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적 성격
Authoritarian personality
권위주의적 성격은 강자에게는 복종하고 약자나 ‘이질적인’ 집단에게는 공격적이며, 관습에 경직되게 매달리는 성격 구조를 가리키는 사회심리학 개념이다. 에리히 프롬이 사회연구소의 『권위와 가족에 관한 연구』(1936)에서 ‘사회적 성격’ 이론을 바탕으로 정식화했다. 테오도어 W. 아도르노와 버클리 연구진은 『권위주의적 성격』(1950)에서 반유대주의·자민족중심주의와 함께 파시즘에 끌리는 성향을 F 척도로 재려 했다. 표본과 문항 설계에 대한 방법론 비판을 받았고, 밥 알트마이어의 우익 권위주의(RWA) 척도 등으로 수정·계승되었다.
상세
어떤 물음에서 나왔나?
마르크스주의의 기대대로라면 경제 위기와 대량 실업은 노동자를 혁명으로 이끌어야 했다. 그러나 1930년대 독일의 많은 노동자는 오히려 파시즘을 받아들였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사람들이 왜 자기 계급 이익에 어긋나는 권위주의 정치에 끌리는지 물었다. 그 답을 찾으려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끌어들였다. 경제 구조만이 아니라 가족과 성격, 무의식까지 분석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 물음을 먼저 던진 사람은 빌헬름 라이히다. 그는 1933년 『파시즘의 대중심리』에서 권위적인 본능 억압과 파시즘 이데올로기 사이에 근본적인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의 세포인 가부장적 가족이, 궁핍과 굴욕 속에서도 억압적 질서에 순종하는 성격을 길러 낸다는 것이다. 라이히는 훗날 프롬의 ‘권위주의적 성격’ 개념을 자기 이론을 묽게 만든 표절이라고 여겼다.
프롬은 어떻게 정식화했나?
에리히 프롬은 1930년 사회연구소의 사회심리학 부문을 맡았다. 그가 만든 「사회적 성격」은 한 사람만의 개인적 성격과 달리, 같은 사회에서 같은 생활 방식과 기본 경험을 나누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성격 특성을 가리킨다. 사회적 성격은 무엇보다 가족 안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프롬은 가족을 ‘사회의 심리적 대리인’이라고 불렀다. 사회에서 작동하는 바깥의 힘이 아이에게는 부모, 특히 가부장적 소가족에서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프롬과 동료 힐데 바이스는 1929년부터 숙련 노동자, 사무직, 하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였다. 271개 문항의 설문지 3000부를 보내 1150부를 돌려받았다. 망명 와중에 자료가 흩어져 1934년에는 584부만 남았다. 조사의 목적은 노동자와 사무직의 심리 구조를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그 첫 분석은 1936년 연구소가 펴낸 『권위와 가족에 관한 연구』에 실렸다. 프롬은 이 책의 이론 부분에서 권위주의적 성격을 떠받치는 충동으로 복종의 쾌감과 강자에 대한 동조, 그리고 무방비한 사람에 대한 공격성을 들었다.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1941)에서 이 생각을 넓혔다. 그는 권위주의적 성격을 정신병리학의 말을 빌려 「사도마조히즘적 성격」이라고도 불렀다. 여기서 사디즘과 마조히즘은 성적인 뜻이 아니다. 권위에 대한 태도를 가리킨다. 이런 사람은 권위를 우러러보고 그에 복종하려 하면서, 동시에 자기도 권위가 되어 남을 굴복시키려 한다. 강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면 자기의 무력함과 마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프롬은 그 깊은 원인을 본능 구조보다, 근대인이 얻은 자유를 감당하지 못하고 순응과 권위로 달아나는 데서 찾았다.
『권위주의적 성격』(1950)은 무엇을 했나?
망명한 연구소는 미국유대인위원회의 후원으로 「편견 연구」 총서를 기획했고, 호르크하이머가 편집을 맡았다. 그 첫 권이 1950년 나온 『권위주의적 성격』이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의 연구자들이 함께 썼다. 정신분석을 배운 심리학자 엘제 프렌켈브룬스비크, 대니얼 레빈슨, 사회심리학자 네빗 샌퍼드, 그리고 아도르노다.
