치게 중시한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마르크스주의 쪽의 대표적 비판은 로버트 브레너에게서 나왔다. 브레너는 세계 시장을 앞세우면 지역의 계급 구조와 계급투쟁이 소홀해진다고 보았다. 그들은 “계급 구조 자체가, 시장의 힘만으로는 그 결과를 이해할 수 없는 계급투쟁의 결과로 생겨나는 방식”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저발전의 발전 항목 참고). 사회학자 테다 스카치폴은 국가 간 체제가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상부구조에 불과하지 않으며, 군사 경쟁의 초국적 구조로서 자본주의가 만든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윌리엄 I. 로빈슨은 국민국가 중심의 틀이 초국적 사회 세력과 세계화의 등장을 포착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진영 안의 이견도 있다. 사미르 아민은 비슷한 어휘를 쓰면서도 반주변부 개념을 거부했고, 콘드라티예프식 순환으로 자본주의를 이론화하는 데에도 반대했다. 안드레 군더 프랑크는 여러 “세계체제”를 말하는 것은 뜻이 없고 단 하나의 세계 체제만 있으며 그것이 5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았다. 월러스틴은 1970년대에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 경제로 대체되리라고 보았으나 1980년대에 이를 다시 검토해, 1970년대 이후의 “이행기” 뒤에 올 체제는 미리 알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독점자본주의라는 한 단계를 분석했다면, 세계체제론은 16세기 이후 자본주의 전체를 하나의 불평등한 세계 분업으로 본다는 점에서 시야가 다르다.

관련 인물

출처

  1. 위키백과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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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e.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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