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레닌주의
Marxism–Leninism
레닌 사후 1920년대에 스탈린이 레닌주의를 체계화해 소련 공산당과 코민테른의 공식 교리로 삼은 공산주의 이념. 민주집중제로 조직된 전위당이 프롤레타리아를 대신해 권력을 잡아 일당 국가를 세우고, 생산수단을 국가가 통제하며, 세계혁명을 기다리지 않고 한 나라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한다는 것이 골자다. 1938년 『단기강좌』로 교과서적 형태를 갖추었고, 2차 대전 뒤 동유럽과 아시아의 공산국가로 퍼져 20세기 대부분의 공산 정권이 이를 국가 이념으로 삼았다. 1991년 소련 해체로 지배적 지위를 잃었으나 중국·베트남·쿠바·라오스의 집권당은 지금도 이를 내건다.
상세
이름과 성립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이름은 레닌 생전에는 쓰이지 않았다. 마르크스의 학설을 레닌이 발전시켜 실천에 옮겼다는 뜻을 담은 이 명칭과 교리는 레닌 사후 1920년대의 당내 투쟁 속에서 스탈린을 주된 이론가로 하여 형성되었다. 스탈린은 1926년 『레닌주의의 제문제에 대하여』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별개의 공산주의 이념으로 제시하고, 각국 공산당과 혁명적 전위당을 세계적 위계 속에 배치했다. 소련의 모든 대학에는 1925년부터 '마르크스-레닌주의 기초' 과목이 개설되었다. 1934년 라데크가 『프라우다』에서 스탈린의 지도를 강조하려 '마르크스-레닌-스탈린주의'라는 명칭을 제안했으나, 스탈린과 당 이론가들은 기존 이름을 고수했다.
교리를 교과서 형태로 굳힌 것은 1938년의 『전연방공산당(볼셰비키) 역사 단기강좌』였다. 스탈린이 쓴 그 안의 장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에 대하여」가 마르크스-레닌주의 철학의 기초가 되었고, 대러시아백과사전은 이 책이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용어를 정착시켰다고 본다.
교리의 구성
소련의 교과서 체계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는 변증법적 유물론, 역사적 유물론, 자본주의 정치경제학, 레닌이 발전시킨 '신형 당' 이론, 공산주의 사회의 도래를 다루는 과학적 공산주의로 이루어졌다. 정치 노선은 두 단계 혁명론이다. 민주집중제로 조직된 전위당이 프롤레타리아를 대신해 권력을 잡아 일당 국가를 세우고, 국가가 생산수단을 통제하면서 반대파·반혁명·부르주아를 억압해 계급도 국가도 없는 공산주의 사회로 가는 길을 닦는다. 세계혁명을 사회주의 건설의 전제로 보지 않고 일국사회주의를 택했다는 점에서 서방 마르크스주의자들과 갈라졌다. 소련은 1936년까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표방했으나, 2차 대전 뒤에는 인민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앞세웠다. 교리는 아나키즘과 좌익공산주의, 트로츠키주의, 개량주의, 사회민주주의를 배격했고, 정해진 해석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수정주의로 처벌받았다.
국가 이념으로서
마르크스-레닌주의는 1920~30년대에 소련과 코민테른의 공식 이념이 되었다. 1936년 헌법은 이 이념을 따르는 공산당의 지도적 지위를 명시했고, 1977년 헌법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국가의 공식 이념으로 못 박았다. 중등학교 상급반부터 모든 교육기관에서 학습이 의무였고, 당대회와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결정도 필수 학습 대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소련화된 동유럽과 아시아의 공산국가들은 5개년 계획과 급속한 공업화, 정치적 중앙집권과 억압이라는 모델을 따랐고, 냉전기에는 비동맹 운동과 제3세계의 여러 나라도 이를 국가 이념으로 삼았다. 전성기에 그 영향권은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덮었다. 1961년 소련 공산당 제3차 강령은 "현 세대 소련 인민은 공산주의에서 살게 될 것"이라 선언하며 1980년을 대략의 시한으로 잡았다.
분화와 분열
스탈린 사후 탈스탈린화를 거치며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게바라주의, 티토주의, 호찌민 사상, 호자주의, 마오주의 같은 변형으로 갈라졌고, 그 가운데 호자주의와 마오주의는 소련을 수정주의로 비판하는 반수정주의 갈래가 되었다. 이 분화는 티토-스탈린 결별, 중소분열, 중국-알바니아 분열로 공산국가들을 서로 갈라놓았다. 중소분열에서 양측은 모두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고수한다고 주장하며 상대를 이탈자로 비난했다.
1989년 동유럽 혁명과 1991년 소련 해체로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지배적 지위를 잃었다. 그 뒤에도 중국·쿠바·라오스·베트남의 집권당은 이를 공식 이념으로 유지하며, 중국공산당은 당장(黨章)에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김일성의 사상을 변형한 것으로 설명되지만, 그 파생 관계에는 논란이 있다.
레닌주의·스탈린주의·트로츠키주의와의 구별
마르크스-레닌주의는 레닌주의를 원천으로 내세우지만 같은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도 레닌도 자기 이름을 딴 '주의'를 승인한 적이 없고, 이 명칭은 레닌 사후 스탈린이 대중화했다. 스탈린주의와는 겹치되 구별된다. 스탈린 생전 소련은 '스탈린주의'라는 말을 쓰지 않고 국가 이념을 마르크스-레닌주의라 불렀으며, 스탈린주의가 스탈린 개인과 결부되어 탈스탈린화와 함께 끝난 것과 달리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개작을 거쳐 제2세계의 국가 이념으로 존속했다. 트로츠키주의자들은 스스로를 '볼셰비키-레닌주의자'라 부를 뿐 이 명칭을 자기에게 쓰지 않으며, 스탈린 체제에 대한 반대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이탈한 트로츠키주의로 규탄되었다. 정치학자 레이철 워커는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집권 공산당의 필요에 따라 다시 정의되는 '빈 용어'라고 평했다.