연구는 두 갈래로 이루어졌다. 먼저 질문지 조사를 하고, 그 점수를 보고 고른 소수에게 임상 면접과 주제 통각 검사(TAT)를 했다. 주제 통각 검사는 모호한 그림을 보여 주고 이야기를 지어 보게 해 숨은 태도를 읽어 내는 투사 검사다. 질문지는 ‘매우 반대’(-3)부터 ‘매우 찬성’(+3)까지 고르게 했고, 중간값은 두지 않았다. 반유대주의(A-S), 자민족중심주의(E), 정치·경제적 보수주의(PEC), 그리고 파시즘 잠재성(F)의 네 척도를 썼다.
아도르노는 알파벳 순서 덕에 저자 명단 맨 앞에 섰다. 하지만 그는 연구에 늦게 합류했고, 23개 장 가운데 5개 장에만 이름을 올렸다. 그는 1947년 호르크하이머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기의 주된 기여가 F 척도이며 그것이 ‘전체의 핵심’이라고 썼다. 원래 구상한 제목은 『파시스트 성격과 파시즘 경향의 측정』이었다. 그러나 버클리 쪽 연구자들이 더 무난한 제목을 원했고, 최종 제목은 타협의 결과였다.
미국판에서는 연구소의 마르크스주의 뿌리가 옅어졌다. 독일 시절의 ‘권위주의적 성격 대 혁명적 성격’이라는 축은 미국에서 ‘권위주의적 성격 대 민주적 성격’으로 바뀌었다. 프롬은 1939년 아도르노와의 갈등 끝에 연구소를 떠났기 때문에, 이 책에서 그의 이름은 각주 두 곳에만 나온다. 이 책은 독일어로 완역된 적이 없다. 1973년에 아도르노가 쓰거나 함께 쓴 장만 골라 독일어로 펴냈다.
F 척도는 무엇을 쟀나?
F는 파시즘(fascism)의 머리글자다. F 척도는 노골적인 정치 신념을 묻는 대신 겉으로는 정치와 무관해 보이는 문항으로 파시즘 선전에 넘어가기 쉬운 성격을 재려 했다. 측정 목적을 감추는 간접 검사였던 셈이다. 연구진은 아홉 가지 특성이 어린 시절 경험 때문에 함께 뭉친다고 보았다.
| 특성 | 뜻 |
|---|---|
| 인습주의 | 중간계급의 관습적 가치에 경직되게 매달린다 |
| 권위주의적 복종 | 자기 집단의 권위자에게 무비판적으로 복종한다 |
| 권위주의적 공격 | 관습을 어기는 사람을 찾아내 벌하려 한다 |
| 반내성 | 주관적이고 상상적인 것, 자기 성찰을 거부한다 |
| 미신과 고정관념 | 운명을 믿고 경직된 범주로 생각한다 |
| 권력과 강인함 | 지배와 복종의 관계에 몰두하고 힘을 과시한다 |
| 파괴성과 냉소 | 인간 본성 일반에 적대적이다 |
| 투사성 |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보고, 자기 무의식의 충동을 바깥에 투사한다 |
| 성에 대한 과도한 관심 | 남의 성생활에 지나치게 신경 쓴다 |
연구진은 반내성을 ‘모든 내면성, 주관적인 것, 상상적인 것, 여린 마음에 대한 거부’라고 설명했다. 버클리 연구는 정신분석의 발달 모형을 따랐다. 지나치게 엄하고 처벌적인 양육은 아이에게 부모를 향한 분노를 남긴다. 하지만 아이는 처벌이 두려워 부모에게 맞서지 못하고, 오히려 권위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우상화한다. 억눌린 공격성은 소수 집단을 향한 희생양 만들기로 돌려진다는 것이다.
방법론에서는 무엇이 비판받았나?
이 책은 1950년대 사회심리학에 큰 영향을 주었고, 그만큼 집중적인 비판도 받았다.
| 쟁점 | 비판의 내용 |
|---|---|
| 표본 | 참가자를 각종 단체를 통해 모았다. 리처드 크리스티는 단체에 속한 사람과 속하지 않은 사람이 체계적으로 다르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백인, 비유대인, 중간계급 미국인’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
| 묵종 반응 경향 | F 척도와 반유대주의 척도의 문항은 모두 ‘찬성’이 곧 권위주의적 응답이 되도록 쓰였다. 내용과 상관없이 ‘예’라고 답하는 경향이 점수를 부풀릴 수 있다. 문항을 뒤집은 판과 원판의 상관이 이론상 -1이어야 하는데, 배스는 .20을 얻었다 |
| 면접과 코딩 | 면접자가 참가자의 질문지 답을 미리 보았다. 코딩 범주도 정신분석 이론에 따라 해석되었다 |
| 교육과 계층 | 자민족중심주의는 지능, 교육 연수와 음의 상관을 보였다. 크리스티는 교육이 그 사이를 매개한다고 분석했다. 성격의 억압보다 교육과 사회경제적 지위로 설명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
| 좌익 권위주의 | 에드워드 실스(1954)는 이 연구가 우익만 보고 좌익 권위주의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쿨터(1953)의 연구에서는 공산주의자도 높은 F 점수를 보였다. 반면 로키치(1960)가 조사한 영국 공산주의 대학생의 평균은 알려진 집단 가운데 가장 낮았다 |
| 이론과 행동 | 하이먼과 시틀리(1954)는 ‘저자들의 이론은 그들이 인용하는 자료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J. J. 레이(1980)는 권위주의적 신념이 권위주의적 행동과 이어진다는 것을 보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 정치적 편향 | 보수 비평가 크리스토퍼 래시는 이 책이 우익 정치를 정신 병리로, 좌익 정치를 정신 건강으로 그렸다고 비판했다 |
반대로 이 연구를 옹호하는 평가도 있다. 로저 브라운(2004)은 표본과 반응 경향이 가장 심각한 결함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반유대주의, 자민족중심주의, 권위주의가 대체로 함께 간다는 핵심 결론은 옳을 가능성이 상당히 남는다고 보았다. 크리스티와 쿡(1958)은 관련 연구 230편을 검토했다. 그들은 E 척도와 F 척도가 매우 다양한 표본에서 유의미하게 상관된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온다고 결론지었다. 가장 약한 고리로 꼽힌 것은 권위주의가 어린 시절에 생겨난다는 정신분석적 설명이다.
알트마이어는 무엇을 바꾸었나?
캐나다의 심리학자 밥 알트마이어(1940~2024)는 1981년 「우익 권위주의」(RWA)라는 개념과 척도를 내놓았다. 그는 아도르노가 무언가를 제대로 짚었지만 이론이 프로이트 정신분석에 묶여 신뢰를 잃었다고 보았다. 그래서 아홉 특성 가운데 서로 강하게 묶이는 세 가지만 남겼다.
| 구분 | F 척도 (1950) | RWA 척도 (1981) |
|---|---|---|
| 핵심 요소 | 아홉 특성 | 권위주의적 복종, 권위주의적 공격, 인습주의 |
| 이론적 바탕 | 정신분석의 성격 발달론 | 사회 학습. 정신분석적 원인론은 뺐다 |
| 문항 설계 | 모든 문항이 ‘찬성 = 권위주의’ | 찬성과 반대 방향 문항을 같은 수로 섞어 묵종 경향을 줄였다 |
| 측정 대상 | 파시즘 잠재성 | 정당하다고 여기는 권위를 따르는 ‘권위주의적 추종자’ |
알트마이어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를 ‘사회적 지배자’라 따로 불렀다. 그는 『권위주의적 성격』의 결론에도 반론을 냈다. 우익 권위주의 정부가 반드시 소수 민족과 종교 집단에 적대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파시스트 이탈리아가 히틀러의 압력 전까지 반유대주의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나중에 좌익 권위주의(LWA) 척도도 만들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다른 작업과는 어떻게 이어지나?
『권위주의적 성격』은 권위주의에 끌리는 사람들의 유형을 연구했다. 같은 총서에 실린 레오 뢰벤탈과 노르베르트 구터만의 『기만의 예언자들』(1949)은 미국 선동가들이 내보내는 메시지 자체를 분석했다. 전후 독일에서 연구소가 벌인 「집단 실험」은 반유대주의, 민족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서독인의 태도를 집단 토론으로 조사했다. 아도르노는 1967년 강연 「새로운 우익 급진주의의 양상」에서 다시 이 주제를 다루었다.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은 최근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이 되살아나면서 학파의 권위주의 연구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졌다고 전한다.
일상어 ‘권위주의적’과는 어떻게 구별하나?
‘권위주의적 성격’은 ‘어떤 제도나 정권이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띤다’는 일상 표현과 글자가 같다. 이 항목은 개인의 성격 구조에 관한 사회심리학 개념을 다룬다. 정권이나 조직의 성질을 말하는 문장에서는 이 개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